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

2013년 10월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2015년 12월 인천 아동학대 중상해 사건, 2016년 9월 대구·포천 아동학대 사망사건, 2019년 1월 의정부 아동학대 사망사건, 2020년 6월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2020년 10월 양천구 아동학대 사망사건, 2021년 7월 화성 아동학대 사망사건….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기시감 위를 기시감이 덮는다. 애써 구분하기 위해 세상은 ‘소풍’ ‘캐리어’ ‘정인이’ 같은 단어들로 아동학대 사건을 기억한다. 흩어진 기억의 편린들은 다음 비극을 막을 힘이 없다.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고 연결해야 할까.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박영의 선임 매니저(41·왼쪽)와 고우현 매니저(34)는 그 기억의 연속성을 위한 공간과 매개체를 만들고 싶었다. 그 결과물이 지난 9월23일 문을 연 아카이빙 사이트 ‘대한민국 아동학대, 8년의 기록(sc.or.kr/archive)’과 아동학대 사례집 〈문 뒤의 아이들〉이다. 사이트는 아동학대 통계, 사건 타임라인뿐 아니라 예산과 지원 실태, 아동보호체계 분석까지 입체적인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했다. 사례집에는 학대 피해 아동 20명의 짧은 생이 각각 한 편의 이야기로 서술되어 있다.

이미 알고 있던 사건과 아이들이었지만 새삼 다시 마음을 후볐다. 박 선임 매니저는 “8년간의 사건 기록들을 하루 종일 읽고 있으면 종종 침울해졌다”라고 말했다. 일을 하다가 여러 번 멈추고, 크게 한숨을 내쉬고, 눈을 감기를 반복했다. 학대 가해자의 법원 판결문 기록을 검토해나가던 고 매니저도 마찬가지였다. 사건 기록 정리를 도운 1년 차 사원도 트라우마를 겪었다. 삽화를 그려준 그림작가에게서도 작업을 위해 사건 기록을 꼼꼼히 들여다본 것이 심리적 후유증으로 남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듣기만 해도 괴로운 이 이야기들을, 피해 어린이들은 고스란히 자기 몸으로 겪었다. 아무리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어도 결코 피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문 뒤의 아이들〉 서문 구절은 말한다. “비통에 그친 어른은 힘이 없다. … 외면하지 않는 연민과 연대의 마음만이 이 부끄럽고 슬픈 기록을 그치게 할 것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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