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했다
  • 정희상 기자
  • 호수 9
  • 승인 2007.11.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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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소 박사는 진승현씨와 힘을 합쳐 MS 기술과 그 판권을 재료로 코스닥 시장에서 허위 공시 등 편법을 동원해 수년간 주가 띄우기를 했다. 그 결과 CPN과 엔바이오테크놀로지 두 회사의 개미 투자자들에게 큰 손&

   
 
ⓒ연합뉴스
2003년 8월 문철소 박사의 소견서 덕에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진승현 게이트’ 주역 진승현씨.
 
 
문철소 박사가 캔젠 주식을 들고 코스닥 시장을 본격 공략한 때는 2003년 진승현씨를 만나고부터였다. 코스닥 회사 MCI코리아 사장이던 진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열린금고·한스종금·리젠트종금 등에서 모두 2300억원을 불법으로 대출받아 주가를 조작한 뒤 이 비자금으로 정·관계 로비를 펼쳐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진승현 게이트’가 터지면서 구속돼 5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던 진씨를 감옥에서 빼내는 데는 문철소 박사가 결정적 구실을 했다.
문 박사가 ‘생명이 위독한 뇌저기암이 의심된다’ ‘미국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요지로 검찰에 소견서를 낸 덕분에 진씨는 2003년 8월 형 집행정지를 받아 석방된다. 그러나 진승현씨의 병명은 뇌하수체 선종으로 드러났고, 생명이 위험하기는커녕 이후 2년3개월간 순천향병원을 무대로 활발한 사업을 펼치다 말썽이 커지자 2005년 검찰에 의해 재수감됐다.

문제는 문 박사가 이렇게 구출한 진승현씨와 코스닥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업 파트너로 함께하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문 박사가 의료인으로서 한국 사법 질서까지 흔들며 사익을 위해 그런 활동을 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의문투성이의 형 집행정지 신청 과정과 이후 두 사람 사이의 유착 관계에 대해 검찰은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형 집행정지 신청 과정 ‘의문투성이’

당시 MS 방광암 재발 조기 진단 기술 상용화를 내세워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주식을 팔다가 한계를 느낀 문 박사는 코스닥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2년  문 박사는 자기 동서인 윤석빈씨를 대표로 한 CBK를 설립한 뒤 우선 자기가 소유한 캔젠 구주식 10만 주를 국내 개인투자자에게 유통했다. 그 뒤 사실상 자기가 오너였던 CBK의 상호를 앨리드바이오테크 파트너스로 변경한 뒤 평소 알고 지내던 코스닥 상장회사 CPN 대표 송기환씨에게 방광암 조기 진단 기술의 아시아 판권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 대가로 문 박사 측의 CPN은 송기환씨로부터 미화 300만 달러(당시 약 35억원) 상당을 받았다.
이후 진승현과 만난 문 박사 측이 엔바이오테크놀로지 인수에 눈을 돌리면서 CPN과는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CPN에 돌려줘야 할 300만 달러를 반환하지 않았고, 결국 송기환씨의 CPN 주주들은 큰 손실을 보았다. 송기환 대표는 이 과정에서 횡령 따위 혐의로 구속되었는데 실제로는 그 돈을 문 박사 측과 나눠 가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캔젠의 주주 명부에 보면 같은 시기에 송기환씨에게 캔젠 주식 10만 주가 나간 기록이 있어 그런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증폭된다.

진승현씨가 감옥에서 나온 뒤 문 박사 측의 코스닥 시장의 M&A는 엔바이오테크롤로지에 집중된다. 동물성 사료 회사인 엔바이오는 당시 진승현씨의 모친이 대주주였다. 문철소 박사 측은 방광암 진단 기술 아시아 판권을 미끼로 캔젠의 구주식 117만 주를 180억원에 발행해 코스닥에서 거래되는 엔바이오 주식 400만 주와 스왑 거래했다. 이 과정에서 문 박사의 캔젠 외에도 씨바이오, 로만식 등 다른 회사가 공동으로 엔바이오의 경영권 인수에 뛰어든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씨바이오는 사실상 문 박사의 영향 아래 있는 회사였다. 로만식은 홍콩에 있는 회사로, 주가 조작 내막을 아는 코스닥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진승현씨 회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수사기관의 캔젠 사 수사와 동시에 한국 금감원에도 문 박사와 캔젠의 비리 혐의가 제보됐다. 위는 금감원 조사국이 미국 캔젠 사 전 간부들을 상대로 서면 조사한 질문서와 답변서.  

문씨가 인수한 회사 주가, 90% 폭락

이렇게 문 박사의 캔젠과 우호 세력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엔바이오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16회에 걸쳐 외자 유치 관련 허위 공시를 내보내면서 주가 띄우기에 안간힘을 썼다. 2005년 초에는 엔바이오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회사 자금 약 82억원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2001년부터 방광암 조기 진단 기술의 상용화가 무망하다는 사실이 널리 유포되면서 이들의 주가 띄우기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주당 5000원에 이르던 엔바이오 주식은 문철소 박사 측이 경영권을 확보한 뒤 500원대까지 곤두박질 친 것이다. 이후 진승현씨의 MCI코리아에서 임원을 지낸 남기민씨가 대표로 있던 에이트픽스 사가 엔바이오의 대주주가 되면서 엔바이오는 EBT네트웍스로 명칭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남씨는 이 과정에서 횡령을 저지르고 도피해 현재 기소중지 상태다.

결국 문 박사 측이 방광암 진단 기술과 그 판권을 재료로 지난 수년간 코스닥 시장에서 사업을 벌인 결과는 CPN과 엔바이오라는 두 상장회사의 개미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만 준 채 막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문 박사 본인은 이 과정에서 어떤 법적 책임을 진 일도 없다. <시사 IN>이 입수한 수천 쪽에 달하는 캔젠 본사의 내부 문서 들 가운데는 문 박사가 이 과정에 직·간접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자필 사인이 들어간 위임장 등 각종 서류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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