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이 쓴 〈시적 정의(Poetic Justice)〉는 시인의 입을 빌려 법과 정의를 말한다. 정의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상상해야 가는 길이 보인다고 답한다. 공감해야 그 길을 걸어 정의로움에 이를 수 있다고 역설한다. 고통을 받고 두려움에 떠는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고 상상하고 공감할 때에, 어떻게 하다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이보다 더 나을 수는 없을까 진지하게 숙고한다는 뜻이다. 타인에 대한 연민을 합리적 논증의 전제로 제시했다. 토머스 라이머가 쓴 〈비극 소론(A Short View of Tragedy)〉에서 유래한 ‘시적 정의’를 문학이 아닌 법과 경제의 영역으로 끌어냈다. 경제 논리 역시 타인의 희생과 아픔에 대한 깊은 이해에 터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인의 정의로운 눈으로 우리 헌법을 읽어본다. 손실보상 조항이다.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하면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애초 제헌헌법에서는 어느 정도 ‘상당한’ 보상이면 괜찮다고 했다. 제5공화국 헌법에서는 공익과 관계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저울질하라는 식이었다. 지금 우리 헌법은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정당한 보상은 무엇일까. 대법원은 완전한 보상이라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도 완전보상을 뜻한다고 결정했다. 객관적 재산 가치만큼 모두 보상해야 한다. 보상금액뿐만 아니라 보상 시기나 방법에서도 어떤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완전한 보상은 정확한 사랑과 연결된다. 시인 장승리는 ‘말’에서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다고 읊조렸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상상하고 공감했다.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고통을 느낀다고 해석했다.
2021년 7월6일까지 발생한 손실은 제외한다는데
감내하기 어려운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그 울분을 가늠해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가 반복되어왔다. 공익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는 공공필요에 따라 영업의 자유가 제한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자영업자들의 영업장도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었다. 평범한 감수성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헌법에서 정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좌절, 공익을 위한 특별한 희생이 외면당하는 슬픔에 공감이 된다.
손실보상을 위한 근거 조항이 신설되었지만, 불완전하다. 특히 부칙은 개정 규정이 공포된 2021년 7월7일 이후 발생한 손실부터 적용한다고 정했다. 7월6일까지 발생한 손실은 제외했다. 심각한 피해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두루뭉술하게 정했을 뿐이다. 손실보상 신청을 받는 시행 공고에서도 7월7일 이후 손실로 한정했다. 가령 서울의 경우 2020년 4월8일부터 2021년 7월6일까지 업종에 따라 집합금지 명령을 받은 날이 294일에 이르기도 한다. 영업시간 제한이 된 날이 280일을 넘는 매장들이 많다. 1년 반에 이르는 손실 기간을 제외하는 원칙으로는 정의를 바로 세우기 어렵다. 시인의 가슴으로 정확한 사랑, 완전한 보상을 통해 공적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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