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0일 홍준표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 노점에서 식사를 하다 지지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홍준표 캠프 제공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2017년 대선과 뒤바뀐 양상을 보인다. 홍준표 후보(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지지 기반이었던 TK(대구·경북) 보수 민심이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를 향하고 있는 점이 첫 번째다. 윤 후보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지내면서 한때 보수의 적으로 불렸지만 4년 만에 ‘정권교체’ 여론을 대변하는 야권 대선주자가 되었다. 반대로 ‘강경 보수’ ‘꼰대’ 이미지였던 홍준표 후보는 호남·2030 남성·중도층의 지지를 등에 업었다. 온라인에서는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유행어도 생겨났다. ‘산토끼(중도)’를 잡은 홍 후보가 약진하며 ‘집토끼(보수)’ 중심의 윤석열 독주 체제를 멈춘 모양새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 11월5일까지 누가 1위가 될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한국리서치가 9월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홍준표 후보가 30.2%로 윤석열 후보(21.8%)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대체로 비슷하거나 홍 후보가 윤 후보를 바짝 따라잡는 추세다. 불과 한 달 전인 8월14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23.7%)가 홍준표 후보(14.0%)보다 10%포인트 가깝게 우세했던 점을 고려하면,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 논란과 상관없이 홍 후보 지지율 상승세는 국민의힘 경선 판도를 바꾸는 주요 변수가 되었다.

홍준표 후보도 4년 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간 거친 언행과 여성 비하, 색깔론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되자 네거티브 공격에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였다. 홍준표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불리한 질문을 받으면 목소리부터 험악해지는데 이제는 일단 웃는다. 주변에서 강성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얘기를 수천 번 들었다”라고 말했다. 강성 이미지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당에서 패전 처리 투수(홍준표 의원)”로 등판해 보수 유권자를 결집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지지율 4% 정당에서 선거비용이 보전되는 득표율 15%를 넘느냐 마느냐의 싸움이었다”라고 회상했다.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득표율 24%로 2위를 차지했다. 이때 결집된 지지층이 당을 재건하는 중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로도 정치적 부침이 많았다. 2020년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와 공천 문제로 갈등을 겪다 탈당했고,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준석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난 6월24일 15개월 만에 복당했다.

“야들아 내가 너희들의 롤모델이다. 그런데 왜 나를 싫어하냐?(2017년 4월7일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라던 그는 어쩌다 청년층과 중도층의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윤석열 두 유력 대권주자에 대한 비리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후보”라는 이미지가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정치 신인인 윤석열 후보의 경우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이어 ‘고발 사주 의혹’ ‘장모 대응 문건’ 보도가 나오면서 대세론에 금이 갔다.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쉴 수 있어야 한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등 말실수도 위기론을 부추겼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윤석열 위기 국면이 (홍준표 후보 지지율 상승의) 방아쇠를 당겼다”라고 평가했다. 막말은 해도, 반칙은 안 하는 정치인으로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형제 부활, 로스쿨 폐지 및 사법고시 부활, 모병제 도입 같은 ‘공정’ 심리를 자극하는 공약이 2030 남성들을 사로잡았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할 말은 하는 홍카콜라” “돌돌홍(돌고 돌아 홍준표)” 등 신조어가 유행하는 배경이다. 모두 2017년 대선 때도 내걸었던 공약이라는 점에서 2030 남성들이 홍준표 후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 “홍준표 후보가 가진 비주류, 흙수저 서사가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효과로도 볼 수 있지만 그중 일부는 중도로 돌아설 수 있는 유권자이기에 홍준표 후보의 중도 확장성이 넓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배종찬).” 더불어민주당 선관위원장 이상민 의원도 9월21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홍 후보가) 20대들로부터 환호를 받고 있어 그 추세로 가면 우리가 참 껄끄럽다”라고 말했다.

홍 후보 측은 추석을 기점으로 TK 민심에 불이 붙으면서 ‘골든크로스(홍준표가 윤석열에 역전)’가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지지율 상승세는 살짝 주춤하고 있다. 9월16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1차 토론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는 과잉수사였다”라고 말한 후 ‘조국수홍(조국 수호하는 홍준표)’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다. 보수층 반발이 거세지자 홍준표 후보는 9월17일 페이스북에 “조국 수사에 대한 평소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바꾸겠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집토끼’ 마음 돌리기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9월22일 〈시사IN〉과의 전화 통화에서 “당심은 윤석열 후보에게 쏠려 있다. 문재인 정부 심판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윤석열 후보라는 판단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다”라고 말했다.

“집중할 곳은 20대 여성, 60·70대, TK다”

무야홍 돌풍은 한 달 내에 윤석열 후보를 넘어설 수 있을까? 홍준표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곳은 20대 여성, 60·70대, TK다”라고 말했다. 전통적 보수층뿐 아니라 여성 지지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9월14일부터 사흘간 한국갤럽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후보에게 ‘호감도’를 표시한 주요 계층은 50·60대로 성별 차이는 거의 없다. 반면 홍준표 후보에게는 2030 남성(20대 남성 47%, 30대 남성 50%)들이 압도적인 호감도를 나타냈다. 2030 여성(20대 여성 14%, 30대 여성 21%)과는 현저한 ‘격차’다.

젠더 이슈는 홍 후보의 최대 약점이다. 9월9일 국민의힘 경선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 과거 성희롱·성차별적 언행이 재소환되자 홍 후보는 “막말이라면 수용하겠지만, 성적 희롱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 모두 여성 유권자들을 지지 세력으로 확보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1위 후보를 쫓아가는 처지인 홍 후보에게는 부동층인 2030 여성 표심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여의도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경선은 11월5일에 완료된다. 후보 4명으로 좁혀지는 10월8일 2차 컷오프에서는 책임당원 30%·여론조사 70% 비율로,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본경선 투표는 책임당원 50%·여론조사 50% 비율로 반영된다. 보수의 당심이 흔들릴지, 2030 여성 표심이 누구에게 기울지, 대선주자와 관련된 의혹이 어떤 국면을 맞을지, 국민의힘 경선 판세를 좌우할 변수가 다양하다(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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