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장위동 재개발 현장. ‘분별 해체’ 없이 마구잡이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자고 나면 아파트와 빌딩이 새로 들어선다. 그 자리에 있던 옛 건물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올해 서울에 지어지는 신축 아파트 10채 중 8채 이상이 재건축·재개발 물량이다.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 시장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재건축·재개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안다. 현장은 거대한 쓰레기 생산 공장이다. 콘크리트, 유리, 목재, 보드 등 온갖 것이 뒤엉킨 채 철거 작업이 이루어진다. 새 도로가 뚫리면서 생긴 낡은 도로의 잔해, 연말이면 뜯겨 나가는 보도블록은 또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그 많은 건축물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배달 서비스 활성화로 폭증한 생활쓰레기에 대한 심각성은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플라스틱이나 비닐 같은 생활쓰레기보다 심각한 쓰레기가 바로 건축 쓰레기다. 행정 용어로는 ‘건설폐기물’이다. 간단한 통계부터 보자. 아래의 〈그림〉은 국내에서 하루 동안 배출되는 폐기물 종류와 양을 나타낸 것이다. 전체 49만7238t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생활폐기물이 아니다. 건설폐기물이다. 약 44.5%나 된다. 그다음이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인데, 이에 대해서는 뒤쪽에서 이야기하자. 사람들이 피부로 실감하는 생활폐기물은 11.7%에 지나지 않는다.

건설폐기물이 전체 쓰레기 발생량에서 이토록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는 데에 놀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쓰레기는 부피가 아니라 중량으로 가늠한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건설폐기물이 쓰레기 발생량을 좌우한다. 쓰레기 처리 비용 역시 중량이 핵심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매립 비용이 t당 7만원인 데 비해 건설폐기물은 t당 10만원에 달한다. 건설폐기물은 소각하기도 쉽지 않다. 땅에 묻어야 한다. 쓰레기 매립지의 수명도 건설폐기물의 양에 달렸다.

쓰임이 다해 쓰레기가 되었지만, 건설폐기물의 원 모습은 천연자원이다. 모래, 흙, 자갈, 석회석이었다. 강과 바다, 그리고 산과 땅에서 온 것들이다. 그러므로 건설폐기물 문제는 곧 자원순환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건축 쓰레기를 파헤치는 여행을 떠나자.

전북 익산 낭산은 건설폐기물 문제의 상징 같은 곳이다. 독성 폐기물을 포함해 쓰레기 150만t이 쌓여 있다. ⓒ시사IN 조남진

전북 익산의 쓰레기 산

불볕더위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전북 익산시청 환경정책과 공무원들이 〈시사IN〉 취재진을 막아섰다. 사진 촬영을 두고 고성이 오갔다. 취재진은 지역 주민을 만나 인터뷰하던 중이었다. 익산시 낭산면 낭산리 550번지에는 작은 컨테이너 사무실이 하나 있다. 입구에는 ‘낭산 폐석산 복구지 환경오염방지 대책위원회 주민감시원 사무실’이라는 긴 이름의 현판이 걸려 있다. 컨테이너 뒤로 거대한 쓰레기 산이 보인다. 이곳이 낭산 폐석산 복구지다. 철책으로 둘러싸고 일반인 출입을 막고 있다. 취재진은 이 현장을 촬영하려다 제지당했다.

이 마을은 건설폐기물 문제의 상징 같은 곳이다. 150만t 분량의 건설폐기물 등이 산처럼 쌓여 있다. 사건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낭산은 본래 건설용 골재를 채취하는 곳이었다. 골재를 파내고 난 뒤 빈 공간은 나중에 복구해야 한다. 그해 익산시는 토사와 폐기물을 ‘50대 50’으로 메우겠다는 폐석산 복구업체에 허가를 해줬다. 산지관리법을 확대 해석한 결과였다. 관련 법에 따르면 폐석산을 복구할 때 흙이나 돌뿐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활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폐기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은 2010년에야 마련됐다. 그 사이 낭산에는 전국 18개 지자체, 35개 업체에서 모인 건설폐기물이 매립됐다. 건설용 골재 채취로 생긴 생채기를, 다 쓴 건설폐기물로 때우는 아이러니였다.

