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제주도당 제공

마감을 할 때면 심박수가 120까지 올라간다.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힐끗 손목시계를 봤다가 치솟은 심박수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후 2시까지 마감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가 어느새 2시30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을 보고 있으면 심박수는 13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그 순간 심장은 고막에 붙어 있는 것 같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뭐라도 써야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있는 두 손은 자판 위에서 서로를 마른행주처럼 짜대고 있다.

제704호 마감은 달랐다. ‘퀴어 정치인’ 김기홍씨를 추모하는 부고 기사를 쓰면서 심박수가 좀체 올라가지 않았다. 기사가 술술 나왔기 때문은 아니었다. 슬펐다. 축 처졌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뒤늦게 쓴다는 건 언제나 미안하고 슬픈 일이지만 김기홍씨의 죽음은 특히 더 그랬다. 심각한 문제라고,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고, 우리 사회가 이렇게 또는 저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주목받지 못한 죽음이었다. 기사 수정을 거듭하면서 읽으면 읽을수록 쓸쓸해지는 이야기였다.

이번에도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겨우 기사를 넘긴 뒤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눈을 감는 순간 손목시계가 징징 울렸다. 선배가 보낸 메시지인 줄 알고 벌떡 일어났다. ‘[1보] 변희수 전 하사 청주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속보였다. ‘엉?’과 ‘뭐?’ 사이의, ‘음’과 비슷한 발음이 터져 나오려다 말았다. 어떡하지, 기사를 막 넘겼는데. 이 소식까지 넣어야 할 거 같은데. 그 생각을 하면서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심박수가 100, 110, 120까지 올랐다. 앉아서 손목시계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심박수가 오르지, 이건 슬픔이 아닌 걸까. 그렇다면 분노일까. 절망일까.

다음 날 기사 말미에 변희수 하사의 죽음에 대해 짧게 언급하는 한 문단을 덧붙였다. 김기홍씨와 함께 활동했던 동료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차별금지법 같은 정책에 초점을 맞춰주시면 안 될까요. 부고 기사가 나가면 아무래도 지금… 어디선가 기사를 볼 트랜스젠더들이 안 좋은 자극을 받을까 봐서요.” 심장이 고막에 붙은 것처럼 쿵쿵거렸다. 마음껏 애도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2021년 3월에도 있었다고, 그들이 곳곳에서 견디고 있었다고 기록해둔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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