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많이 맞고 자랐다. 꽤 ‘범생이’였는데도 그랬다. 까부는 학생은 더 맞았고 얌전한 학생은 조금 덜 맞았다. 떠들어도 맞고 지각해도 맞고 졸아도 맞고 말대꾸해도 맞았다. 머리카락이 귀밑 아래 3㎝를 넘으면 가위로 잘렸고 눈썹을 다듬은 학생은 목장갑을 낀 ‘학주(학생 주임 교사)’의 손에 눈썹이 뽑혔다. 치마 길이가 길거나 짧거나 규정에 맞는 흰 양말을 신지 않은 학생은 교무실로 불려가 ‘캠코더 촬영’을 당했다. 그걸 당한 친구는 “캠코더가 아래위 몸을 훑는데 이상하게 몸에 소름이 돋더라”고 말했다.
옆 학교 친구는 담임에게 뺨을 맞아 고막이 터졌다. 얼마 뒤에 맞은 자리를 또 맞아 붙은 고막이 또 터졌다. 어떤 친구는 수업 시간에 떠들었다고 목이 조인 채 들어 올려진 다음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학교 복도에는 늘 무릎을 꿇고 앉아 창문 아래 선반에 이마를 댄 학생들로 가득했다. 교사는 대걸레 자루로 한 번에 서너 명씩 학생들 머리를 선반 쪽으로 밀쳤다. 머리들이 용수철처럼 앞뒤로 튀었다.
하도 때려서 ‘미친 개’로 불리던 한 교사를 보다 보다 못 참아 친구 몇 명과 함께 고발하기로 했다. (무식하게도) 교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한참 친구들의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고 나니 교장 선생님은 손가락으로 금테 안경을 올리며 물었다. “너 몇 학년 몇 반, 이름 뭐?” 착실하게 대답하고 나니 교장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밖에서 말하고 다니면 혼날 줄 알아.”
내가 청소년기 학교를 다닌 고장은 대구였다. 지역별로 체벌의 차이가 크다는 걸 다른 도시에 간 뒤에야 알았다. 지난번 교육감 선거를 취재하며 앞으로도 학생들 삶이 지역별로 천양지차겠다 싶었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교권보호조례, 학부모권조례를 제정하겠다는 후보들이 많았다. ‘말 안 듣는 학생은 때리고 싶다’는 말로 들리는 것은 청소년기 학교에서 대걸레 자루로 맞으며 자라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일까. ‘그때 그 선생님께 맞으며 자라서 내가 사람 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글쎄. 맞았든 안 맞았든, 당시 그 학생은 이미 충분히 귀하고 가치 있는 한 명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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