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매체와 그 조직에 소속된 개인을 동일시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기자 개인에 대한 평가는 그가 남긴 결과물(기사)이 최소한의 윤리를 지켰는지, 적어도 기자 개인의 양심에 입각해 보도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형성하는 ‘업계의 평판’이란 그렇다. 얼마나 단독보도를 했느냐보다 얼마나 기본에 충실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특정 매체를 미워할 때도 있다. 제목만 보고 피가 거꾸로 치솟는 보도도 분명 있다. 그래도 그 조직에 몸담은 사람들을 함부로 매도하진 말자 싶다. 악랄한 기사를 썼다면, 악취는 기자의 이름에 영영 남는다. 민주주의 저널리즘에서는 기자 개인이 자기 평판을 의식하는 데에서 자정 효과가 발생한다.
이런 기준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상한 매체에서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들’의 공간을 확보해주고 싶어서다. 거악처럼 느껴지는 매체에도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부투쟁이 성과를 거두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회사 측이 개별 기자를 압살해버리는 환경이 구축될 때다.
법사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목표가 명확하다.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는 신문·방송사에 잘못된 보도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그런데 훗날 진실인 보도가 ‘무고한 음해’로 포장될 때도 있고, 시류에 편승한 보도가 나중에 거짓이 될 때도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배상의 책임이 징벌적 형태로 부과된다면, 사측은 기자 개인에게, 그리고 편집국에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커진다. 기자 개인은 더더욱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과연 모든 언론사 편집국이 ‘회사 걱정은 하지 말고 네 취재와 신념에 근거한 기사를 쓰라’고 권할까? 저널리즘은 태생적으로 언론사가 사기업이라는 특성에서 출발한다. 사기업에게 공적 책임을 전가하는 독특한 영역이다. 이 사기업에 ‘공공을 위한 언론보도’라는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기자들에게 각자 회사와 싸울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 괜찮은 민주주의라면 그 공간을 보호해주어야 한다.
-
언론개혁법 둘러싼 거센 반발
언론개혁법 둘러싼 거센 반발
김영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개혁’ 입법에 시동을 걸었다. 대상은 온라인상의 가짜뉴스다. 이낙연 대표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는 사회 혼란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반사회...
-
누구를 위한 ‘언론중재법’이란 말입니까
누구를 위한 ‘언론중재법’이란 말입니까
김동인 기자
8월25일 새벽 4시, 여당 의원들만 남은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8월30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민주당의 계...
-
세상에 ‘기레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세상에 ‘기레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김달아(⟨기자협회보⟩ 기자)
지난 8월 마지막 주 〈기자협회보〉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는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35년… 기자가 천직이라는 뼈기자’였다. 한 신문사에서 정년을 넘기고 35년째 기자로 ...
-
‘기본’ 지킬 수 있는 환경 언론사에 준비됐나요? [미디어 리터러시]
‘기본’ 지킬 수 있는 환경 언론사에 준비됐나요? [미디어 리터러시]
김달아(⟨기자협회보⟩ 기자)
기자인 내게 언론개혁은 추상적인 개념이었다. 누구는 허위·조작 정보의 생산과 확산을 막는 일이라 하고 한쪽에선 족벌언론 청산을, 어떤 이들은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을 말했다. 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