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6일 경남도청 집무실에서 ‘지방 대도시권 광역철도망 구축’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시사IN 신선영

서울시청과 경기도청 간 거리는 33㎞다. 부산시청과 경남도청 간 거리는 35㎞다. 두 지리 공간의 물리적 거리는 비슷하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체감 거리는 급격하게 달라진다.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서울시청까지 가는 데에는 1시간25분이 걸린다. 한 번만 환승하면 된다. 반면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부산시청에 가려면 세 차례 환승을 거쳐 2시간20분을 이동해야 한다. 같은 거리를 두고도 수도권은 출퇴근이 가능한 ‘동일 생활권’을 구성하지만, 부산·울산·경남에서는 ‘KTX로 서울 가는 시간’만큼이 소요된다.

광역교통망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019년부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를 주장하며 광역교통망, 특히 광역철도망 구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광역철도로 동일 생활권을 만들어야 동일 경제권이 형성되고, 그래야 수도권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김 지사와 부울경 지역사회의 노력은 최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고 있다. 국가철도 마스터플랜에 ‘지방 대도시권 광역철도망 구축’이 주요 과제로 포함되었고, 울산-양산-김해 노선과 울산-양산-부산(노포) 노선도 국가철도망 ‘가안(공청회 안)’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건설과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두고 중앙정부와 세부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다. 비수도권의 입장에서 이번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기 위해 5월26일 경남도청 집무실을 찾았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비수도권 광역철도가 대폭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가안’ 단계이긴 하지만 어떻게 평가하나?

‘광역철도’는 비수도권에는 해당되지 않는 철도였다. 실상 서울·인천·경기를 연결하는 용도였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적으로 17개 광역철도 사업이 시행되었다. 그중 비수도권 사업은 3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4개가 전부 수도권 광역철도다. 수도권 대중교통이 계속 편리해지니 사람이 늘고, 그러다 보니 대중교통망이 더 필요해 충청 지역까지 광역철도망이 확대됐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대중교통이 불편해 살기가 힘들어지고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떠난다. 그동안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이런 악순환을 부추겼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본다.

국가철도망에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중앙정부가 건설비·운영비를 모두 떠맡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돈 문제’에 대한 세부적인 협상이 필요해 보인다.

이 사업을 국가 시행 사업으로 가져갈 것이냐, 아니면 지자체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 건설비만 해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담 비율이 7:3 수준이다. 그런데 철도 건설에 수조 원이 투자되기 때문에,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30%만 떠맡아도 몇천억 원 단위를 쏟아부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는 운영비도 지방정부가 부담하기를 원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초기 광역망 구축 당시) 국가가 사업을 시행하고 운영도 책임졌지만,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경제성을 문제 삼으며 필요하면 지방정부에서 돈을 내라고 한다. 수도권엔 이미 사람이 몰려와 있기 때문에 경제성이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수도권은 다르다. 일단 생활권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연히 광역철도 운영 초기에는 적자 운영을 감수해야 한다. 최소한 주요 간선철도망의 초기 단계에는 중앙정부가 한시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경남 김해시의 KTX 진영역.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르면 부울경 광역철도가 이 역을 지난다. ⓒ시사IN 신선영

왜 하필 철도인가? 어째서 부울경을 동일 생활권으로 만드는 데 철도라는 수단이 필수적인가?

정확히는 철도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망이 필수적이다. 특히 부산-울산-창원을 연결하는 순환철도엔 기본적으로 전동열차가 운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철도를 따라 역세권이 형성된다. 경상남도에서 철도의 교통 분담률은 1.1%에 불과하다. 반면 승용차는 77%나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계속 도로를 놓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역에서 접수되는 민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도로 확장·신설 민원이다. 도로를 아무리 열심히 놓아도 승용차가 늘어나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다. 승용차가 계속 늘어나고 막히다 보면 비수도권은 비수도권대로 혼잡비용이 발생한다. 악순환 구조다.

철도가 정비되면 정비될수록, 오히려 의료·법률·IT 같은 서비스 산업 수요는 수도권으로 향하지 않을까?

그동안 철도망을 정비한다고 할 때,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철도만을 정비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 우리가 요구하는 건 초광역 생활권·경제권을 구축하는 철도망이다. 부울경만 해도 800만명이 사는 대도시 권역이다. 이른바 지식서비스 산업이 권역 내에서 구축될 수 있는 규모다. 이곳을 ‘생활권’으로 묶어주지 않으니까 자꾸 서울로 가는 것이다. 의료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부산만 해도 의대와 연결된 대학병원이 많다. 하지만 경남에 계신 분들이 부산에 있는 부산대병원이나 백병원에 가기가 서울 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 편하게 오갈 수만 있다면 당연히 경제적인 효과도 생기고 의료 인프라 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가니 수도권이나 비수도권이나 악순환만 반복된다.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문제도 광역철도망 부재와 관련이 있다고 보나?

일자리·교육·주거 모두 철도교통망과 연결된다. 청년은 특히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은 세대다. 최소한 부울경 단위도 대중교통으로 연결이 안 되니 막상 직장을 구해야 할 때 서울로 떠난다. 교통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자리를 찾는 범주도 자기 지역으로 국한된다. 가령 창원 사람은 창원에서, 진주 사람은 진주에 국한되어 일자리를 찾다 보면 결국 개개인에게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그런데 철도망을 통해 부울경을 800만 대도시로 확장하면, 이 안에서 각 분야 다양한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철도 이슈를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과정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차이가 있다.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역구 의원들이 철도 유치에 목소리를 높인다. 의석수도 수도권이 훨씬 많잖나.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단위 발전계획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경남 지역 야당 의원 중에도 여전히 메가시티 구상에 의구심을 표하는 분들이 있다. 부산 몰아주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구 의원이 많은 점이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만드는 데 오히려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비례대표가 늘어나야 국가 전체를 놓고 고민할 수 있다. 지역구를 중심으로 한 소지역주의가 국가 차원의 발전계획이나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데 발목을 잡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더더욱 정치개혁이 국가 개혁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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