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9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를 세대 간 결합이라고 예측했다. ⓒ시사IN 이명익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은 집권당이었다.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선거를 휩쓸었다. 그러나 독주는 민심 이반을 낳았고, 지지층 이탈로 이어졌다. 대선을 앞두고는 여당이 차지하던 서울시장 자리가 갑자기 공석이 됐다. 정치권에 새 얼굴이 등장하면서 야권 후보가 당선됐다. 정부·여당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범야권에선 정권교체 가능성이 피어올랐다. 지금의 야권이 집권했던 2011년 당시의 정치 구도다.

2021년 현재, 구도는 여야만 바뀌어 재현되고 있다. 10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처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안정적 우세를 누려왔다. 그러나 예정에 없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졌고, 정권심판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범야권의 새 얼굴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은 과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얼굴과 겹친다.

지금 제1야당, 국민의힘은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을까? 7월2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서 만나 직접 물었다. 양질의 안정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 대표는 당내의 과거 문화와 기득권을 비판하며 국민의힘의 현재를 진단했다. 60분으로 예정된 인터뷰는 20분 더 길어져 80분 만에 끝났다.

8월 말 ‘국민의힘 대선 경선 버스’가 출발한다.

지금 보수는 60대 이상 전통 지지층과 젊은 지지층으로 분리돼 있다. 그런데 우리 당에 경선 후보로 나온 분들이 젊은 세대의 지지를 오롯이 끌어낼 수 있는 훈련이 돼 있는지 의문이 있다. 범야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잘 나온다는 윤석열 후보마저 2030 지지율을 보면 다른 세대에 비해 많이 취약하다. 내가 본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일 경우 20대에서는 ‘모르겠다’는 대답이 40%가 넘었다. 후보들이 그게 뭘 의미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거꾸로 기회이기도 하다. 보수를 지지하는 2030이 본인을 지지할 수 있게 만든다면, 대선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

올해 정치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2016년 촛불집회 이후 모든 선거에서 이겼던 민주당이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졌다. 변곡점을 꼽는다면?

우리 당 관점에서 보면, 대세론을 꺼내는 쪽이 항상 졌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많은 (당내) 기성 정치인이 나경원·안철수 대표 쪽에 붙었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이겼다. 전당대회 때도 똑같은 판이 벌어졌는데 이준석이 이겼다. 대중 지지율에서 압도적 차이가 났다. 대세론이라는 게 결국 조직을 많이 모아 세몰이하는 거다. 국민은 후보들 하나하나의 목소리, 메시지에 주목한다. 그것에 따라 급격하게 지지율 변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선 경선에선 후보자들이 이걸 알았으면 한다.

2011년과 지금의 정치 구도가 닮았다. 2021년 현재 국민의힘은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나?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지지율이 올라온다. 과거에는 마치 ‘배바지 만드는 것’처럼 모으고 모아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그러면 벨트를 차도 나중에 다 풀렸다. 지금은 굉장히 안정적인 지지층을 구축했다. 2030의 상당한 참여가 있었고, 무엇보다 지역 구도 면에서 호남 지지율이 꽤 올라왔다. 앞으로 이렇게 좋은 기반을 만드는 일에 속도를 내려고 한다.

국민의힘에 새 지지층이 생겼다는 이야기인가?

우리 당 책임당원이 30만명 정도인데,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4만명 넘는 당원이 새로 가입했다. 경선에서 대선 후보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민주당 사례를 보면, 2016년 모바일 당원 가입을 열면서 당원 수가 늘었고 과거 기득권 비중이 낮아졌다. 모바일 당원의 투표 성향은 일반 페이퍼 당원보다 3~4배 높다. 3만~4만명은 전통 지지자 10만명 이상의 영향을 미칠 거다. 너무 짠 소금물에서 소금만 빼서는 먹을 물로 만들 수 없다. 대신 물을 많이 타면 마실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이분들의 마음을 잡는 게 앞으로 정치 행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7월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치맥 회동’을 마친 뒤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 핵심 키워드는 뭐라고 보나?

세대 간 결합이다. 지금까지 ‘영남 몰표, 충청·강원 선전, 수도권 반타작’으로 대선이나 전국 단위 선거를 이기려고 했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구도보다는 세대별 구도라든지 다른 구도를 잡아서 나가는 게 중요하다.

