2006년, 일본에서 한 남자가 어머니를 죽였다. 사건이 벌어지던 날, 아들은 치매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어머니가 평소 가보고 싶어 하던 곳을 돌았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전철을 타고, 인파로 붐비는 거리를 걷고,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세 사람이 즐겨 찾던 메밀국숫집에 갔다.
검사는 법정에서 10년간 치매 어머니를 돌보다 살해한 50대 아들에게 물었다. “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곤경에 처했을 때 국가나 타인에게 의지한다는 게 왜 부끄럽습니까?”
피고인은 답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말했다. “남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것은 한심한 일입니다. 괴로운 일입니다.”
벼랑 끝에 서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궁지에 몰리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 자체가 죽는 것보다 괴롭고 힘든 일입니다.” 여러 비극적인 사건들을 취재하면서 자주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간병 살인, 아동학대, 가족 살해 후 자살 같은 일들을 저지른 가해자들이 공통적으로 그러했다. 고립되고 고립되어, 바깥에 도움의 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창문 없는 유리벽에 갇힌 듯 무기력하게 나락의 길을 걷는 사람들.
일본의 유명한 간병 살인 실화를 다룬 논픽션 그림책 〈마지막 산책〉에도 그 나락에 빠진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등장한다. 그가 구청에 찾아가 마지막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당하는 장면의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지원받을 길이 막히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과 함께 가슴을 짓누르던 짐을 내려놓은 듯한 해방감도 느꼈다.”
그날부터 아들은 한낮에도 커튼을 치고 초인종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으며 엄마의 밥만 묵묵히 지었다. ‘나만 엄마를 돌보면 돼.’ 비극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가속기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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