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23일 중국 방역 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AP Photo

미국의 전 지구적인 생물무기 체제는 2018년 동유럽 조지아공화국에서 우연히 발생한 재난 사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미군기지로부터 약 17㎞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의학연구소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73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외부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조지아공화국의 전임 안보장관 증언에 따르면, 해당 연구소는 미국 정부와 조지아공화국 정부 간 합의서에 의거해 오직 미군과 미국 외교관 신분만 출입이 가능한 외교 면책 지위가 부여되어 있었다. 특히 비밀 군사 프로그램을 위해 사람의 혈액 시료나 생물무기 시료 등이 반입되었다. 개발 과정에 일반 대중을 상대로 테스트하는 실험도 일부 포함되었다는 충격적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사고 이후 러시아의 전면 조사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곤충을 이용한 생물무기의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수년 전 러시아 등지에서 지카바이러스를 지닌 모기가 검출된 것과 과거 미국에서 진드기에 의한 라임병이 유행했던 상황이 혹시 미국 국방부의 생물무기 개발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에 2019년 7월, 미국 하원은 이 사건을 공식적으로 조사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3년 전 중국의 양돈산업을 궤멸시켰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유행 역시 미국에 의한 ‘정치적 목적의 생물무기 사용’과 관련 있지 않을까 하는 의혹도 일었다.

미·중 간 무역 대결이 한창이던 2018년 여름, 당시 중국에서 ASF가 발생했다. 미국의 농촌지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이었다. 당시 중국은 미국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려던 참이었다. ASF가 유행하면서 중국은 4개월 만에 돼지 1억 마리 이상을 살처분했다. 국제 시장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30% 이상 급등했다. 이로 인해 중국은 ‘미국 농산물 수입 차단’을 무역 갈등의 ‘카드’로 사용할 수 없었다. 오히려 돼지고기를 긴급 수입해야 했다. 미국 정부에 의한 중국 내 ASF 유포 가능성이 미국 외교정책 전문 학회지 〈포린폴리시〉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원래 ASF는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질병이다. 유럽에 유입된 것은 2007년. 조지아공화국을 통해서였다. 당시 아프리카를 오간 선원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정리되었지만, 미군의 비밀 생물무기 연구소가 있었던 조지아공화국을 통해 유입 및 확산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의 진원지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그 가능성에 대하여 재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평화 명분으로 계속되는 미국의 생물무기 개발 기사 참조). 생태계 내에서 일어나는 자연 돌연변이와 인공적인 생물무기 간의 구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아프리카 풍토병에 가까운 ASF가 2007년 재차 유럽에 들어온 곳이 우연히도 2018년 73명의 사망자를 낸 조지아공화국이었다는 점. 그리고 서쪽으로 전파되던 ASF가 마침 미·중 무역 대립이 심하던 2018년에 갑자기 방향을 돌려 동쪽으로 이동해 중국에서 창궐한 점. 이런 선례를 고려해보면 사람뿐 아니라 동물까지 살상하는 생물무기의 가능성을 결코 도외시할 수 없다.

일반인들은 ‘국제기구에서 금지하는 생물무기가 여전히 사용되겠는가’ ‘주한미군 생물무기에 대하여 강조하는 게 과장된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군이 중동전에서 확보한 생물무기 세균을 자국용으로 개발하는 모습을 상기해보자.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1972년 생물무기금지협약을 기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의 특별 다자기구인 국제생물안전기구(IABS)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생물무기 개발과 유출 및 사용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일상화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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