세대 결합은 어떤 공약으로 끌어낼 수 있나?

대표적인 게 여성가족부(여가부)·통일부 문제다. 여가부 문제에선 2030의 반응이 뜨겁고, 전통 지지층은 통일부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다. 그래서 내가 두 문제를 엮어서 작은 정부론 또는 부처 축소론을 말했다. 괴리된 이념을 가진 우리 지지층의 양대 축이, 한 가지 어젠다로 뭉쳐서 투쟁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게 중요하다. 탄핵 정국을 봐라. 구분 없이 누구나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든 동지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당내에 발생할 수 있는 이견들을 넘을 수 있었다. 우리는 그걸 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세대 내 젠더 격차가 존재하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떻게 정책에 반영할 건가?

젠더 격차가 있는 게 아니라 젠더 갈등이 조장돼 있다. 모순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해보면, 과거 강남역 살인 사건을 두고 ‘여자라서 죽었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때 나온 해법이 ‘남녀 화장실 분리’였다. 강남역의 한 건물 남녀공용 화장실에 범인이 숨어 있다가 여성을 살해했다. 이 때문에 답은 남녀 화장실 분리라고 나왔다.

지난해에는 숙명여대에 트렌스젠더 학생이 입학한다고 했다. 미국은 이 논쟁이 끝났다.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트렌스젠더는 여성으로서 활동하는 게 맞고, 여성 화장실에 들어가는 게 맞다. 그런데 학교는 트랜스젠더는 입학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게 대한민국 여성계의, 그리고 주류적인 시각이기도 했고. 최근에는 또 다른 대학에서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었다. ‘트렌스젠더는 남성 화장실 가야 하나, 여성 화장실 가야 하나’라는 논쟁을 두고 결론을 못 내니까, 모든 성별이 갈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고 끝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의 시작과 끝이 완전히 헷갈리게 된 거다. 화장실은 공용이어야 되는가. 남녀 분리돼야 하는가, 아니면 제3의 성, 제4의 성까지 고려해서 4개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가. 이게 조롱하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라, 이제는 의견들을 정제하고 담론을 해야 한다는 거다.(편집자 주: 이준석 대표의 주장 가운데 사실과 어긋난 부분이 있다. 트랜스젠더의 여성 시설 사용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현재 격론이 진행 중인 문제다.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논란의 경우, 학교 측이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

우리 전당대회 룰도 마찬가지였다. 여성 의원이 자력으로 최고위원 진출을 못하면 한 명을 할당하게 돼 있다. 할당제가 문제였을까? 아니었다. 이번에 코로나로 전당대회가 전과는 다르게 치러졌다. 조직 동원 선거가 어려워지고 회식 문화가 없어졌다. 그랬더니 우리 선출직 최고위원 네 명 중에 배현진, 정미경, 조수진 등 여성 의원 3명이 당선됐다. 모두 자력으로. 문제가 뭐였는지 알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거꾸로 문제가 뭔지를 진단하는 걸 외면하고, 조금의 할당과 보정으로 그걸 해결하려 했다. 그게 오히려 문제 해결의 장애물이었다. 공정 경쟁으로 선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당의 대안 방법이다. 이제 경쟁할 수 있는 안들이 나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할당제와 우리가 주장하는 공정 경쟁 선발, 두 안을 두고 경쟁해봐야 한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전략은?

흥행 요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대변인 토론 배틀’이 “잘했다” “흥행했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처럼 대선 경선의 흥행 요소도 충분히 설계할 수 있다. 자신 있다. 그것을 후보들이 얼마나 소화해줄지가 관건이다.

민주당 경선은 어떻게 봤나?

총체적 실패였다. 6인 컷오프를 했는데 박진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나는 시작할 때부터 민주당 경선에서 누가 떨어질지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안 된다. 우리 당은 4인 컷오프까지 얘기하고 있는 게, 4명이 남는다고 하면 당장 국민들은 궁금해할 거다. 윤석열, 최재형, 유승민, 홍준표, (국민의당 합당 전제하에) 안철수. 후보만 해도 다섯 명이다. 흥행 요소는 그분들 중 한 명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당연히 있어야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재밌는 거다.

그런 다음 2대 2 팀 토론(경선 후보들이 두 명씩 한 팀을 이뤄 상대방과 토론하는 방식) 등도 고려하나?