땅에 묻힌 건 일반폐기물만이 아니었다. 당국의 소홀한 관리 감시 속에 위험한 지정폐기물도 지하 48m 공간에 함께 묻혔다. 고농도의 비소 등이 포함된 폐배터리 폐기물과 화학공장 폐기물이었다. 2007년 무렵부터 침출수가 흘러나왔다. 주민들은 “요즘 개천에서 물고기가 왜 이렇게 죽어나가지?” 하며 의아해했을 뿐 이유를 몰랐다.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주민들이 민원을 낸 끝에 2016년 환경부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의 수사로 실체가 드러났다. 토양에서 비소, 구리가 기준치의 10배를 넘겼다. 기준치의 80배가 넘는 납도 검출됐다. 특히 비소는 기준치의 1600배였다. 이 사건은 ‘최악의 환경오염’이라는 제목을 달고 주요 언론에 도배됐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인근에 있는 하림 본사를 방문했을 때 침출수가 흘러나올 것을 우려해 이 일대 땅을 검은 천으로 덮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환경오염 이슈로 떠들썩했건만, 낭산 폐석산 문제는 지금도 별 대책 없이 현재진행형이다. 환경부와 익산시 등이 행정대집행을 통해 예산을 마련해 총 150만t 가운데 이제 겨우 5만t을 이적 처리했다. 지금 속도라면 앞으로 30년은 더 걸린다. 이적 처리 비용은 3000억~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올해 책정된 예산은 91억원뿐이다.

더 큰 문제는 독성 폐기물이 포함된 낭산 쓰레기를 옮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군산으로 폐기물을 이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군산 지역사회가 들끓어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최근 이적 처리한 5만t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도 익산시는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익산시 공무원들이 낭산 문제에 왜 이토록 예민한지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공무원들은 침출수 감시 등을 위해 이곳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17년 전 전국 18개 지자체에서 흘러들어온 폐기물이 익산시를 쑥대밭으로 만든 셈이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로 향하는 ‘드림로’. ‘폐기물’ 글자를 단 트럭이 쉼 없이 오간다. ⓒ시사IN 조남진

2025년 종료, 인천 수도권매립지

익산의 폐기물 대란 사태는 타 지역민들에게도 남의 동네 일이 아니다. 수도권에도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인천 서구 백석동은 수도권 시민에게도 낯선 동네다. 이곳에서는 ‘폐기물’이라는 글자를 단 트럭들이 쉼 없이 도로를 질주한다. 도로명은 드림로지만, 아는 사람들은 ‘쓰레기도로’라 부른다. 이곳에 서울, 경기, 인천의 쓰레기가 모이는 수도권매립지가 있기 때문이다. ‘드림로’는 이미 매립이 완료된 1매립지에 조성된 공원(드림파크) 이름에서 따왔다.

수도권매립지는 난지도 쓰레기장이 쓰임을 다한 1992년부터 쓰레기를 품기 시작했다. 이미 매립이 완료된 1, 2 매립지와 현재 매립 중인 3-1 매립지에 지난 30년 동안 쓰레기 1억6000만t이 묻혔다. 매립지와 가까운 사월마을은 악취, 먼지, 침출수 문제 등으로 환경부 조사 결과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매립지 반경 수㎞ 이내에 검단 신도시와 청라 국제도시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피해 호소도 거듭됐다.

건설폐기물의 심각성은 이곳에서도 두드러진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공개한 ‘2020년 반입 폐기물 등 매립 현황’에 따르면 건설폐기물이 127만6956t으로 전체 폐기물(219만2268t)의 58%를 차지한다. 생활폐기물(74만8228t)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인구 밀집지대인 수도권 역시 매립 쓰레기의 절반 이상이 건설폐기물이다.

모든 매립지에는 수명이 정해져 있다. 땅이 유한하듯 매립도 유한하다. 수도권매립지에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선 2022년부터 5t 이상 대형 건설폐기물 반입이 금지된다. 재활용하거나 소각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26년부터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쓰레기 매립도 불가능하다. 역시 소각하거나 선별해서 재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건설폐기물의 50%, 생활쓰레기의 80%를 줄인다는 목표다. 현실성을 떠나 수도권매립지로 향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겠다는 결기는 느껴진다.

