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운데)가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국감’이 끝났다. 10월18일과 2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대선에 묻혀 주목받지 못하던 국감장이 취재 열기로 뜨거워졌다. 경기도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의 국감이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 후보의 인사청문회 같은 모습을 띠었다.

‘대장동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뇌물과 배임이다. 두 가지 모두 법적·정치적 쟁점이 뒤섞여 있다. 그러다 보니 공격수와 수비수가 서로 다른 포인트에 방점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으며 목소리를 높인다. 법적 책임을 주장하며 구속될 후보이기에 당장 사퇴하라는 의견과 정치적 책임을 일부 인정하지만 그것을 과장해서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는 쪽이 맞선다.

먼저 뇌물 부분을 보자. ‘배당금 577억원을 가져간 화천대유를 통해 이재명 지사가 이익을 봤느냐’는 의혹이다. 야권이 이 지사의 측근이라고 지목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낙연 캠프 쪽에서 경선 막판에 꺼내든 ‘불안한 후보’론과 맞닿아 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설훈 의원이 “후보(이재명)가 구속되는 상황”을 언급한 바 있다.

이재명 지사는 “1원도 받은 일이 없다”라며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신 이번 국감에서 정치적 책임은 인정했다. “관련 공직자 일부가 오염되고 민간사업자가 유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인사권자로서 깊이 사과드린다.” 다만 유동규 전 본부장과는 거리를 뒀다. 그의 임명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 논란은 ‘검찰의 시간’이 지나야 정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한 편이다. 화천대유 최대 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뇌물 혐의의 핵심 증거로 지목된 ‘정영학 녹취록’이 신빙성을 다투고 있다. 검찰은 미국에서 귀국한 남욱 변호사를 공항에서 체포한 다음 날 석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뇌물 혐의와 관련한 공세는 이번 국감장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양의 탈을 쓴 불독 인형’을 꺼내 들며 “막대한 이익이 발생했는데 이익에 기여한 공로로 소정의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 서운하지 않냐”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재미있게 잘 들었다. 전혀 섭섭하지 않다. 저와 제 가족이나 아내, 주변 사람들도 부정한 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국감 핵심 쟁점은 ‘초과이익 환수’ 부분이었다. 배임 논쟁과 맞닿아 있다. 이재명 지사는 ‘단군 이래 최대 공공이익 환수 5503억원’을 강조하지만, 이를 훨씬 웃도는 개발이익(추정에 따라 수천억 원에서 1조원대 중반)이 민간사업자들에게 넘어갔거나 갈 것이라는 사실이 계속 논란거리가 되었다. 초과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성남시가 손해를 봤기에 배임 혐의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이 지사 또한 검찰 수사에 대해 “느낌이 안 좋다”라며 배임 혐의 적용을 우려한 바 있다.

배임 의혹과 관련한 이 지사의 입장은 명확하다.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더 환수하지 못한 이유는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2018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예상치 못한 수익이 더 생겼다는 반박이다.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 게이트’가 아니라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맞선다. 이 지사는 국감장에서 ‘돈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 자=도둑’이라는 팻말을 들고 나왔다. 탈당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을 비롯한 국민의힘 관련 인사들이 화천대유에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10월20일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오른쪽)이 ‘양의 탈을 쓴 불독 인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를 패러디해 10월20일 국감 질의에 나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돈 받은 자=범인, 설계한 자=죄인’이라는 피켓을 들고 나왔다. 심 의원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초과이익 환수 조항, 임대아파트 25% 등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을 다 포기했다. 작은 확정 이익에 집착해 큰 도둑에게 다 넘겨주고 이거라도 어디냐는 자세다”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곧바로 반박했다. “의사결정을 한 2015년은 미분양이 폭증할 때다. 부동산값 폭등을 예측하고 분양사업을 해야 한다는 건 당시 상황을 이해 못한 것이다. 5500억원을 작은 확정이익이라고 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 20년이 넘도록 전국 도시개발사업으로 환수한 게 1700억원밖에 안 된다”라고 말했다.

대신 도의적 책임은 언급했다. “다행히 대장동 논쟁과 국정감사를 통해 실체가 대부분 드러났다. 국민의힘이 막아서 불가피하게 민관 공동개발을 했고 그 속에서 공공이익을 환수한 사례라는 점은 분명해진 것 같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민들께선 불로소득이 민간 개발업자, 토건 세력에게 많이 넘어갔고, 만져볼 수도 없는 돈이 특정 정치인이나 유력자의 자녀들에게 수십억씩 지급되는 상황을 보면서 아마 가슴이 찢어졌을 것 같다. 이 일을 담당했던 사람의 하나로서 정말 무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재명이 직접 관련 있다’는 응답이 45.9%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어떻게 봤을까?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의 국감 출석 자체를 반겼다. “이번 국감의 1차 타깃은 집토끼였다. 대선 경선 후유증 때문에 이재명 지사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3차 슈퍼 위크 결과(이재명 28%, 이낙연 62%)에 대한 혼란도 있었다. 국감 출석을 안 했다면 ‘진짜 뭔 문제가 있나’ 하고 불안하다는 지지자들의 정서가 증폭되었을 거다.”

내용 면에서도 이 지사를 비롯한 민주당 쪽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수도권의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내일 당장 대선이면 대장동은 우리에게 불리한 이슈가 맞다. 그런데 140일이 남았다. 이번처럼 차근차근 해명하면, 오히려 사람들은 공공개발 이익 환수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더 알게 될 거다. 결국 이재명처럼 혁명적으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낄 거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주장처럼 ‘집토끼’를 다독였다고 하더라도 ‘산토끼’ 과제는 남아 있다. 대장동 의혹은 비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쉽사리 해소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MBN·〈매일경제〉의 의뢰로 알앤써치가 10월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에게 ARS로 의견을 물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 45.9%가 ‘이재명이 직접 관련 있다’, 17.2%는 ‘이재명의 관리 책임이 있다’라고 답했다. 16.8%는 ‘전임 정권 권력형 게이트’, 14.3%는 ‘이재명 무관’이라고 응답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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