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4월20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장남이 도박(포커) 사이트를 운영하는 해외 한 그룹사의 설립자이자 임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해당 사이트는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도박(포커) 사이트다. 운영사가 조세도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도박 사이트를 직접 지배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박진 후보자 측은 〈시사IN〉의 보도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르다”라며 4월19일 해명 자료를 냈다. 그러나 〈시사IN〉이 입수한 문건, 취재 결과 등과 비교하면 설명이 사실과 다르거나 선택적으로 해명한 지점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박 후보자 장남으로부터 시작되어 인사 검증대에 오른 이번 의혹은 박 후보자의 거짓 해명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박진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 청문 자료에 따르면, 박 후보자의 장남 박 아무개씨는 ‘엔서스(NSUS) 그룹’에 근무한다는 고용확인서를 보냈다. 그룹사의 이사(Director)라고 밝힌 황 아무개씨는 관련 자료에서 “이 서신은 박씨(박 후보자 장남)가 2018년 12월11일부터 엔서스 그룹(NSUS Group Inc.)에서 정규직 상근 직원으로 근무 중임을 확인합니다. 박씨는 운영 부사장(Operations Vice President)으로 채용되어 현재는 운영 관리자(Operations Manager)로 근무 중입니다”라고 확인했다.

엔서스 그룹은 국회에 제출한 고용확인서에서 회사 소재지를 캐나다라고 밝혔다. 〈시사IN〉 취재 결과 이 회사는 국내에 설립된 ‘엔서스랩(NSUS 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엔서스랩은, 2014년 2월14일 온라인 슬롯 게임을 만들어 운영하는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한국인들이 설립했다. 2016년 영국계 자본에 인수됐으며, 이후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등록됐다. 2017년 2월 ‘GG포커’라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론칭했다.

엔서스 그룹은 과거 국내 언론을 통해 조명되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2018년 ‘파나마 페이퍼스’를 추적한 ‘끊임없이 조세도피처로 가는 한국인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엔서스 그룹이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유출된 모색폰세카(파나마의 법률회사로, 2016년 세계 페이퍼컴퍼니 관련 자료가 이 회사에서 대량 유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김만수씨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엔서스 그룹의 주주이자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영국계 자본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조세도피처에 법인을 설립한 뒤 김만수씨의 이름을 주주와 이사로 등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한국에서 설립된 엔서스랩 법인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만수씨는 이 회사 사내이사도 지냈다. 〈뉴스타파〉는 모색폰세카 유출 문서를 통해 드러난 이 회사의 복잡한 구조를 거쳐, 온라인 카지노 슬롯 게임 운영을 통해 나온 수익이 엔서스 그룹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시사IN〉이 맨섬 기업부를 통해 입수한 GG인터내셔널 설립 계약서.
〈시사IN〉이 맨섬 기업부를 통해 입수한 GG인터내셔널 설립 계약서.
GG인터내셔널 주소를 통해 구글맵으로 확인한 건물과 사무실.

박진 후보자의 장남이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사에 근무 중이라는 〈시사IN〉의 최초 보도 다음 날인 4월19일, 박 후보자 측은 이를 부인했다. 박 후보자의 장남이 근무한 회사는 “캐나다 소재 합법적 기업으로, 게임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할 뿐”이라고 밝혔다. 관계사인 국내 소재 엔서스랩 또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기업으로 2016년에 이미 영국계 자본에 인수됐고, 불법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유통에 관여된 사실이 전혀 없다”라고도 주장했다.

엔서스 그룹 설립 인가증에 등장하는 이름

박 후보자의 장남은 일개 직원이었을 뿐이라는 해명도 내놓았다. “(박) 후보자 장남은 기술자로서 엔서스 그룹 내부의 회사 전산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었을 뿐 회사의 직접적인 영업이나 사업 영역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회사 간 지배관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해명은 〈시사IN〉의 추가 취재 결과와 달랐다. 〈시사IN〉은 캐나다 산업부와 이메일을 통해 엔서스 그룹의 ‘설립 인가증’을 입수했다. 2018년 8월30일 작성된 서류를 보면, 이날 박진 후보자의 장남은 설립자(Incorporator)로서 문서에 서명했다. 설립자 명단에는 박 후보자의 인사 청문 자료에 첨부된 장남의 엔서스 그룹 고용확인서에 서명한 황 아무개씨, 한국법인인 엔서스랩의 사내이사였던 김만수씨가 함께 등재되어 있다.

박 후보자의 장남을 포함한 세 명은 엔서스 그룹 최초 이사진(First Board of Directors)으로도 등록돼 있다. 박 후보자의 장남이 회사 설립에 처음부터 관여했다는 의미다. 앞서 박 후보자 측이 장남은 회사의 영업과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고 회사 간 지배관계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지만, 〈시사IN〉이 입수한 캐나다 정부의 공식 서류는 이를 정확하게 반박한다.

