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선거를 일종의 ‘시장’으로 보는 관점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이 시장에선 정치인이 공급자, 유권자는 소비자죠.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정책’이라는 ‘상품’을 팔고 ‘표’라는 ‘대가’를 받으려 합니다. 교환이 잘 이뤄지면, 정치인은 권력을, 유권자는 자기 개인이나 소속 집단에 유리한 정책을 얻게 됩니다. 유권자들이 특정 정치인에게 자신의 욕망(‘고매한 인격’ ‘드높은 이상’ 등)을 투사하다가 숭배에까지 이르는 풍경보다는 이런 ‘선거 시장’ 모델이 훨씬 합리적이고 현대적이며 자유주의적이지 않습니까?
〈시사IN〉은 이번 호(제748호)부터 오는 3월9일의 대통령 선거 투표일까지 유력 대선후보들의 ‘정책 상품’을 쉽고 깊고 객관적으로 소개·평가하는 기획기사(‘2022 대선 의제’)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다른 여느 공급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인들 역시 큰 수익(많은 표)을 얻기 위해 자신들의 상품(정책)에 대한 허위 광고를 일삼거나 심지어 불량품을 판매할 유인을 갖고 있습니다. 정책이란 상품은 소모성 소비재가 아니라 일단 구입하면 사용 연한이 수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내구재에 가깝습니다. 이번 기획의 목표는 공약 내용과 실현 가능성은 물론이고 ‘어느 집단이나 계층에게 이익을 주는가’까지 따져서 ‘선거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 공동체의 유지·발전에 절실한 의제임에도 ‘선거 시장’에선 거래 자체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종목’들이 있습니다. 기후위기, 노동시장 공정·효율화, 국민연금 개혁 등입니다. 이런 종목들의 공통점은,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성패마저 불투명하고 단기적으로는 유권자 일부나 모두에게 경제적 손실 및 불편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선거 ‘시장’의 논리로만 본다면, 정치인과 유권자가 관련 공약을 내놓거나 요구할(거래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 언론의 본분은, 중요하지만 소외되는 정책 의제들이 활발하게 거래될 수 있는 ‘(선거) 시장 조성’일 터입니다.
김동인·전혜원 기자가 쓴 ‘2022 대선 의제’의 첫 기사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김동인 기자는 ‘인구문제’라는 틀로 한국의 출산율 저하와 지방 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을 환기하며 유력 후보들의 관련 공약을 살폈습니다. 전혜원 기자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동시에 보험료를 낮추고 기금 고갈 시기까지 뒤로 미루기는 어렵다는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각 캠프의 입장을 점검했습니다. 딱딱한 주제를 쉽고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했으니 잘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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