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캐나다를 위협한 광범위한 산불은 지구 온난화의 결과 중 하나로 보는 시각이 많다.ⓒAP Photo

〈시사IN〉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략컨설팅 기업인 아르스 프락시아와 함께 한국 정치·사회의 심층을 들춰내는 연속 기획을 추진 중입니다. 연속 기획의 첫 회인 이번 호(제730호) 커버스토리의 주제는 ‘분노’입니다. 이상원 기자는, 시민들이 ‘누구’에게 ‘왜’ 분노하며 그 상황을 ‘어떻게’ 바꾸고 싶어 하는지 묻습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촛불혁명과 정권교체 이후 시민들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대형 사건 13개를 선정해서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데이터(11만4000여 개의 유튜브 댓글)’를 아르스 프락시아의 분석 기법으로 해석해냈습니다.

왜 하필 분노에 주목했을까요? 분노야말로 사회변동의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분노 자체는 개인의 고립된 감정이겠지요. 그러나 이런 개인들이 집단을 이루고 그들의 분노가 외부로 표출되면 사회적 갈등으로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이 갈등에 정치와 제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는 발전하거나 퇴보할 것입니다. 분노의 이런 측면에 착목해서 우리 사회의 향방을 가늠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기사의 첫 독자로서 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동안 시민들이 표출해온 ‘분노의 성격’이 ‘상황의 개선’뿐 아니라 ‘복수’의 뉘앙스까지 담고 있다는 이상원 기자의 해석입니다.

이와 관련, 이오성 기자가 쓴 기후과학자 김백민 교수 인터뷰를 추천합니다. 그는 ‘겨울 한파가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입증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학자이지만,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경계합니다. 극단적 가정으로 만든 비현실적 미래 시나리오(100년 동안 지구 기온이 6℃ 올라 인류 멸종) 때문에 정부·기업이 아예 탄소 절감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는 겁니다. 지엽적 통계에 기대 ‘기후위기는 과장’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 역시 그의 비판 대상입니다. 김 교수는 극단적 세력들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면서 기후 담론 부문에서 제대로 된 논쟁이 사라졌다고 한탄합니다.

이 인터뷰가 저에겐 우리 사회의 분노(갈등)에 대한 비유로 읽혔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제각기 ‘적’을 설정해놓고 자기주장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갈등해결 기제’들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기후 부문에서 과학적 미래 예측 및 기존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대안 검토를 제안합니다. 사회 전체 차원에서도 시민사회와 정부, 정치권 등이 과학적으로 갈등을 분석하고, 갈등 대상에 대한 과도하거나 근거 없는 폄하를 삼가며,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게 대안들을 검토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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