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심상정은 2021년 현재 한국 진보정당이 낳은 최대 정치 자산이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19~21대 국회에서는 지역구에서 당선되었다. 진보정당의 유일한 4선 정치인이다. 2017년 19대 대선에 정의당 후보로 출마해 6.17%(201만7458표)를 얻었다. 진보정당의 역대 최고 대선 득표다. 그가 또다시 대선에 도전한다.

서울 구로공단에서 미싱을 돌리던 20대 노동운동가 ‘김혜란’(위장 취업 시절 가명)은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을 지내며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과 함께 40대의 제도권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60대에 접어든 그는 이번 대선 출마를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고 말한다.

현재 정의당 대선후보로 심상정이 마주한 질문은 주로 당과 관련 있다. 단일화 여부, 사표(死票)론, 집권 후 역량 등에 대한 의문은 정의당이 원내 6석의 소수정당이라는 데서 파생한다. 단순다수제와 대통령제의 결합하에서 제3정당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선에서 양강 구도가 치열해질수록 제3정당은 다양한 층위의 압박에 시달린다. 실제로 2012년 진보정의당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심상정 후보는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했다.

지난해 총선 직전까지 심상정이 정의당 대표로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올인’한 이유다. 이는 정의당의 현실 때문이었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 저변 확대를 노렸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정의당은 기대만큼의 의석수를 가져가지 못했다. 심지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현을 위해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인준에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샀다.

11월3일 국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를 만났다.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와의 경선 소회부터 물었다. 두 사람은 결선투표까지 갔고, 264표 차이로 심 후보가 신승했다.

 

심상정 의원(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은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연합뉴스

결선투표 끝에 정의당 후보로 선출됐다.

‘치열한 경선을 통해 본선 경쟁력을 가진 최종 후보를 뽑는 것’이 당원들의 계획이었던 것 같다.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았다. 이번 경선은 당에서도 아주 절박한 선거였다. 작년 총선 이후 당이 겪은 좌절감이 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위성정당도 그렇고 여러 우환이 있었다. 많은 당원이 탈당했다. 당권 정지가 된 당원도 2만5000명 정도다. 그분들은 6개월 동안 당비를 내야 투표권을 가질 수 있다. 전임 대표 사건(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이후, 화가 나서 관망한 분들이 많다 보니 전체적으로 당권자의 수가 최소화된 상태로 경선을 치렀다.

당내 경선에서 세대교체 바람도 확인되었다.

노회찬 대표가 돌아가시기 전에 둘이 앉아 새벽 3시까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진보 1세대의 사명과 책임에 대한 것이었다. ‘후배들에게 노회찬·심상정 모델을 강요할 수 없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후배들이 서로 경쟁·협력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어주자고 했다. 그 방안이 교섭단체였고, 이를 위해 선거제도 개정에 ‘올인’하게 되었다. ‘영끌’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며 유린해버렸다. 또한 노회찬·심상정 이후 리더십에 대해 고민했다. 지난 총선 직후 당대표 사퇴는 물론 ‘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한’ 결과에 책임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총선 출마 이전부터 (이후 리더십 문제 때문에) 사퇴를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세대교체 리더십’을 세우는 게 좋겠다고 (노회찬과) 뜻을 모았는데, 사고(김종철 당대표의 성추행 사건)가 나면서 결과적으로 진보정치 1세대의 두 가지 소임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늘의 뜻인가 보다’ 하고, 대선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이번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정치인 심상정의 마지막 소임을 찾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소임이라고 한 것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정의당이 새로운 집권 전망을 열어가면서 특정 인물에 의존하는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는 의미다. 그게 가장 절박한 게 저다.

요즘 유행하는 ‘K-장녀(집안을 책임지는 한국형 맏딸)’라는 말이 떠오른다(웃음).

K-장녀의 특징은 자신의 책임도 스스로 벗어야 한다는 거다. ‘(진보정당에 왜) 노회찬·심상정밖에 없냐’는 질문과 이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면 답답했다. 대한민국 정치사를 보면 제3정당 인물은커녕 제3정당 자체가 살아남기 힘들었다. 정의당밖에 없다. 양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과두지배 체제하에서 새 정치세력 등장은 가로막혀 있다. 그만큼 정치 순환이 안되니까 결국 (정당 간) 극단적 불평등까지 갔다. ‘내로남불 정치’의 매캐한 연기만 가득하다. 대선인데 찍을 사람이 없다는 상황이다. 신구 기득권 경쟁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 다양한 시민의 이해와 견해를 반영하는 다당제하에 책임 연정이 이뤄져야 한다.

