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사업자가 챙기는 대규모 개발이익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117번지 일대.ⓒ시사IN 이명익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이와 관련된 이슈 중 하나가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이다. 야당과 언론은 당시 성남시가 더 많은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이를 ‘배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정작 여당 의원들이 제안한 개발이익 환수 관련 법안에 대해 ‘민간사업자들의 참여를 막는다’며 반대하거나 심지어 심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민간사업자가 챙기는 대규모 개발이익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부동산 민관 개발사업은, 시행사가 ‘초기 자본’을 조달한 다음 이를 밑천으로 금융기관들로부터 거액의 ‘개발대출(PF)’을 끌어와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행사는 이런 리스크를 안는 대가로 사업 완료 뒤에 막대한 개발이익을 합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는 약정을 공공부문과 사전에 체결한다. 시행사에 초기 자본을 빌려준 투자자들도 큰 이익을 챙긴다.

시행사와 소수 투자자들의 ‘개발이익 독점’이 부당하다면, 개발사업의 비용 조달과 이익 배분에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제도를 바꾸면 어떨까? 토지 매입, 건축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모펀드 형태로 조달하면 된다. 이 부동산 개발 공모펀드엔 주택 실수요자는 물론이고 여유자금을 가진 개인들이 참여해서 주택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매입·임대하거나 개발이익을 분배받을 수 있다. 개발사업의 거대한 비용과 수익(성공한 경우)을 고려하면 (시행사와 소수 투자자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공모펀드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분받아야 한다. 이 과정은 그 자체로 매우 복잡하고 (대장동 개발 의혹에서 알 수 있듯이) 불투명하며 완료되기까지 긴 세월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투기 세력이 개입하거나 민관 유착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블록체인 같은 첨단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이 시스템에서는 모든 정보가 참여자 모두에게 분산 저장되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한 수많은 시민 투자자들이 자신의 돈이 어떻게 사용되며 투자에 따른 혜택을 어떻게 분배받을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

최근 정부·여당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국가 핵심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할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업체에 금융·세제는 물론 설비투자까지 특혜를 지원한다. 문제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가진 특정 대기업들만 이런 전략 업종들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이 법안들이 대기업 및 그 주주들만 배불릴 수 있다. 여기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이익 공유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특혜가 극소수에게만 이익이 되는 폐단을 최소화할 수 있을 터이다.

특혜 누리면서 사회적 기여에는 소극적인 대기업

보수 언론들은 ‘고용은 기업이 창출하는 것’이며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어줘야 고용이 창출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동시에 청년실업이나 자영업자 문제는 정부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대기업들은 정부의 보호와 지원 아래 각종 특혜를 누리면서도, 사회적 기여에는 소극적이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시민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이익을 인력 교육 및 직업훈련에 투입해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들을 법제화하고, 세부적인 시행규칙을 만들어 집행하려면 공정거래법, 금융 관련 법률의 제·개정 등 많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부동산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을 공공부문이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것 같다. 정부 지원에서 나오는 이익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이런 국민적 합의가 대선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기자명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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