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4일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심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2021년 7월15일 목요일

언론사 입사 1년 차,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있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여러 분야 전문가나 일반인들을 만나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게 영상 취재의 기본이다. 대개는 섭외 과정을 거친다. 인터뷰 요지를 설명하고 시간을 들여 라포르(상대방과의 친밀감 또는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야깃거리를 찾아야 하는 취재에선 그런 계획이 불가능하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다가가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 나름의 비법을 터득할 법도 한데, 아직은 숨이 턱 막힌다.

지나는 행인을 붙잡고 물어야 할 게 있을 때는 빠르게 눈알을 굴린다. 레이더망에 걸린 사람들 중 대답해줄 것 같은 사람을 골라내야 한다. “선생님, 잠시 말씀 좀 여쭤도 될까요?” 대부분 길거리 포교를 하는 종교 신도 대하듯 경계한다. 바쁜 걸음을 옮기며 요청을 거절하거나 얼굴을 찌푸리며 소속 매체와 취재 목적에 대해 재차 묻곤 한다. 묻고자 하는 이슈에 관심을 가진 취재원을 만난다면 매우 운이 좋은 경우다.

7월14일 밤 취재한 자영업자 차량 시위 현장은 분위기가 달랐다.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거리두기 방안 마련과 손실보상법 소급적용을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 인근에 모였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까지 근처를 서성이며 떠나지 못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10시 장사 마치고 바로 왔습니다” “우리는 뭐 죄인입니까? 열심히 산 죄밖에 없습니다” “당장 죽겠는데 어떻게 해요”. 처음 만난 PD 앞에서 사연을 풀어놓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고통과 회한을 읽었다. 이런 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걸까. 낯선 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언론인의 고충을 훨씬 뛰어넘는, 낯선 이에게 자기 고충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목격했다.

기자명 최한솔 PD 다른기사 보기 soru@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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