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존슨 우주센터에서 테스트 중인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 ⓒNASA

우리는 흔히 별이 ‘반짝인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별은 반짝이지 않는다.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지구의 대기 때문에 별빛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별이 보기에는 예쁠지 모르지만 천문학자들에게는 전혀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관측의 정확도를 저해하는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흔들림 현상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우주로 망원경을 쏘아 보낸다.

2021년 12월25일 오전 9시20분(현지 시각).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이 아리안5 로켓에 실려 발사되었다. 많은 이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임스웹은 발사까지 긴 시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 계획이 세워졌던 1996년에 당초 발사 목표 시점은 2007년이었다. 그러나 망원경 개발은 수차례 지연되었고, 2011년에는 심각한 예산초과로 계획이 좌초될 위기까지 내몰렸다. 천문학계, 언론계, 일부 정치권의 노력 덕분에 가까스로 완성될 수 있었다. 제임스웹을 우주로 보내기까지 2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 프로젝트에 소요된 예산은 약 97억 달러, 한화로는 10조원이 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크리스마스에 지구를 떠난 로켓은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했다. 제임스웹은 한 달 동안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약 4배나 되는 150만㎞를 날아 1월25일 라그랑주2(L2) 지점에 무사히 도착했다. 라그랑주 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결합되어 지구와 동일한 각속도(Angular velocity)로 태양 주위를 돌게 되는 지점인데 총 5개가 있다. 지구에서는 항상 같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주 망원경을 관리하기에 최적의 지점으로 꼽힌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이미 여러 우주 망원경들이 라그랑주2 지점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허블을 잇는 차세대 ‘스타’ 망원경

우주 망원경의 대명사는 뭐니 뭐니 해도 1990년 발사된 허블 망원경이다. 허블 망원경은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의 지도를 그리며,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나 되는 거대한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는 등 우리가 우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은 허블 망원경보다 면적이 7배 이상 더 크고 관측 장비의 성능이 월등해 100배는 더 정밀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제임스웹이 허블을 잇는 천문학계의 차세대 ‘스타’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우주 탄생 직후 최초로 만들어진 별과 은하를 관측하는 것이다.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으로 태어났다. 이후 약 2억 년 동안은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아 암흑시대라고 불린다. 빅뱅 후 2억~4억 년 사이에 최초의 별과 은하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제임스웹은 이 시기에 만들어진 최초의 별과 은하들을 관측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135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을 보려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을 관측해야 한다.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무서운 속도로, 지금 이 순간에도 팽창하고 있다.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에 최초의 별과 은하에서 나온 빛은 까마득히 먼 거리를 이동해야 지구에 도달할 수 있다. 그 사이에 빛의 성질이 달라진다.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에서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이동한다(조금 어려운 천문학 용어로 ‘적색이동’이라 한다. 아래 〈그림 1〉 참조).

〈그림 1〉가시광선과 적외선의 차이ⓒNASA

제임스웹은 이 적외선을 관측하도록 설계됐다. 대부분의 망원경은 가시광선이 주된 관측 범위이다. 지구 위에 있거나, 우주 망원경이라도 지구와 가까이 있으면 적외선을 관측하기가 어렵다. 우선 적외선 빛은 지구 대기를 거의 통과하지 못한다. 두 번째로 지구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자체가 적외선을 뿜어낸다. 야간에 적외선 카메라로 사람이나 야생동물을 찍은 영상을 떠올려보라. 따라서 적외선을 관측하는 우주 망원경은 최대한 지구에서 먼 곳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138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전반적으로는 이해하고 있다. 겨우 100년 정도 만에 이루어낸 현대 과학의 엄청난 성과다. 하지만 최초의 별과 은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제임스웹이 최초의 별과 은하들을 관측한다면 우주의 탄생과 진화 과정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큰 의문들을 해결하는 단서를 얻게 될 것이다.

