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장남이 ‘NSUS(엔서스) 그룹’의 전신 회사인 ‘엔서스 그룹 홀딩스(엔서스홀딩스)’의 사업개발부서 책임자로 등재된 서류를 단독 입수했다. 엔서스홀딩스의 자회사가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과정(증자)에서 박 후보자의 장남이 자필로 서명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했다.

앞서 〈시사IN〉은 박진 후보자 장남이 캐나다 소재 엔서스 그룹 설립 과정에서 ‘설립자’로 서명했으며, 이 회사가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회사를 통해 해외 도박 사이트를 직접 지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시사IN〉 제762호 ‘[단독] 박진 장남,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사 ‘설립자’로 서명’ 기사 참조). 박 후보자 측은 장남이 이 회사의 설립자 명단 및 이사진에 올라간 것은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기업 지배구조의 가장 중요한 사안인 설립자·이사진 명단 작성에 착오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의 장남은 전산시스템 관리 담당 직원일 뿐 회사의 사업과 영업 등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시사IN〉은 최근 엔서스 그룹의 전신 회사인 엔서스 그룹 홀딩스(엔서스 홀딩스)가 작성한 ‘투자 제안서’(Investment Proposal)를 입수했다. 2018년 7월 작성된 이 서류에는 엔서스홀딩스가 새로운 회사(이후 엔서스 그룹)를 설립하기 위해 투자를 받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투자 제안서에 따르면, 박진 후보자의 장남은 엔서스홀딩스의 임원(Key Personnel) 6명 중 한 명이자 사업개발부서 책임자(Head of Business Development)로 명시되어 있다. 2018년 7월은 〈시사IN〉이 엔서스 그룹이 설립된 날이자, 박 후보자의 장남이 설립자로 등재된 날이라고 보도한 날짜인 2018년 8월30일보다 한 달쯤 앞선다. 장남이 엔서스 그룹 설립 전부터 이 사업집단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엔서스홀딩스의 투자 제안서 일부. 박진 후보자의 장남 박 아무개씨가 사업 개발 책임자로 명시돼 있다.

 

박 후보자 장남 이외에 임원으로 명시된 사람에는 장남과 함께 엔서스 그룹의 설립자로 기록된 김만수씨, 한국법인인 엔서스랩 코리아의 대표이사 임 아무개씨, 엔서스랩 코리아의 전신 회사인 엔서스랩 주식회사 대표인 이스라엘 국적의 A씨 등이 포함돼 있다.

엔서스홀딩스가 이 투자 제안서를 작성한 목적은 1000만 달러를 투자받기 위한 것이다. 엔서스홀딩스는 기업 구조개편 등에 이 투자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엔서스홀딩스는 회사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소재한 탓에 은행과의 거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등 사업 확장 및 기업공개(IPO)에 한계가 있다고 투자 제안서에 덧붙였다. 이에 따라 10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면 캐나다나 영국의 조세회피처가 아닌 지역에 새로운 본사를 만드는 등 기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이었다. 박진 후보자의 장남이 최근까지 근무한 엔서스 그룹의 소재지는 캐나다이다.

엔서스홀딩스는 투자 제안서에 담은 자신들의 사업 연혁에서, 해외 도박 사이트인 GG포커를 출시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엔서스홀딩스는 2017년 3분기 자신들이 GG포커를 출시했으며, 빠르게 성장해 수년 안에 사업 대표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사IN〉 취재 결과에 따르면 GG포커는 조세회피처인 맨섬에 설립한 GG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GG인터내셔널은 엔서스 그룹의 자회사다. 엔서스 그룹은 2020년 3월31일 GG인터내셔널을 인수해 현재 직접 지배하고 있다.

엔서스홀딩스 투자 제안서에 담긴 사업 연혁. 해외 도박 사이트 ‘GG포커’ 론칭 기록이 적혀 있다.

투자 제안서 내용은 박진 후보자 측의 해명과 배치된다. 앞서 박진 후보자 측은 장남이 회사 전산시스템 관리 담당 직원으로서 회사의 사업과 영업 등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캐나다 소재 엔서스 그룹의 설립자 및 이사로 등재된 것은 실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 제안서에 따르면, 박진 후보자의 장남은 엔서스 그룹 설립(2018년 8월30일) 전부터 엔서스홀딩스의 중책을 맡고 있었다. 엔서스 그룹을 설립하기 위한 자금 모집에도 관여했다. 장남이 맡고 있는 직무 역시 전산시스템 관리가 아닌, 사업 개발 담당 임원이었다.

〈시사IN〉은 몰타 기업등록소(Malta Business Registry)로부터 ‘GGN 유럽 유한회사(GGN Europe limited)’의 설립 계약서 및 관련 서류 일체도 입수했다. GGN 유럽은 엔서스홀딩스의 자회사였다. 현재 ‘GG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GG네트워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해외 도박 사이트인 GG포커의 소프트웨어가 자신들의 제품이라고 소개한다. GG포커는 엔서스 그룹에서 자회사를 통해 직접 지배하고 있는 해외 도박 사이트다.

 ‘GGN 유럽 유한회사’ 증자 관련 서류 일부.

