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7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기업인들이 개성공단 폐쇄 조치 합헌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27일 헌법재판소는 2016년 2월 당시 박근혜 정부의 조치인 ‘개성공단 가동 중단’ ‘현지 체류 남한 주민 전원 복귀’ ‘개성공단 방북 불허’ 등에 대해 ‘합헌’을 선고했다. 헌법재판관 9명은 개성공단 폐쇄의 목적이 “강력한 국제적 공조를 유도하여”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개성공단에 토지, 건물, 설비 등을 소유·운영하다가 폐쇄 이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온 한국인 사업자들의 재산권도 보장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시민권자인 개성공단 사업자들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에서 사업하지 말라’며 헌법적 보호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헌재의 ‘북한 경제 봉쇄’ 선언이다.

헌재의 북한 봉쇄가 헌법의 ‘평화’ 조항을 수호할 수 있을까?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개성공단에서 공장이 가동되고, 사람과 물자가 비무장지대를 오가는 상황이라면, 대규모 전쟁이나 폭격은 일어나지 못한다. 당시 합의서 내용대로 남북이 66만㎢ 규모의 개발 예정지(우리가 아는 개성공단은 1단계 공업지구로 3.3만㎢ 규모) 전체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더욱 튼튼한 평화의 교두보가 마련되었을 터이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핵 개발에 전용된다는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그 어떤 객관적 근거도 없는 염려였다. 공단 폐쇄 이후 북한은 더 강화된 핵·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를 경제적 제재조치를 통해 저지하자는 국제적 합의에 기여하는 것’이란 헌재의 판단은 틀렸다. 오히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문에서 개성공단을 대북 제재의 예외로 명시한 바 있다. 헌재의 ‘북한 경제 봉쇄’ 선언은, 개성공단을 제물로 삼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이바지할 뿐이다. ‘교류·협력 없는 남북평화’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헌재의 판단은 평화에 이롭지 않다. 2004년 6월 15개 한국 업체들을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기업으로 선정할 때, 한국이 공단을 중단시키고 이 조치가 한국의 헌법재판소에서 정당화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

헌재 결정 이후, 이제 국회가 제 몫을 다해야 한다. 헌재는 북한에 있는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거부하였을 뿐 아니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서에 대하여 국회 동의도 이루어지 않아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가 촘촘하게 공백을 메워야 한다. 북한지역에서 진행하는 기업 활동에 대한 보상입법을 제정하여, 법률적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개성공단 폐쇄로 큰 손해를 본 기업에 대한 보상입법부터 시급하다. 그리고 남북사이에 체결한 합의서를 국회가 비준하여야 한다. 국민들이 헌법에 아홉 차례나 쓴 평화를 지켜야 한다. 

기자명 송기호 (변호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