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9일 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의전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 ‘의전 논란’과 관련해 경기도청 법인카드가 사적으로 사용된 정황 10건이 〈시사IN〉 취재 결과 추가로 확인됐다. 앞서 다수 언론들은 김혜경씨를 수행한 별정직 공무원들이 김씨 등에게 전달할 소고기 값을 자신의 개인카드로 먼저 결제하고, 다음 날 다시 식당을 찾아가 취소한 뒤 도청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에 〈시사IN〉이 새롭게 입수한 ‘법인카드 사적 유용’ 정황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IN〉은 김혜경씨 ‘의전 논란’을 폭로한 제보자 A씨 측으로부터 개인카드 결제 내역 총 11건(기존 보도된 소고기 결제 1건 포함)을 제공받았다. 의혹이 불거진 정육식당을 포함해 일식, 중식, 한식당 등에서 A씨가 개인카드로 결제한 뒤 취소한 내역이다. 이 자료와 음식점에서 재발행한 영수증, 경기도청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업무추진비 내역 등을 교차 검증한 결과, 실제로 개인카드 결제 취소 뒤 법인카드로 재결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재명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 소속 7급 공무원이었던 A씨 측이 〈시사IN〉에 제공한 자료는 그가 2021년 4월부터 10월까지, 음식점 7곳에서 개인카드로 결제했다가 취소한 내역 11건이다.

카드 취소 내역을 구체적으로 보면(그림 참조), △2021년 4월13일 정육식당 11만8000원 △4월23일 베트남 음식점 9만8000원 △4월30일 같은 베트남 음식점 11만1000원 △5월4일 B초밥집 10만5000원 △5월7일 C초밥집 11만2000원 △5월18일 일식당 12만원 △5월28일 B초밥집 8만8000원 △6월29일 B초밥집 8만8000원 △7월13일 중식당 7만9000원 △7월23일 같은 중식당 7만9000원 △10월5일 한식당 12만원 등이다.

A씨는 도청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 배 아무개씨의 지시를 받고 해당 음식점에서 김혜경씨 등을 위한 식사 등을 산 뒤, 자택에 배달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음식을 구입한 식당들은 경기도청에서 최소 6㎞, 최대 30㎞가량 떨어져 있다. 7곳 가운데 6곳이 도청에서 자동차로 20㎞ 이상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음식점 3곳은 수내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경기도 성남시 수내동은 이재명 지사의 자택이 있는 곳이다.

A씨는 음식을 살 때, 배씨의 지시에 따라 개인카드를 먼저 사용해 결제하고 나중에 식당을 다시 방문해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은 A씨 측이 〈시사IN〉에 별도로 제공한, A씨와 배씨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와 전화 통화 녹취 등에도 담겨 있다.

A씨의 개인카드 결제 취소 내역과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도청 소속 부서 100여 곳의 시책추진(기관운영) 업무추진비 내역을 비교한 결과, 실제 그가 결제했다가 취소한 동일한 음식점에서 같은 가격으로 도청 소속 업무추진비가 지출됐다.

배씨가 소속된 총무과 외에 기획담당관실, 환경정책과, 공정경제과, 노동정책과 등에서도 비용이 쓰였다. 비서 업무와 관련 없는 부서의 법인카드가 동원된 것이다. 환경정책과와 기획담당관실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부서들은 A씨 개인카드 내역과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이 맞닿는 시점을 제외하고 1년 동안 해당 음식점에서 비용을 쓴 경우가 한 차례도 없었다. A씨 측은 “재결제를 위해 받은 법인카드는 배씨 또는 다른 경기도 공무원들이 전해줬다. 재결제를 하면서도 어떤 부서에서 사용하는 법인카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2021년 4월14일 기획담당관실 2분기 시책업무추진비 내역을 보면, ‘수도권 광역행정 협력 강화를 위한 관계자 의견수렴’을 위해 정육식당에서 11만8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A씨가 개인카드를 결제한 다음 날, 같은 금액이 비용으로 지출됐다. 기획담당관실이 작성한 업무추진비 집행 대상 및 대상 수는 ‘도정 관계자 등 4인’이었다.

2021년 4월30일 A씨가 11만1000원을 결제한 베트남 음식점에는 환경정책과가 6월9일 ‘코로나19 대응 환경정책 의견수렴 정담 비용 지출’을 목적으로 같은 금액을 업무추진비로 지불했다. B초밥집의 경우, A씨가 5월4일 개인카드로 10만5000원을 결제했다. 사흘 뒤인 5월7일, 공정경제과가 이 초밥집에서 ‘불법 하도급 근절방안 마련 관계자 의견수렴 간담 경비’를 위해 동일한 비용(10만5000원)을 지출했다.