GGN 유럽 유한회사는 2018년 4월27일 설립됐다. 설립과 동시에 엔서스홀딩스에 인수됐다. 당시 엔서스홀딩스는 주당 1유로(약 1300원)에 GGN 유럽 주식 1200주를 사들이면서 회사를 인수해 자회사로 뒀다. 2019년 6월17일 GGN 유럽은 주식을 새로 발행(주당 1유로, 5만 주)해 회사 자본을 늘렸다(증자). 곧바로 회사의 지배 기업인 엔서스홀딩스가 5만 주를 전량 인수했다.

이 서류를 보면, 증자 작업을 대표(on behalf of)한 인물은 GGN 유럽 유한회사의 이사 황 아무개씨다. 황씨는 박진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 청문 자료에서 ‘장남이 엔서스 그룹에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고용확인서에 서명한 이사다.

황씨는 증자가 이뤄질 당시 캐나다에 체류 중이었다. 이 때문에 증자 당일인 2019년 6월17일, 황씨는 자신이 증자 작업과 관련해 “대리인들에게 권한을 줬다”라는 내용을 담은 위임장(Power of Attorney)을 몰타로 보냈다. 이 위임장에 박진 후보자 장남의 이름이 등장한다. 장남은 보증인으로 서류에 이름을 올리고 직접 자필 서명했다.

엔서스홀딩스는 2020년 9월22일 자신의 지분 100%(5만1200주)를 모두 캐나다 법인이자, 박진 후보자 장남이 근무한 엔서스 그룹에 넘겼다. GGN 유럽이 엔서스 그룹의 자회사가 된 건 이 시점이다. 앞선 위임장에서 엔서스홀딩스를 대표한 황씨와 이를 보증한 박진 후보자의 장남은 모두 엔서스 그룹의 설립자로 등재돼 있다. 장남이 이사로 등재된 서류는 정정됐으나, 설립자로 이름을 올린 서류는 정정되지 않고 2022년 4월27일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엔서스 그룹의 GGN 유럽 유한회사 인수 서류 일부.

박진 후보자의 장남이 몰타 기업등록소로 보낸 위임장에 보증인으로서 서명한 날짜는 2019년 6월17일이다. 박 후보자가 주장한 엔서스 그룹 이사 등재 정정이 이뤄진 날짜(2018년 11월22일)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당시 GGN 유럽은 박 후보자의 장남이 근무한 것으로 확인된 엔서스 그룹의 자회사도 아니었다.

다만 새롭게 확인된 위임장은 황씨가 서류에 서명하는 현장을 장남이 ‘목격했다’는 취지로 작성됐다. 실제로 대표자인 황씨가 직접 서명했는지 확인해주는 정도의 의미인 셈이다. 그러나 앞선 박 후보자 측 해명과 달리 회사 설립 전부터 임원으로 등재됐고, 증자와 같은 주요 업무 서류에서 자필 서명이 발견된 만큼 장남의 업무 관여 여부에 대해 박 후보자 측이 입장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진 후보자는 〈시사IN〉 보도에 대해 두 차례 해명했다.

그동안 박 후보자는 〈시사IN〉 보도에 대해 두 차례 해명했다. 박 후보자의 장남이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사 임원으로 근무 중이라는 〈시사IN〉 최초 보도 다음 날인 4월19일, 박 후보자 측은 “(회사는) 캐나다 소재 합법적 기업으로, 게임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사IN〉은 박 후보자의 장남이 엔서스 그룹의 설립자로 등재됐고, 이 회사가 해외 도박 사이트를 직접 지배하고 있다고 추가 보도했다. 박 후보자 측은 4월21일 두 번째 해명자료를 통해 ‘설립자 등재는 직원의 실수’라고 밝혔다. 회사가 도박 사이트를 직접 지배하고 있다는 지점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새롭게 확인된 박진 후보자 장남의 엔서스홀딩스 재직 여부, 증자 과정에서 서명한 배경 등에 대한 〈시사IN〉의 질의에 외교부 인사 청문 담당 TF는 “후보자의 장남은 기술자로서 엔서스 그룹 내부의 회사 전산시스템을 유지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IT Operations Manager)이었을 뿐, 회사의 사업 영역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임원이 아니었다”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자필 서명에 대해서는 “후보자의 장남이 엔서스 그룹 자회사인 GGN 유럽 유한회사의 증자 관련 위임장(Power of Atorney)에 서명한 것은, 당시 위임장에 엔서스 그룹 대표자가 서명하는 과정에 단순 ‘증인(Witness to this signature of this document)’으로 형식상 서명한 것일 뿐, 엔서스 그룹의 임원 자격으로 서명한 것이 아니다”라며 “위임장 서명 일자는 2019년 6월17일로, 후보자의 장남은 임원으로 서명한 것이 아니며 (장남은) 2018년 8월30일부터 엔서스 그룹의 어떠한 임원 자격도 갖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투자 제안서에 대해서는 “2018년 7월자 엔서스 그룹 투자 제안서와 관련해 장남은 당시 한국에 거주 중이었으며(2018년 12월11일 출국), 엔서스 그룹이 공식 설립된 2018년 8월30일부터 회사의 사업 영역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임원(director)이 아니었음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외교부 인사 청문 담당 TF는 한국에 거주 중인 장남이 투자 제안서에서부터 임원으로 올라 있었던 점 등, 기존 해명과 다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자명 문상현·주하은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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