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철소 박사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는 황우석 박사 사건 이전의 그것과 판박이이다. 2001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문 박사를 직접 인터뷰하거나 그 측근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문 박사를 환상적인 인물로 띄운 기사가 수십 건에 달한다. 언론들은 그에게 속아 그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고 말았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문철소 박사가 미국에서 헐값에 발행해 국내에 들여와서 수백 배 튀겨 판 주식을 사들이고, 그가 뒤에서 조종한 코스닥 시장 M&A 과정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가 피해를 보았다.

그 밖에 2002년 이후 많은 언론들이 문 박사가 미국에 설립한 바이오 관련 회사 캔젠에서 시험하는  ‘방광암 재발 조기 진단 기술’(마이크로세털라이터)에 대해 임상 3상이 끝나 미국 식품의약품(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곧 수조원대의 대박을 몰고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캔젠이 조만간 나스닥에 상장된다는 전망 보도도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미국 현지 취재 결과 2007년 11월 현재까지도 이 기술은 FDA 승인을 받을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 일간지와 경제지들은 문 박사와 관련해 ‘환상적 보도’를 일삼았다.
첨단 과학의 영역에 난데없이 비과학적 장면이 끼어드는 것도 황우석 사기 사건과 닮은꼴이다. 황 박사 사건에는 보살이라 불리는 역술인이 등장해 사기사건의 조연을 맡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철소씨의 경우에도 국내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지역의 한 여성 점쟁이가 등장한다. 그녀는 점을 보러 오는 여성 고객을 상대로 ‘신기’를 발휘해 문 박사가 미국에서 발행해온 주식을 비싼 값에 사도록 권유해 끌어들였다. 그녀는 지난해 문철소씨가 추진한 50억원대 투자자 모집에도 적극 간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문철소씨 생일 파티에도 이 점쟁이가 투자자를 이끌고 참석해 일본 증시에 곧 상장될 것이라면서 투자를 권유했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려는 기자에게 그녀는 “기자의 이름을 풀어보니 이 사건을 파고들면 운세가 좋지 않을 것으로 나온다”라며 보도를 만류했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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