적외선은 가시광선과 달리 먼지와 기체를 통과한다는 장점이 있다. 별은 먼지와 기체가 뭉쳐져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별이 생성되는 과정을 알아내려면 적외선을 관측하는 것이 유리하다. 제임스웹은 새롭게 탄생한 별과 그 주변에서 행성들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제임스웹은 다른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의 대기 성분까지 분석할 수 있는 정밀한 장비도 갖추고 있어서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는 외계 행성을 찾으려는 인류의 오랜 노력도 더욱 힘을 받으리라 보인다.

〈그림 2〉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 3D 모식도 ⓒNASA

정밀하고 거대한 망원경(테니스장 하나 크기)을 우주 먼 곳에 띄우기 위해 현대 과학과 공학의 최첨단 기술이 제임스웹에 집약되었다. 빛을 모으는 기능을 하는 6.5m 크기의 거울은 육각형 거울 18개로 이루어져 있다(위 〈그림 2〉 참조). 거울이 노란색으로 보이는 것은 금으로 코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은 적외선을 가장 잘 반사하는 금속이다. 금은 0.1μm(마이크로미터) 두께로 코팅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 코팅에 사용된 양은 48g에 불과하다. 거울을 만든 소재는 ‘베릴륨’이다. 베릴륨은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재료 중 가장 가벼운 금속이다.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는 지구에서 원격으로 제임스웹의 18개 거울을 조정하는데, 거울 뒤에 126개에 달하는 조정장치가 달려 있어 머리카락 굵기의 1만 분의 1 정도로 더 정밀하게 거울을 움직일 수 있다.

우리는 또 무엇을 보게 될까?

제임스웹은 태양전지판으로 받은 태양빛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작동한다. 그런데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으면 망원경의 온도가 올라가는 문제가 생긴다. 온도가 올라가면 망원경에서도 적외선이 나와 관측을 방해하기 때문에 온도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태양빛을 받으면서 동시에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제임스웹이 거울 정렬 과정에서 시험용으로 촬영한 사진. 배경에 있는 별과 은하들까지 정밀하게 찍혔다.ⓒNASA

망원경 아래쪽에 있는 분홍색의 가오리 모양 구조물이 바로 이 기능을 하는 태양빛 차단막이다. 차단막은 테니스장 크기의 거대한 막 다섯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막은 매우 얇아서 두께가 머리카락 굵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막 사이의 공간은 진공상태다. 5겹의 막으로 된 차단막 전체의 두께는 약 2m에 불과하지만 단열 효과는 깜짝 놀랄 만큼 뛰어나다. 차단막에서 태양빛을 받는 쪽의 온도는 85℃, 그 반대편의 온도는 –233℃로 무려 300℃ 넘게 온도를 떨어뜨린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2m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다. 지구와 태양 방향을 향하는 차단막의 아래쪽에는 에너지를 얻기 위한 태양전지판과 지구와 통신을 위한 안테나가 부착되어 있다.

제임스웹은 발사 로켓에 그냥 싣기에는 너무 커서 태양전지판, 태양 차단막, 거울을 모두 접어 발사한 다음 목적지로 날아가면서 펼쳤다. 2022년 4월 말 현재는, 본격적인 관측을 앞두고 망원경에 달린 6.5m 거울을 정렬하는 작업을 마쳤다. 18개 거울이 빛을 정확히 한 점으로 모아야 정밀한 관측을 할 수 있다. 거울 조정을 위해 시험용으로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천문학계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본래는 밝은 별을 대상으로 얼마나 초점을 잘 맞추면서 카메라의 중심에 찍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배경에 있는 별과 은하들까지 매우 정밀하게 찍혀 있었다(위 사진 참조).

새로운 망원경은 끊임없이 인류의 시야를 넓혀왔다. 달 너머로 날아간 우주 망원경으로 우리는 또 무엇을 보게 될까? 제임스웹은 기기점검이 완료되는 6월 무렵부터 공식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기자명 이강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겸임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