2대 2 토론이 가져오는 박진감이 있다. ‘우리 편’이 공격당했을 때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할 것인가? 물에 빠지게 내버려두느냐, 구조해 오느냐를 보는 거다. 자료를 준비할 때도 각자 노트북을 펼칠 수도 있고, 종이에 쓸 수도 있다. 후보들의 이런 다양한 면을 국민에게 노출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당내 대선주자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막 입당한 정치 신인과 당내 지지 기반이 탄탄한 중진 의원. 두 그룹의 강점과 약점은?

강약이 없을 거라고 본다. 최근에 입당하신 분들의 강점은 신선함에 따른 대중 지지율일 것이다. 당내에 계신 분들은 조직력인데, 이 조직력이 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과거 ‘김무성 대 서청원’ ‘친박 대 친이’ 정도의 조직 전쟁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

취임 전후로 당내에서 비주류 노선을 걷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대표 취임 후) 우리 당의 지지율이 제 궤도에 올라왔고, 합당 문제나 외부 대선주자 영입도 어느 정도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다. 내가 당대표가 되면 지구가 무너질 것같이 묘사한 분들이 (당내에) 있었다. 그분들의 세계관은 이렇다.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면,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할 것이고 당은 분열될 것이다. 윤석열은 밖에서 떠돌 것이며, 안철수는 그와 연합해 제3지대를 이끈다.’ 지금 보면 다 소설이다. 위기의식과 위험을 과장해서 이야기했던 분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6월14일 이준석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연합뉴스

그래도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대표를 연결하는 말이 계속 돈다.

정치적 결사체라는 게 있다. 거의 주군과 수하 결사체처럼 ‘너 머리 깎아라’ 그러면 진짜 머리 깎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유승민 전 의원 및 그와 가깝다고 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협동조합과 유사하다. 그냥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도다. 그분들은 유승민 의원이 ‘머리 깎아’ 그러면 바로 ‘왜요?’ 이렇게 나올 거다. 지난 4·7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준석은 오세훈을 도왔고, 유승민은 막판에 나경원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유승민과 이준석이 연결되어 있다면, 서울시장 정도 되는 선거에서는 결사체의 힘을 보여주지 않았겠는가. ‘세상은 유승민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식의 ‘만물 유승민설’ 퍼뜨리는 분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에 나오고 그 자리에 이준석 대표가 들어간다는 시나리오 등도 계속 여의도에서는 나온다.

서울시장에 전혀 관심 없다. 나는 행정보다는 당에서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었고, 앞으로도 정치 영역에서 할 일이 많다고 판단한다. 행정은 한 도시를 바꾸는 거지만 정치는 제도를 바꿀 수 있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것 역시 나에게 나쁜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에 즐기고 있다.

‘2030이 정치에 참여하면 바뀐다’라고 강조해왔다.

2030용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주 나쁘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정책이 ‘2030용’과 ‘보편 대중용’으로 나뉠 수 있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칸막이를 나누려는 사람들이 희한한 일자리를 만든다. 젊지만 차별 없이 정치에 참여해서, 젊은 세대만의 문제를 넘어 외교·국방·안보·경제·사회 모든 문제를 다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진출할 수 있는, 그런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내 역할이다. 청년 정치인의 늪에 빠져서 정치를 하겠다는 소리는 안 해야 한다. 국회에 그런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 본인 나이가 20~30대라는 이유만으로 청년 정치 권위자인 양 다니는 사람도 있고. 그건 누가 봐도 거짓말이다.

2030 목소리는 주로 어디서 보고 듣나? 들어가보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다면?

커뮤니티는… 내가 하는 것보다 주변에서 많이 보내준다. 페이스북 메시지로 ‘이거 좀 읽어봐라’ 이렇게 많이 하는데…. 시간이 나면 보고 아니면 안 본다. 정치인은 이슈를 만들어야지 쫓아다니면 안 된다. 내가 여가부 폐지론 얘기하기 전에 커뮤니티에서 그런 게 시작됐을까? 아니다. 정치인은 이슈를 만들고 평가받아야 된다. 100만명이 ‘해줘’ 한다고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정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보는가?