책임 연정은 어떤 의미인가?

심상정이 대통령 됐을 때의 국정 운영 전략이다. 책임 연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묻지만 그걸 지금 구체화할 순 없다. 선거 과정 중에 다양한 주의·주장을 살피고 시민들 반응도 봐야 한다. 다만, 불평등·기후위기·차별금지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 및 시민사회와 폭넓게 (책임 연정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철수·김동연 후보와도 가능한 이야기인가?

두 분이 현재까지 말한 것으로 볼 때, 나와 공통분모는 양당 체제 종식이다. 현재로서는 양당 체제 종식 선언은 함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 외의 사안들은 앞질러 말할 수 없다. 아직 안철수씨의 공약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따로 물밑 접촉이 있는지?

(앞으로) 있을 것 같다. 김동연 후보가 지난번에 두루 만나겠다 말씀하시고 타진하고 있는 것 같더라.

선거법 개정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는데, 당시를 복기해보자면?

‘정의당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들 하신다. 그 책임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많이 답답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9.6%(정의당의 비례대표 득표)의 지지를 줬다. 그런데 현실은 2% 의석이었다(전체 300명 국회의원 중 6명). 2% 의석으로 10%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양당 체제가 수많은 시민을 배제하는 제도적 장벽을 쌓았다. 선거제도는 주권자인 시민의 권리를 공정하게 반영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당의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 가거나, 정의당의 욕심처럼 프레임을 씌운 것에 대해서 참 용서가 안 된다. 정의당으로 가야 할 20석의 상당 부분을 빼앗아서 민주당은 180석이 되었는데, 뭘 바꿨나? 이런 점들에 대해 복기하는 대선이 되어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는 사표 심리가 작동한다.

심상정을 찍으면 심상정이 된다. 시민들이 언제까지 짬뽕과 짜장면 중에서만 하나를 골라야 하는가. ‘거대 양당 후보 중에 찍을 사람이 없다. 자격 갖춘 사람 없다. 그러나 심상정은 당이 작아서 대통령 할 수 있겠나’라고, 시민들이 고민하는 것 같다. 차악을 고민하지 말고 최선을 고르시라. ‘심상정 선택’은 양당 체제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렇게 가야 지금의 정치 체제가 정책·비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선거법도 바꾸고 개헌도 시도하겠다. 양당 체제하의 대통령은 아무리 잘해도 자기 권력 지키는 것밖에 못한다. 권력투쟁에만 유리하지 민생이 없다. 나의 삶이, 나의 요구가 반영되는 대선을 만들어달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우리 사회 변화의 바로미터는 심상정이 몇 %를 얻느냐에 의해 규정될 것이다.

그럼 정말 단일화는 없나?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본선 후보가 된 지 며칠이나 되었나. (‘개혁 진영이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 ‘어떤 형식이든 힘을 합쳐야 한다’는 말을 꺼낼 정도로) 자신 없으면 링에서 내려가야 한다. 서로 다른 비전과 정치 목적을 가지고, 이제 선거를 하고 있는데 ‘당신 비켜라’ ‘나한테 보태라’ 얘기하는 건 상도의에 맞지 않는다.

양당제가 문제라고 해도, 정의당의 수권 능력엔 물음표가 남아 있다.

가로·세로가 있어야 면적이 나오지 않느냐. 좋은 비전과 정책(가로)도 있어야 하지만, 세력이 확장(세로)되어야 권력의 힘(면적)이 만들어진다. 정치는 시민운동과 다르다. 정치는 권력을 잡고 그걸 선용(善用)함으로써 사회를 바꾸려 한다. 권력 플랜이 없으면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는 ‘군소 정당과 유력 정당의 차이는 크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의당은 그동안 앞장서서 좋은 정책과 비전을 말해왔다. 구체적인 결과를 갖다드릴 힘이 없다면 국민들이 효능감을 느끼겠는가. 그런 점에서 20년 진보정당이 느끼는 위기가 있다. 그런데 정의당이 힘을 갖지 못하면 또 다른 진보정당의 자리, 노동의 자리, 시민사회의 자리가 함께 무너질 수 있다. 사회의 변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이 정의당을 키우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2019년 4월26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보좌진들과 대치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2004년 원내 입성부터 지금까지 진보정당 17년을 평가하자면?

