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영(가명)씨가 〈셜록〉에 보낸 편지. ⓒ셜록 제공

텔레그램 방에 초대받았다. 방 이름은 ‘강도영·강영식의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 의료계 선생님들의 대화방이다. 비극을 맨 처음 마주하고 운 건 아니지만, 제일 크게 운 것도 아닐 테지만, 꼭 마지막까지 울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의 대화방처럼 보였다. 이들이 굳이 잊지 않으려는 비극은 어떤 아버지의 죽음이다. 그리고 그 아들의 죄와 벌이다.

강도영(가명)은 아버지 강영식(가명)을 살해한 죄로 대구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1심에서 존속살해죄로 강도영이 징역 4년을 선고받자, 여러 매체가 비슷한 기사를 쏟아냈다. 포털사이트에는 ‘인간의 도리를 어긴 패륜’이라며 그를 비난하는 댓글 수천 개가 달렸다. “아들아” 부르는 소리도 외면하고 중병에 걸린 아버지를 굶겨 사망케 한 20대 패륜아로 보도됐던 장본인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 박상규 기자의 취재로 나중에 심연을 드러낸 가엾은 청년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집, 치료를 받았던 병원, 친척과 주변 사람들을 찾아 그려진 심층기사 속 부자(父子)는 강도영과 강영식으로 불리게 되었다.

강도영의 의무, 그리고 국가와 사회의 의무

가명으로 보도됐지만, 진실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잠시 나갔다 온다던 엄마가 아무리 기다려도 영영 오지 않았던 일, 200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도 더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퇴원하게 된 일, 월세가 석 달 밀리고, 쌀이 떨어지고, 도시가스·인터넷·전화 모조리 연체되어 끊겨도 날아드는 독촉장은 끊이지 않았던 일, 음식물을 콧줄에 넣고, 대소변을 치우고, 2시간마다 자세를 바꾸며 마비된 팔다리를 주무르는 끝없는 간병 노동에 허덕였던 22세 청년의 처지, 그러다 우울증과 무기력에 다 놓아버린 아들의 사정은 모두 진실했다.

선처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나라의 책임을 통감한 국무총리, 젊은 나이부터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 ‘영케어러(Young Carer)’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국회의원, 재난적 의료비에 간병비를 포함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대선후보, 아버지를 잃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고통받았다고 말하는 시민들이 한결같이 선처를 탄원했다. 그럼에도 징역 4년이 확정됐다.

강도영의 죄는 부작위에 의한 존속살해죄. 법원도 강도영이 아버지의 사망을 ‘의욕’했다거나 적극적인 행위를 하여 사망의 결과를 낳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력감에 아버지를 외면할 때 포기와 연민의 심정이 공존하는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그렇더라도 민법상 아버지를 부양해야 하는 자식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고의가 있다는 결론은 유지했다.

강도영은 민법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징역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면 국가와 사회는 어떤 의무가 있을까.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강도영과 강영식의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직 잊지 않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5월28일 ‘간병 살인 이대로 둘 것인가’ 심포지엄에서 간병 부담의 사회화를 논의한다.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 강도영과 강영식의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행동하길 바란다.

기자명 박성철 (변호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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