정치인의 완곡 화법이나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결론에 국민들이 많이 지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들은) 비겁하지 않은 정치인을 원한다. 나는 대구에서 박근혜 탄핵이 정당하다고 말했고, 광주에서 5·18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가짜 민주주의자들이라고 말했고, (당대표로) 당선됐다. 대표 취임 이후에는 여가부를 폐지하자고 했다. 내가 표 계산을 안 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말들이다.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정당했다’, 광주에서 ‘5·18 이후 태어난 첫 세대의 대표로서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오바마식 전략이다. 대학생일 때 오바마가 신출내기 상원의원으로 정치 무대에 처음 등장했는데, 그 연설이 미국을 사로잡았고 나에게도 강한 영향을 줬다. 지금까지 우리 당의 어떤 경선이든, 전당대회든 지역에서의 순회 연설이든 굉장히 천박했다. 지역 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국민들이 정치에 바라는 바가 아닐 거다. 공항을 짓겠다고 (정치인이) 아무리 말해도 절차가 있다는 걸 아는 게 우리 국민이다. 정치인의 선언적인 이야기가 의미 없다는 걸 잘 안다. 정치인은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당을 운영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말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지 드러내 밝혀야 한다. ‘어디에 뭘 하겠습니다’ ‘뭘 유치하겠습니다’. 이건 거짓말을 계속 열거하는 것일 뿐이다.

이준석 대표가 꼽는 시대정신은?

공존이다. 옛날처럼 마을에서 유일하게 대학 나온 김씨가 사람을 통솔하는 거 이제는 못 한다. 활발한 소통과 토론을 통해 의사를 형성하는 과정이 공존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인정해야 하는 게 첫 번째다. 그다음엔 공정의 틀 안에서 경쟁하는 건데, 우리 당 일부에선 용광로에 녹여서 쇳물 하나로 만들려 한다든지 비빔밥도 갈아서 하나로 만들려는 경향성이 있다. 다양성은 유지하면서 다들 뭉쳐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 이유가 공존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운동권과 본인들의 교리에 따르는 사람들 외에는 적으로 돌린 것이 문제였다. 어떤 상황에서나 조금 우위를 가지고 있는, 헤게모니를 지닌 세력은 있다. 하지만 그 세력이 다른 세력과 공존을 허용하느냐 아니면 말살을 택하느냐, 여기에 큰 차이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존을 허용하지 않았다.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가 뭐였냐. (상대방이)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이라는 거 아니냐. 굉장히 위험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월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NK디지털타워 복지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 16강 오디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 취임 이후 변화를 위한 여러 시도를 했다. 그래도 아직 국민의힘에 비어 있는 공간이 있다면?

이번에 (당 대변인) 인재 선발을 토론 배틀로 했다.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대량의 인재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시험을 들고나왔다. 사실 이건 거대 카르텔과의 전쟁이다. 지방의회를 사실상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의 하부 조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 지금의 제도다. 그걸 깨서 지방의회는 지방의회대로 새로운 정치를 육성하는 경로로 만들고, 국회의원은 조직 정치가 아닌 자신의 정책과 비전으로 정치를 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지금과 많이 다를 거다.

이준석 대표가 물러나면 당이 과거로 다시 돌아갈 거란 말도 나온다.

시도했던 변화들이 좋은 성과를 얻고 국민의 지지를 계속 받으면 바꾸기 힘들다.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 이후로 우리 당에서 하는 큰 선거의 유세차에는 무조건 젊은 사람들이 올라갈 것 같다. 한 표가 아쉬울 후보가 국민들에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중진 의원을 유세차에 올릴까? 성과가 입증된 변화는 영속된다.

모든 정치인은 위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위는 어디인가?

(7월25일 ‘치맥 회동’에서) 윤석열 후보와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했다. 윤 후보와 나는 우리 당에 딱 둘 존재하는 ‘대중 정치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런데 대중 정치인의 지향점이 계속 대중 지지율을 올리는 것밖에 없다면, 그 안에서 내가 하는 일들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대중 정치인은 처박혀서 공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나와 윤석열 후보는 그 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 맥락에서 더 많은 국민이 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 목표다.

당내 대중 정치인이 둘밖에 없다고 하면 홍준표 의원, 오세훈 시장 등이 섭섭해할 것 같다.

(웃으며) 오 시장까지 넣으면 세 명 정도 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중 정치인이다. 사람을 엄청 끌고 다녔다. 문재인 대통령도 엄청난 대중 정치인이다. 과거 안철수 대표도 대중 정치인이고. 예전에 나경원 의원도 그랬던 걸 본 적이 있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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