앞서 말했듯이 비전과 정책의 진전은 많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힘이 크게 향상되지 못했다. 그러나 실패의 경험도 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항간에 심상정이 말하면 몇 년 후에 실현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 모병제만 하더라도 지난 대선에서 나만 주장했다. 당시 ‘홍카콜라’(홍준표)가 나를 포퓰리스트라고 엄청 공격했는데, 이번에 그도 공약으로 내세웠다(웃음). 지금 주 4일제 공약도 이재명 후보가 만지작거리고 있지 않은가. 정의당이 비록 실현의 정치적 성과를 양당 과두체제 때문에 온전히 누리지 못해왔지만, 사회의 비전과 시대정신을 앞장서 제시하고 리드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내세운 주 4일제("정치적 화두로 등장한 '주4일제' 공약" 기사 참조)도 그런 시대정신의 반영인가?

그렇다. 시대정신은 정치 지도자가 정하는 게 아니다. 당대 시민들이 가장 열망하는 것이다. 주 4일제 공약에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있을지 몰랐다. 세계 10위권 선진국으로서 내 삶도 선진국이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반영된 거다. 주 4일제는 이미 대세가 됐다. 시대정신이므로 정치가 받아 안아야 한다. 어떤 여론조사를 보니 반대가 많고, 정의당 지지층 내에서도 반대파가 다수라고 한다(10월30~31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 4일제 도입 반대(48.5%)가 찬성(37.1%)보다 많았다. 정의당 지지층에서도 찬성(36.2%)보다 반대(45.3%)가 많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 4일제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불평등 감수성이 높은 거라고 해석한다. 주 5일제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5인 이하 기업, 플랫폼 노동자는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으로 보인다. 나는 주 4일제를 추진할 때, 모든 일하는 시민들에게 동등한 권리가 부여될 수 있는 신노동법과 함께 시행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주 4일제는 세계 10위 경제대국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그런데 우리 시민들은 걱정이 너무 많다. 시민들은 권리를 주장하면 된다. 해법은 정치가 내놓아야 한다.

노동자 내부 격차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신노동법’을 주 4일제와 함께 공약했다. 1953년도에 만들어진 우리 노동법은 미국 노동법을 베꼈다. 내용이 웬만큼 괜찮았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노동법이 있는지도 몰랐다. 전태일 열사도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했다. 내가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 할 때도 ‘노동법이라는 게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무엇을 하자’ 이렇게 했다. 지금은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시민이 1000만명 가까이 된다. 그렇다면 더 이상 노동법은 헌법상 권리를 제대로 담았다고 할 수 없다. 노동법을 바꿔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자영업자까지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과 하청업체, 본사와 대리점, 정규직과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등에서 타협과 연대가 필요하다. 자영업자에게는 정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추동해서 문제를 해결할 행보를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도 ‘주 4일제’ 공약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이슈를 꺼내든 이재명 후보를 비판했다.

이번 추가 재난지원금 반대를 두고 ‘말 바꾸기’라고 하는 것은 대단한 곡해다.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 확대재정 전략을 가장 먼저 말한 사람이 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인색한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였다. 선진국의 절반 수준도 재정 투입을 안 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과는 명확히 다른 이유로 (이재명 후보의 재난지원금 정책에) 반대한다. 내가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많은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비 올 때는 우산을 쓰고, 뜨거울 때는 양산을 쓰고. 작년 팬데믹 상황에서는 재난지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땐 우리도 강력하게 지지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누구는 떼돈을 벌고 누구는 손실을 입는지 특정되지 않은 때다.

그런데 올해 들어와 코로나 국면에서 손실과 피해를 보는 시민이 명확해졌다. 자영업자들은 유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정부 방역에 따른 손실을 명확하게 보상해줘야 한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이 우선이 아니라, 오갈 데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손실보상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위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 공공의료 및 방역 체계를 확고히 해야 할 때다. 여기다 돈을 써야 한다.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할 이야기가 많겠다.

