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번역에 관한, 옥스퍼드 대학의 한 온라인 세미나 포스터. ⓒ조지은 제공

한국어 단어 26개가 ‘옥스퍼드 영어 사전(OED)’에 새로 추가된 것을 두고(‘한국에는 ‘오빠’가 있고, 세계에는 ‘oppa’가 있다’ 기사 참조),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예견한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번에 등재된 단어들을 보면 지금이 아니라 15~20년 전에 이미 영어권에서 관찰되기 시작한 말들이다. 이후 꾸준히 쓰여 지속력이 있다고 판단된 단어 26개가 사전에 올라갔다. 이만큼은 올려도 되겠다는 최소 숫자이지 최대 숫자가 아니다.” 그때보다 지금 한류는 더 번성했고, 세계적으로 쓰이는 한국어 기원 단어도 훨씬 많다. 신 교수는 말했다. “앞으로 영어 사전에 올라가는 한국어 단어들은 더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번 등재 목록이 그 신호탄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동양학부에서 언어학과 한국어학을 가르치는 조지은 교수는 “dalgona(달고나), ojingeo(오징어) 같은 단어도 아마 몇 년 후에 OED에 등재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 단어들이 특별히 대단한 단어라서가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쓰고 보고 말하고, 단어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싶어 하면 언어의 어휘 체계 안에 자리 잡게 된다.”

조 교수는 나아가 한국어가 사회자본이나 문화자본이 될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서로 다른 언어권 사이에서 기준이 한국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미 〈오징어 게임〉이 해외에서 ‘squid game’이 아닌 ‘ojingeo game’, 혹은 ‘게임’마저 한국어를 그대로 영문자로 옮긴 ‘ojingeo geim’으로 불리는 현상이 목격된다.

이름 표기 방식 등도 바뀌고 있다. 이제 ‘손흥민’은 ‘Heung-min Son’이 아닌 ‘Son Heung-min’이고 ‘박지성’은 ‘Ji-sung Park’이 아닌 ‘Park Ji-sung’이다. 홍길동을 ‘길동 홍(Gil-dong Hong)’ 대신 ‘홍길동(Hong Gil-dong)’으로 부를 수 있게 되고, 외국인용 한식 메뉴판에 잡채를 ‘코리안 스타일 누들 샐러드(Korean style noodle salad)’가 아닌 온전한 ‘japchae(잡채)’ 그대로 적어도 뜻이 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한국어의 확장을 넘어 ‘한글’의 확장 또한 꿈꿔볼 수 있다. 조 교수는 “한국 대중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면 결국 한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한글 자체가 문화자본이 되면서 한글 상표, 한글 간판 등이 그대로 사용되기도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영문자로 옮기는 절차를 생략하고 한글 표기 그대로 사용하고 이해하는 단계다. 영어가 문화자본이 된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이키’보다 ‘Nike’가 적힌 티셔츠를 선호하고 거리에 ‘스타벅스’가 아닌 ‘STARBUCKS’ 간판이 더 많은 것처럼 말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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