수도권매립지의 시계는 2025년을 가리키고 있다. 고작 4년 뒤다.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지난해 10월 인천시가 폭탄선언을 발표했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의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인천시 처지에서는 매립지 종료를 통해 ‘30년 쓰레기 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나겠다는 독립 선언이었다.

원래 수도권매립지의 수명은 2016년이었다. 1992년 조성 당시만 해도 2016년이면 매립지가 꽉 차서 더 이상 쓸 수 없으리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1995년 종량제 실시 이후 쓰레기양이 줄면서 당초 예측보다 여유 공간이 남았다. 그러자 매립지 종료를 1년 앞둔 2015년 환경부와 서울시·경기도·인천시는 ‘4자 협의’를 통해 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되 대체 매립지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단, 잔여 용지의 최대 15%(106만㎡) 범위에서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 단서 조항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대체 매립지 조성이 제자리걸음을 계속하자 인천시 측은 서울시와 경기도가 이 단서 조항 탓에 미온적이라고 주장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해 10월 “언제까지 인천 땅에 의지할 건가. 자기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각자 처리하라”며 엄포를 놨다.

올 초부터 환경부가 나서 두 차례에 걸쳐 대체 매립지 공모에 나섰지만 무산됐다. 매립지를 받아들이는 수도권 지자체에 총 3조3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선뜻 나서는 곳이 없다. 주민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앞서 대형 건설폐기물 직매립 금지 등 획기적 조치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응급조치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아직 수도권매립지 처리 용량에 여유가 있는 만큼 사용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하지만, 매립지 관리 권한을 갖고 있는 인천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각 지자체가 배출한 쓰레기는 스스로 처리하라는 것이다. 쓰레기 대란의 시계는 지금도 째깍째깍 돌아간다.

7월23일 인천 서구의 건설폐기물 재활용업체 (주)이도에서 순환골재를 생산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경부고속도로 입장휴게소의 화장실. 순환골재로 지었다. ⓒ시사IN 조남진

순환골재 생산 현장, 1.1%와의 전쟁

쓰레기 대란의 시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매립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폐기물을 줄이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자체를 줄일 수 없다면 최대한 재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재활용한 건설폐기물을 ‘순환골재’라 부른다. 순환골재 사용을 늘리면 천연자원을 보호하고, 시멘트와 철근 생산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 충남 천안시 경부고속도로 입장휴게소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100% 순환골재로 지은 ‘되돌림 화장실’이 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건설폐기물 재활용률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생각할 터이다. 그렇지 않다. 이제부터 좀 뜻밖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건설폐기물의 재활용률은 무려 98.9%다. 폐콘크리트, 폐아스팔트 등 대다수 건설폐기물은 재활용업체에서 파·분쇄되어 순환골재로 다시 태어난다.

결국 재활용되지 못한 나머지 1.1%가 건축 쓰레기 문제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수도권매립지 공사 통계에서 확인했듯 이 1.1%가 쓰레기 매립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물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 투기 폐기물 등을 감안하면 실제 재활용되지 못하는 건설폐기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겨우 1.1%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1.1%는 왜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을까. 〈시사IN〉은 건축폐기물 재활용업체를 현장 취재했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인근에 있는 ㈜이도는 매일 7000t가량 폐기물을 처리해 순환골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현장소장인 사공명씨는 취재진에게 먼저 ‘건설폐기물 현황’이라는 PPT를 보여줬다. 수도권매립지 공사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이 PPT에서 폐기물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앞에서 언급한 환경부 자료와 달리 건설폐기물이 아니었다. 이 글 앞부분에서 말한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이었다.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은 쉽게 말해 각종 사업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말한다. ‘건설폐기물 잔재’도 여기 해당한다. 사공명 소장은 이를 건설폐기물에 딸려 나오는 ‘이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먼지, 오니, 도자기, 고무, 플라스틱 등이다. 이를 건설폐기물에 포함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폐기물 통계수치가 달라진다.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과 건설폐기물을 함께 줄여야 전체적인 쓰레기 감량이 가능하다.