박 후보자 장남의 회사가 게임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할 뿐, 도박 사이트 운영에 관여하는 불법 회사가 전혀 아니라는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엔서스 그룹이 해외 도박 사이트 GG포커를 직접 지배하고 있는 사실이 〈시사IN〉 취재 결과 새롭게 확인됐다.

GG포커 홈페이지를 보면, GG포커의 법적 책임·운영 등을 담당하는 회사는 영국 자치령인 맨섬(The Isle of Man) 소재의 ‘GG인터내셔널 유한회사’로 명시돼 있다. 영국과 맨섬은 온라인 도박이 합법화돼 있다. 주요 조세회피처인 맨섬에는 페이퍼컴퍼니가 곳곳에 설립돼 있다.

GG포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한국에서는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GG Poker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IN〉이 맨섬 기업부(Depart- ment of Enterprise)를 통해 입수한 GG인터내셔널 유한회사의 설립 계약서(Memorandum of Association)를 보면, 익숙한 이름이 등장한다. 캐나다 소재의 엔서스 그룹이다. 엔서스 그룹은 액면가 영국 1파운드(약 1600원)의 주식 1주를 통해 GG인터내셔널 유한회사를 인수(subscribe)했다. GG포커의 법적 책임·운영을 담당하는 회사는 GG인터내셔널이고, GG인터내셔널의 지배회사는 박 후보자 장남이 근무한 엔서스 그룹이라는 뜻이다.

페이퍼컴퍼니 통해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

GG인터내셔널은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인은 ‘액면가 1파운드 주식 1주’로 설립됐다. 또한 2020년 3월31일 설립 당시 대리인(Agent)으로 ‘선테라 유한회사(Suntera Limited)’라는 회사를 임명했는데, 〈시사IN〉 취재 과정에서 선테라는 맨섬에서 525개 회사를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25개 회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464개 회사의 사무실 주소가 대리인인 선테라의 주소지와 일치했다. 14개 회사의 주소지가 달랐고 47개 회사는 폐쇄됐다. GG인터내셔널이 설립 당시인 2020년 3월31일부터 2021년 6월25일까지 등록한 사무실 주소 역시 선테라와 같았다. GG인터내셔널은 이후 한 차례 대리인과 주소지를 바꾼다. 구글 지도에 따르면, 새롭게 등록된 주소지는 선테라의 주소로부터 도보 5분 거리 인근에 위치해 있다.

결국 엔서스 그룹은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사실상 해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 구조대로라면, 해외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통해 얻은 수익이 결국 박진 후보자의 장남이 재직했던 엔서스 그룹으로 불투명하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

엔서스 그룹은 한국에 소재한 엔서스랩 코리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 위치한 엔서스 그룹의 전신은 영국에서 2016년 설립된 엔서스 그룹이다. 현재 한국에 등록된 유한회사 엔서스랩 코리아의 전신은, 2014년에 설립된 주식회사 엔서스랩이다.

엔서스 그룹의 현재 법인과 전신 법인, 엔서스랩 코리아의 전신인 ㈜엔서스랩, GG인터내셔널 등 4개 회사는 동일 인물들이 사내이사를 맡는 식으로 연결된다(16쪽 그림 참조).

구체적으로 현재의 엔서스 그룹과 엔서스랩 코리아의 전신인 ㈜엔서스랩의 서류에는 모두 ‘김만수’라는 인물이 공통으로 등장한다. 현재 엔서스 그룹의 설립자인 김만수씨는 과거 ㈜엔서스랩의 사내이사였다.

엔서스 그룹의 전신 법인과 ㈜엔서스랩 사이에도 김만수씨가 있다. 김씨는 엔서스 그룹 전신 법인의 이사였다. 김씨처럼 두 회사 사이에 함께 이름을 올린 임원은 또 있다. 이스라엘 국적 A씨다. A씨는 엔서스 그룹 전신 법인의 이사이자, ㈜엔서스랩의 대표이사였다.

맨섬에 설립된 GG인터내셔널과 ㈜엔서스랩 사이에는 한국 국적의 B씨가 동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B씨는 ㈜엔서스랩 대표이자 GG인터내셔널 사내이사였다. B씨의 주소지로 등록된 곳은 엔서스 그룹 전신 법인의 주소와 같은 거리(Street)에 위치해 있다. B씨는 GG인터내셔널 서류에 등록된 이사 중 유일하게 맨섬에 주소를 두고 있지 않다. 소재 국가와 회사 이름은 차이가 있지만 회사들을 연결해보면 사실상 소수의 인물들이 공유하는 법인들로 보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술보증기금(기보)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엔서스랩은 2015년 7월30일 2억8500만원 규모의 보증서를 발급했다. 기보는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 예산과 자체 재원을 바탕으로 보증을 지원해오고 있다. 다만 기보는 자료에서 ㈜엔서스랩이 어떤 기술로 기보에 보증을 신청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엔서스 그룹이 해외 도박 사이트를 직접 지배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만큼 당시 어떤 기술로 기보의 보증을 받았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보는 2016년 7월6일 보증을 해지했다. ㈜엔서스랩은 채무를 모두 청산했다. 2016년은 이 회사가 영국계 자본에 인수된 해다.

