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간판스타인 카이리 어빙은 백신 접종을 거부해 연봉 절반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백신 미접종자는 대규모 실내 경기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AP Photo

카이리 어빙은 1992년생 농구선수다. 화려한 드리블과 슛 능력으로 올스타에 일곱 차례나 선정된 NBA 간판스타. 이런 어빙이 최근 행보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아서다.

어빙의 소속 팀 연고지인 뉴욕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실내경기에서 뛸 수 있다. 하지만 어빙은 ‘사생활’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백신을 맞느니 홈 구장 경기에 전부 결장하고 연봉 절반을 날리는 편을 택했다. 올 시즌 어빙의 연봉은 400억원이다. ‘200억원짜리 사생활’의 정체는 뭘까? 지난달 그는 “흑인의 뇌를 마스터 컴퓨터에 연결하는 사탄의 계획에 백신이 쓰인다”라는 음모론자의 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이 ‘설’은 NBA 선수들의 채팅방에 파다하다고 한다.

왜 ‘흑인’일까. 아마 인종차별 경험 때문일 것이다. 정부와 재계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우리 흑인’의 편이 아니라는 확신이 밑바탕이다. 그렇다고 자국민에게 생체실험이라니? 이들은 미국의 ‘전력(前歷)’을 내세운다. 1932년 미국 공중보건국은 앨라배마주 터스키기(Tuskegee)에서 흑인 주민 600명을 대상으로 매독 실험을 했다. 매독 환자에게 일부러 다른 진단을 내리고 병을 앓다 죽는 양태를 관찰한 것이다.

음모론의 자양분은 증거가 아니다. 맥락이다. 심해의 미확인 생명체나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격하게 관심 갖는 이는 드물다(심지어 다수 과학자가 두 주제 모두에 긍정적인 입장인데도). 그런데 투표 조작설 같은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터무니없는 가설이 창안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맹렬한 지지를 얻는다. 반증을 들이밀어도 끝이 없다. 갑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안타까운 일이다.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키워드에 ‘추악’ ‘진실’ ‘음모’ 등을 결합해 유튜브에서 검색해보자. 조회수 높은 영상에 달린 수백 개의 댓글이 너무 뜨겁지 않은가? 가끔은 좀 차가워지자. ‘의외로’ 대부분의 경우, 진실은 무미건조하고 예상만큼 불의하지는 않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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