사공명 소장에 따르면 순환골재 생산의 최대 장애물이 바로 이런 이물질이다. 현장에서 세세한 분류 작업 없이 마구잡이로 철거 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순환골재 품질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물질이 많이 섞인 저질 순환골재가 건설 현장에 납품되다 보니 폐기물 재활용 사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생산 현장으로 갔다. 집하장부터 살폈다. 기가 막혔다. 페인트 통, 대리석, 시멘트 포대, 맥주 캔, 작업용 장갑, 페트병, 심지어 욕조까지 건설폐기물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대부분 흙과 먼지로 뒤범벅이었다. 그야말로 쓰레기였다. 상당수 건설폐기물 재활용업체는 이를 제대로 분류하지 못한 채 일부는 소각하고, 나머지는 매립장으로 보냈다. 이래서는 품질 좋은 순환골재가 만들어지기 힘들다.

한 건설폐기물 재활용업체 집하장에 시멘트 포대, 욕조 등이 뒤섞인 건설폐기물이 쌓여 있다. ⓒ시사IN 조남진

이 회사에는 특별한 시설이 있다. 폐기물 안의 흙과 돌 그리고 이물질을 강력한 진동을 통해 “털어내는” 시설이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순환골재가 생산된다.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몇 차례의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폐콘크리트가 고운 모래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순환골재 생산 후 남은 이물질만 매립장으로 보내게 된다. 사공명 소장은 “원래 건설폐기물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철거 작업에서부터 제대로 된 분류가 이루어지기만 하면, 폐기물을 100% 가깝게 순환골재로 생산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철거 현장부터 바뀌어야 한다. 철근, 유리, 목재 등 재활용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을 엄격히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 이른바 ‘분별 해체’다. 가정에서 생활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철거와 폐기물 배출 작업 분리가 필수다. 철거업체는 철거만, 배출업체는 폐기물 선별 작업만 맡아야 한다. LH, SH 등 공공기관을 제외한 대다수 민간 건설사는 철거와 배출을 ‘평당 얼마씩’ 쳐서 한 묶음으로 발주한다. 더 빨리 때려 부수고 치워버리자는 생각뿐이다. 서울시는 공공기관 외 민간 업체에도 2022년부터 분별 해체를 의무화할 예정이지만, 강제력은 없다. 권고사항일 뿐이다.

‘신재생에너지’와 다름없는 순환골재는 정작 건설업계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농어촌도로, 하수관, 주차장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몇몇 공사에만 ‘의무 사용’되고 있다. 천연골재에 비해 절반 이하 비용으로 건물을 올릴 수 있지만, 여전히 ‘순환골재=쓰레기’라는 인식을 벗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가 ‘품질기준’까지 세세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재개발조합 등 관계자들은 순환골재 사용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앞서 말했듯 상당수 업체에서 저품질 순환골재를 생산하는 것도 현실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천연골재를 대체할 수 있는 고품질 순환골재를 생산하려면 건설폐기물 처리 단가가 올라가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뾰족한 답이 없다. 기후위기에 대비해서라도 순환골재 사용을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가올 쓰레기 대란과 건설폐기물 재활용 이슈에서 의아한 점이 있다. 문제의 1차 진원지라 할 수 있는 대기업 건설사에는 아무런 사회적 압력이 없다는 것이다. 쓰레기 매립지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재활용 문제는 중소 업체만 골머리를 앓는다. 건설사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건설폐기물 재활용업체 관계자가 말했다. “요즘 ESG가 사회적 화두라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예요. 왜? 자신들은 건물만 올리면 되니까요. 건설폐기물 문제는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거죠.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그린 뉴딜이나 탄소중립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순환자원 문제에 이렇게까지 무관심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은 제4조, 5조, 6조를 통해 국가와 지자체, 건설 시행사와 시공사, 건설폐기물 처리업자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각 주체들이 건설폐기물의 분별 해체, 분리 배출, 보관, 처리 및 재활용 등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은 있었으되 관련 주체들이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이 또한 쓰레기 조각이 되었다.

기자명 글 이오성 기자·사진 조남진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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