GG포커는 과거 국내에서도 접속해 게임을 할 수 있었으나 2020년 11월경부터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회원 가입 시 국적 선택 난에는 ‘한국’이 없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 다른 국가를 임의로 설정 가입해 로그인을 해도 “당신의 국가에서는 실제 현금으로 도박을 할 수 없다”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현재 다른 국가를 통한 우회 접속, 프로그램 설치·접속 팁 등이 각종 국내 포털사이트와 포커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고 있다. ‘머니상’ ‘한국 환전소’ 등 현금과 온라인 게임머니를 교환하는 정보도 함께 공유된다. 온라인 도박 수사에 밝은 한 경찰 관계자는 〈시사IN〉과 만나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운영 중인 사이트라도 국내에서 직접 사이트와 환전소 등을 운영하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 측이 국회에 보낸 인사 청문 자료를 보면 엔서스 그룹은 고용확인서를 통해 “(장남) 박씨가 2018년 12월11일부터 정규직 상근직으로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사IN〉이 입수한 엔서스 그룹의 설립 인가증을 보면 박 후보자의 장남이 설립자로서 서명한 날짜는 2018년 8월30일이다. 박 후보자 측은 장남이 설립 당시부터 관여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실수’로 서류에 등재됐다는 해명 내놔

엔서스 그룹이 제출한 박진 후보자의 인사 청문 자료에는 “(장남) 박씨가 운영 부사장으로 채용돼 현재는 운영 관리자로 근무 중”이라고 쓰여 있다. 〈시사IN〉이 박씨 의혹을 제기한 다음 날인 4월19일 박 후보자 측은 해명 자료를 통해 장남이 “최근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엔서스 그룹을 퇴사했다”라고 밝혔다.

〈시사IN〉이 캐나다 산업부에 문의해 입수한 설립 인가증 중 일부. 네 번째 서명자로 표시된 ‘PARK’가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장남이다.
〈시사IN〉이 캐나다 산업부에 문의해 입수한 설립 인가증 중 일부. 네 번째 서명자로 표시된 ‘PARK’가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장남이다.

엔서스 측은 지난 4월13일 이 고용확인서에 서명했다. 박 후보자가 국회에 인사 청문 자료를 보낸 날짜는 4월15일이다. 박 후보자 측 해명이 사실이라면, 박 후보자의 장남은 아버지가 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퇴사했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4월13일 박진 국민의힘 의원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박 후보자의 장남은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5년간 SC제일은행에서 근무했다. 이후 대학 선배들과 엔서스 그룹에서 함께 일했다. 〈시사IN〉은 박진 후보자 장남이 정확히 언제, 왜 회사를 퇴사했는지와 엔서스 그룹 설립 참여 여부 및 엔서스 그룹의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 의혹 등에 대해 외교부 인사 청문 준비단에 질의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다만 외교부 장관 인사 청문 준비단은 〈시사IN〉의 추가 보도 다음 날인 4월21일 또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아래와 같이 해명했다. “2018년 8월30일 엔서스 그룹 설립 과정에서 후보자의 장남이 설립자로 등재된 것은 회사 측의 실수로 인한 것이었고, 사후에 그 사실이 확인되어 설립 당일인 2018년 8월30일부터 후보자의 장남은 회사 임원이 아니었던 것으로 관련 서류가 정정된 바 있다. 서류에서는 전산 운영관리자(IT Operations Manager)였던 것이 명확히 확인된다. 더구나 후보자의 장남은 엔서스 그룹이 설립되던 2018년 8월30일에는 캐나다 현지에 있지도 않았으며, 관련 서류는 2018년 11월12일 정정되었고, 후보자 장남은 2018년 12월11일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해 근무를 시작했다. 따라서 최초 설립 서류에 일시 성명이 실수로 등재된 것만을 근거로 후보자의 장남이 회사 운영과 관련 법인 설립 등에도 관여했다고 추정하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후보자의 장남은 기술자로서 엔서스 그룹 내부의 회사 전산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었을 뿐 회사의 직접적인 영업이나 사업 영역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명백히 밝힌다.”

박 후보자 측의 2차 해명에도 의문이 꼬리를 문다. 장남이 설립자로 등재된 서류와 이사직이 정정된 서류는 각각 다르다. 설립자로 등재된 서류는 수정 없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박 후보자 측은 엔서스 그룹이 설립된 건 2018년 8월30일이고, 장남이 정식 고용된 날짜는 같은 해 12월11일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 측 설명대로 설립자로 등재된 것이 엔서스 그룹의 ‘실수’였다 하더라도, 이미 4개월 전부터 회사 관계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엔서스 그룹이 GG포커를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직접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이 없었다. 〈시사IN〉은 박 후보자 인사 청문 준비단에 이러한 내용을 담아 추가 질의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기자명 문상현·주하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