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미상, 〈숨겨진 엄마들〉. 사진 속 엄마는 아이가 움직이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을 뒤집어쓴 채 의자 노릇을 해야 했다.

사진이 발명된 직후 가장 각광받았던 장르는 단연 초상화다. 사진이 발명되기 이전까지 초상화는 엄청나게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특권층만의 향유물이었다. 화가에게 의뢰해서 만들어지는 초상화는 가격이 높을 뿐 아니라 제작 기간 또한 길어서 며칠, 몇 주에 걸쳐 완성되곤 했다. 화가의 실력에 따라 그림의 완성도 또한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물을 거의 똑같이 복제할 수 있는 다게레오타이프(19세기 중반을 풍미한 최초의 대중적 사진술)가 완성되면서 초상 사진은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문제는 긴 노출 시간이었다. 사진을 촬영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모델을 정지 상태로 유지해야만 했다. 가능하면 채광이 잘 되는 옥상 등에서 촬영해야 했고 모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목 지지대를 사용했다. 초기 초상 사진에 찍힌 모든 사람이 미소 지을 수 없었던 것도 바로 이런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었다고 한다. 특정한 표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같은 표정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떤 이들은 19세기의 많은 사진 속에 존재하는 작은 흔들림이 예술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 한계로 초래된 필연적 결과일 뿐이다. 길게는 몇 시간, 짧게는 몇 분 동안 한낮의 햇살을 참고 앉아 있어야 하는 모델(sitter)의 처지를 상상해보면 그 자체로 아찔하다. 몇백 분의 1초 만에 사진이 완성되는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기술의 진보’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고난의 시간도 당시 사람들에게는 참아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보석처럼 빛나고 선명한 명함판 사진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사진집 〈숨겨진 엄마들(Hidden Mothers)〉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약 반세기 동안 촬영된 아이들의 사진을 모은 책이다. 이 사진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이한 점은 아이가 앉아 있는 의자가 사실은 아이의 엄마라는 것이다. 모든 사진 속에서 천을 뒤집어쓰고 의자 노릇을 하고 있는 엄마들은 긴 노출 시간 동안 아이들이 움직이지 않도록 붙잡고 있어야 했다. 아이가 참을성이 강해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은 경우도 있었을 터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지 않는가? 돌잔치에서 제대로 된 아기 사진 한 장 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높은 유아 사망률이 연출한 사진

그런데 왜 엄마들은 천을 뒤집어쓰고 자신의 모습을 감추었던 것일까? 이 책의 서문을 쓴 제프리 배천은 이런 해괴한 모습의 아이들 초상 사진이 유행했던 이유를 당시의 높은 유아 사망률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엄마가 아이 뒤에 자신의 모습을 숨김으로써 아이 스스로 카메라 앞에 살아 있는 존재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슬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엄마의 소망이 담긴 사진, 누군가의 도움으로 억지로 앉은 모습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 당당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아이의 모습을 명함판 사진으로 자신의 품 안에 간직하면서 수시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숨겨진 엄마들〉의 비밀이었다. 아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똑같은 포즈로 두꺼운 천을 뒤집어쓰고 기다려야 했던 엄마들에게 사진 촬영은 고통이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아이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기대로 가득 찬 시간이었을 것이다.

기자명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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