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5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의 출판기념회에 많은 정치인이 참석했다. ⓒ시사IN 신선영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주요 대진표도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대선 시계가 빨라질수록, 선거는 뉴스의 블랙홀이 된다. 그런 것치고는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선거다.

이럴 때일수록 현장을 뛰는 기자들의 바지런함이 필요하다. 〈시사IN〉 정치팀 기자들이 대선까지 매주 ‘대선 뒷담화’를 나눈다.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각 대선주자들의 표정과 속내를 풀어헤쳐, 독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순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솔직한 방담을 위해 기자들은 별명을 사용했다. 그 주 정치권에서 화제가 된 사건과 말 등에서 따왔다. 정치인들의 직책은 처음에만 쓰고 이후는 생략했다.

청년플랫폼(청):11월 셋째 주에는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갈등, 이재명-윤석열 지지율 격차에 어수선한 민주당의 모습 등이 주요 뉴스였다.

비단주머니(비):11월15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대선 출정식인 양 인산인해였다. 윤석열 후보가 단상에 서서 처음에는 종이를 꺼냈다. 대선후보가 된 후 첫 광주 일정에서도 종이를 보고 읽었다. “제가 자꾸 실언을 한다고 해서 말씀 자료를 써왔는데, 그래도 김종인 박사 이야기니까 실언을 좀 해도 되지 않겠나 싶어서 그냥 말씀드리겠다”라며 종이를 집어넣고 말하는데 특유의 ‘도리도리’가 다시금 나왔다(웃음). 잘 이끌어달라는 러브콜이었다.

무사고운전(무):그러려면 자리를 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쪽에서 김종인이 원톱이 아닌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종인을 총괄상임선대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국민통합위원장으로 하겠다는 안이다. 김병준과 김종인은 껄끄러운 관계다. 지난 4월 김병준은 김종인을 가리키며 “공정의 가치를 높이 들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마어마한 뇌물을 받은 전과자와 손을 잡겠느냐”라고 말한 바 있다. 개인감정을 차치하고라도 지금 나오는 선대위 구성은 김종인이 원하는 모양새가 아니다.

:김병준의 윤석열 선대위 참여가 얼마나 표가 될까. 사실 처음에 김병준의 윤석열 선대위 합류 기사를 보면서 ‘누구…?’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웃음). 지금 윤석열-이재명 지지율 격차가 나지 않나. 그러다 보니 김종인의 몸값도 현재 그리 높지 않다. 윤석열 캠프의 한 관계자는 ‘할배(김종인)는 현재 중도표를 모아올 수 있다기보다는 상징성’이라고 하더라. 2012년 박근혜, 2017년 문재인 대선 승리 당시 김종인이 그쪽에 있었다. 김종인이 가는 쪽이 왠지 이길 거 같다는 느낌을 주니까 잘 모시긴 해야 한다고.

다스베이더(다):전면에 펼쳐지는 장면은 윤석열-김종인 갈등인데, 본질은 윤석열-이준석 갈등처럼 보인다. 이준석은 당대표 선거 당시 계파정치·조직선거를 맹비난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 경선에서는 결국 당 중진들에게 빚을 진 윤석열이 당선되었다. 당의 미래 방향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전히 치열한 싸움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힘은 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당무 우선권이 후보에게 있다. 무게중심이 당대표에서 후보로 옮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준석도 마이크를 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캠프 쪽에서는 이준석이 자기 정치를 한다고 본다. 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 과정과 이후 상황에서 윤석열-이준석 갈등이 있었다. 윤석열 캠프에서는 그때 2030 남자 표를 잃었다고 리뷰한다.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현상의 기저에는 당시 이준석 편을 들어준 홍준표 의원의 발언이 있었다고 보더라. 그래서 윤석열 캠프에서는 이준석 관련 발언은 최대한 자제한다는 모드인데, 인내심을 시험당하는 중이라고 하더라. ‘오냐오냐하니 수염까지 자르려고 든다’고.

:홍준표도 “이준석 내치면 대선은 집니다”라고 남겼다. ‘청년의꿈’이라고 홍준표가 만든 홈페이지에 지지자들이 질문을 남기면 답글을 달아주는 형식으로 발언했다. 사흘 만에 페이지뷰가 1000만을 넘겼다고 한다. 관련 ‘밈’이 많이 돌아다닌다. ‘이재명’이라는 아이디와 프로필 사진을 한 사람이 “혹시 제 닉네임 때문에 답변을 안 달아주시는 건가요”라는 제목으로 “불편하면 바꾸겠습니다”라는 게시글을 남겼는데, 홍준표가 “그렇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웃음).

:바이든 관련 이야기도 있었다. “미국 바이든이 나이 80에 대통령을 하는데, 홍 의원도 대선을 또 할 수 있다”라는 글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홍준표가 댓글을 달았다. 1953년생 홍준표는 올해 67세다. 다음 대선 때는 73세니,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78세보다 어리긴 하다(웃음).

:요즘 여의도에서 바이든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웃음). 바이든을 롤모델처럼 말하는 정치인이 부쩍 늘었다. 원로 정치인에게 덕담 삼아 “건강만 잘 챙기시면 된다, 바이든 봐라”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은 청년 정치인들은 한숨부터 푹푹 쉬고.

:2030 남자층의 홍준표 인기는 현장에 나가보니 확실히 알겠더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직전, 하루 차이로 윤석열과 홍준표가 홍대 유세 일정을 한 적이 있다. 윤석열 캠프에서 홍대 일정을 잡는 걸 보고 홍준표 캠프가 일부러 같은 데로 잡았다고 했다. 비교우위를 드러내려고. 얼마나 차이 날까 싶었는데, 가보고 놀랐다. 윤석열 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홍준표는 진짜 연예인같이 2030이 엄청 모이고 사진 찍고 그랬다. 〈연예가중계〉 게릴라 데이트인 줄 알았다(웃음).

11월13일 이재명 민주당 후보(왼쪽부터 세 번째)가 경남 거제에서 ‘차박’을 하며 예비부부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비해, 민주당은 힘이 빠져 보인다. 이재명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캠프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대선후보의 일정은 곧 메시지다. 후보가 어딘가를 가면 그에 맞는 메시지와 전략이 같이 나와야 한다. ‘2030이 약하니, 청년을 우선 많이 만나자’ 정도로는 산토끼를 잡기 힘들다. 11월13일 이재명은 경남 거제에서 ‘차박’을 하며 예비부부와 만났다. 유튜브 생중계를 했는데, 이재명이 동시접속자가 3000명이 넘으면 부인과 통화하겠다는 공약을 즉석에서 했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며 기사화되던데, ‘집권 여당 대선후보가 동접 3000명으로 공약을 했다’는 사실이 더 눈에 들어오더라. 지금 확실히 위기구나 싶었다.

:민주당에서도 문재인 캠프의 ‘광흥창팀’ 같은 별동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광흥창팀 멤버였던 양정철 전 민주정책연구원장이 11월17일 여의도에 나타났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2007년 정동영 후보의 참패를 언급했다. 특히 현역 의원들을 겨냥해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누구는 외유 나갈 생각하고, 아직도 지역을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라고 한 지적을 민주당이 얼마나 아프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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