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란 무엇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열린책들 펴냄

‘방역 거부자’라는 말에서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사례는 종교단체다. “애국 집회에 참석하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라고 말했던 아무개 목사가 대표 격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구권에는 좀 세련돼 보이는 부류도 있다. 자유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이들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말한다. ‘마스크 의무와 함께 사느니 코로나에 걸려 죽겠다’는 표어를 내세운다. 이 책은 묻게 만든다. 두 부류는 다른가?

독일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감정’에 주목한다. 논리적으로는 국가의 목적을 이해해도 이 의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것.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시민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국가가 전염병에 맞서 이 역할을 다하려면 시민 개개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국가가 시민에게 방역 의무를 물리는 이유는 국가 스스로 구성원 보호라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빌 게이츠가 꾸며낸 허구’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자들을 논외로 한다면, 방역 거부자들도 이성적으로는 아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들은 마스크와 백신을 거부한다.

책은 도덕의 척도가 붕괴했다고 지적한다. ‘감정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전통이나 타인의 시선, 명예가 아니라, 각자 가진 감정이 미덕을 정한다. ‘방역 의무를 기피하려는 감정’이 나온 맥락을 살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특정 집단이 저항과 거부라는 행동으로 원하는 반향을 얻는지, 부정적 경험을 했을 때 심리적 내성이 강한지, 스트레스에 처했을 때 회복력은 어떤지가 쟁점이다. 근본적으로는 특정 집단뿐만 아니라, ‘멍청한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타인에 대한 의무를 내팽개치라고 끝없이 가르치는, 변화된 우리 경제’를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인다. 몰지각해 보이는 방역 거부자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범에 어떤 식으로든 대처하고 있는 전 세계 모두의 공통분모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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