5월18일엔 일식당에서 A씨 카드로 12만원이 결제되었다. 역시 사흘 뒤인 5월21일, 노동정책과가 같은 식당에서 ‘노사협력 업무추진을 위한 관계자 간담 경비’를 목적으로 같은 비용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7월23일 중식당에서 결제된 7만9000원은, 기획담당관실이 7월26일 ‘코로나19 방역대책 추진을 위한 관계자 의견수렴 간담회 경비’로 지출한 같은 액수의 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월5일 한식당 12만원은, 다음 날인 10월6일, 총무과가 ‘광역행정 업무협력방안 논의 관계자 간담 경비 지출’을 목적으로 같은 식당에서 사용한 12만원과 동전 앞뒤의 관계로 보인다. 총무과의 집행 대상은 ‘도정 관계자 등 3인 또는 4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A씨가 개인카드로 결제한 날짜와 경기도청 부서들이 업무추진비로 지출한 날짜의 기간 차이가 한 달 이상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A씨와 배씨의 전화 통화 내용에서 그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A씨: 여보세요?

배씨: 그러면 지난번에 ○○(식당 이름) 영수증 가져가서

A씨: 네.

배씨: 오늘… 13만원이 넘거든요?

A씨: 네.

배씨: 오늘 거 12만원 하나 긁어오고요.

A씨: 네.

배씨: 지난번 거하고 오늘 나머지 거하고 합쳐 가지고 하나로 긁어오세요.

A씨: 음… 알겠습니다.

배씨: 무슨 말인지 알죠?

A씨: 네. 12만원에 맞추면 되는 거죠? 안쪽으로.

배씨: 네. 12만원 안쪽으로. 두 장으로.

A씨: 네. 알겠습니다.

배씨: 네.

배씨는 A씨에게 ‘지난번 거하고 오늘 나머지 거하고 합쳐 가지고 하나로 긁어오세요’라고 말했다. 음식점에서 결제한 금액이 12만원을 넘을 경우, 과거에 결제한 음식까지 취소한 뒤 쪼개서 결제해오라는 뜻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을 보면, 공무원이 접대비로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1인당 3만원 이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모임 인원이 4인 이하로 제한됐던 점을 감안하면 접대를 위한 업무추진비는 12만원을 넘을 수 없다. 실제 앞서 확인된 경기도청 부서 업무추진비 가운데 12만원을 넘는 금액은 없다.

〈시사IN〉은 경기도청 업무추진비 내역 비교 외에도, 해당 음식점을 직접 방문해 경기도청 법인카드가 사용된 정황을 확인했다. 중식당에서 재발행한 영수증을 보면, 7월13일 오후 6시32분에 A씨는 주문한 음식을 포장하고 개인카드로 결제했다. 그런데 이틀 뒤인 7월15일 점심시간인 12시24분31초에 이 결제 내역이 취소됐고, 20초 뒤 같은 금액으로 재결제가 이뤄졌다. A씨 측은 재결제에 사용된 카드가 경기도청 카드라고 주장했다.

한식당의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졌다. 〈시사IN〉 취재진이 직접 해당 식당을 찾아가봤다. 해당 식당에서 확인한 재발행 영수증에 따르면, 10월5일 개인카드로 결제된 12만원은 다음 날인 10월6일 취소된 뒤, 다시 결제됐다. 앞서 중식당에서 결제된 개인카드, 재결제된 카드와 동일한 카드인 점도 확인됐다. 일부 음식점은 영수증 재발행 기한이 지나 발급이 불가능했거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경기도청은 업무추진비와 관련한 질문에 묵묵부답이다. 〈시사IN〉이 지난 2월8일 2021년 4월14일 기획담당관실 2분기 시책업무추진비 내역에서, 정육식당에 11만8000원을 지출한 목적인 ‘수도권 광역행정 협력강화를 위한 관계자 의견수렴’ 등에 ‘실제 간담회가 열린 것인지’ ‘의견수렴과 관련한 공문 또는 결과 보고 등 기록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경기도청 관계자는 “확인해보겠다”라고 답변한 뒤 2월10일 현재까지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분명한 건 법인카드나 개인카드를 사용한 주체는 배우자(김혜경씨)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개인카드를 배씨가 썼다가 취소하고, 배씨가 소지한 법인카드로 결제한 건지, A씨가 한 건지 이런 내용은 우리가 전혀 알 수가 없다. 왜 개인카드로 썼다가 법인카드로 긁었는지 그 내역을 아는 사람은 배씨와 A씨뿐이다. 후보나 배우자가 알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씨에게는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입장문을 통해 사과 메시지를 냈던 김혜경씨는 2월9일 해당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께 특히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라며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 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인카드 유용을 포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 대신 “진행 중인 수사와 감사에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고 결과가 나왔을 때 책임이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이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김혜경씨의 기자회견 직후 A씨 측은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본질을 관통하지도 못한 기자회견이다. ‘법카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 기자들을 대신해 되묻고 싶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명 성남·문상현 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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