대장동 사업 이야기도 해야 한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 민간사업에 공공이 동원됐다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이 유리된 상황에 대한 엄정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이재명 후보는 ‘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졌는지 나는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사업을 위해 만든 공기업이다. 성남시장으로서 개발 사업과 관련된 핵심 사안은 물어봤을 것 아닌가. 예컨대, ‘이익 배분이 어떻게 되는데?’ 그런데 ‘나(이재명)는 전혀 몰랐다’고 하면, 그런 분에게 국정을 맡기면 안 된다. ‘이재명은 합니다’가 ‘이재명은 모릅니다’가 되면 곤란하다.

19대 대선 TV 토론에서는 “동성애는 찬성·반대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발언해 호응을 얻었다.

정의당은 젠더 문제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앞장서는 정당이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을 공동 발의했더니 낙선 대책위가 꾸려졌다. 지난해 총선 당시 지역 사무실에 어떤 분들이 난입해서 욕설을 퍼붓고 ‘반대 낙서’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벗어나 타협한 적은 없다.

목사님들과 일곱 차례 간담회를 하면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했다.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차별금지법을 제1호 공약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목사님들이 ‘심상정을 좋아하니, 차별금지법만 찬성 안 하면 심상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고 하시더라. 나중에는 ‘제발 앞장만 서지 마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목사님들께 ‘제가 처음부터 앞장선 게 아니라 뒷자리에 있었다.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대표 발의를 많이 해서, 제가 대표 발의하려다가 공동발의 도장만 찍어줬다. 그런데 반대 압력이 가해지고 다들 도망가서 뒷자리에 있던 제가 선두가 되었다. 제가 이 자리를 비키면 성소수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느냐’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반응이 어땠나?

아무 말도 안 하셨다(웃음).

마지막까지 버텨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진보정당의 역할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온몸으로 버텨왔다.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한 치의 타협도 없다.

부동층이 많은 선거다. 특히 2030이 그렇다. 2030은 성별에 따라 표 성향이 갈린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젠더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젠더 갈등은 대체로 정치권이 이미 해결했어야 할 숙제를 청년에게 전가한 거다. 젠더 간 차별이 분명 존재한다. 성폭력 사건도 마찬가지다. ‘미투’ 이후에 제도개혁이 본격화돼 하나둘씩 (관련 법률이) 제정되고 있지만, 실효적 사법 효과를 갖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치안은 국가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다.

2017년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심상정 후보와 포옹을 하던 한 학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선거에서 심상정 후보는 6.17%(201만7458표)를 얻었다. ⓒ시사IN 신선영

또한 한국형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 ‘여성 징병제’ 얘기를 하는 다른 후보도 있었는데, 모병제 자체가 남녀에게 군에 대한 자율적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이게 빨리 도입되고, 그 전에라도 장병 복지가 실현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군복무 이력이 사회에서 존중받는다. 모병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병사 최저임금제 도입과 급식자율제를 포함한 의식주 개선 문제 등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 그러니까, 젠더 갈등이라고 표현되는 일의 상당 부분은 정치가 해결해야 할 청년 문제라고 본다.

요즘 정치권, 특히 보수정당의 윤석열·유승민 후보는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을 내며 2030 남성들의 표심을 자극한다.

청년들의 화가 타오르고 있는데, 그 분노 위에서 서핑하며 포퓰리즘으로 가는 것이다. 굉장히 위험하다. 청년들의 분노를 개혁의 불씨로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 치열하게 논쟁할 거다. 무고죄 문제도 그렇다. 지금까지 무고죄는 승소율이 높지 않다. 성폭력 고발을 방해할 목적으로 진행된 것도 많다. 이런 현실을 봐야 한다. 원래 (성범죄는) 보복과 2차 가해 때문에 신고율이 낮다. 진짜 성폭력을 근절할 의지가 있다면, 여성들이 마음 놓고 성폭력을 신고할 수 있게 하고 2차 가해를 당하지 않을 대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그게 책임 있는 태도다.

2030 남성들 사이에 홍준표 후보가 인기다. 혹시 아들에게 청년 세대에서 왜 홍준표 후보가 인기 있는지 물어봤나?

우리 아들은 그분을 별로 안 좋아한다(웃음).

기자명 김은지·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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