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수치를 봐도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어떤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봐야 할지 모르겠고, 무엇보다 개인이 해봤자 뭐하나 하는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나 같은 사람이 읽기 좋은 기후위기 입문서다. 인권사회학자인 저자는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기후위기를 하나의 서사로 정리했다고 밝힌다. ‘어떤 성격의 위기인지’ ‘누구의 책임인지’ ‘왜 인권 문제로 봐야 하는지’ ‘사회적 차원에서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를 5부에 걸쳐 설명했다.

책은 탄소 배출의 무시무시한 결과, 가령 북극곰의 멸종이나 지구의 기온 상승 등에 대한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계몽’하려 유도하지 않는다. 거대하고 복잡한 기후위기 문제를 다양한 맥락에서 파악하는데, 저자는 이를 ‘인권’으로 접근하여 돌파구를 찾는다. 사람들 대부분은 과학적 해석이 아니라 각자 삶에서 기후위기를 경험한다. 이상기후로 망친 과수 농사, 미세먼지로 건강을 잃은 어린이,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옥탑방 살이, 그리고 살인적인 날씨에서 일하는 노동자. 더 넓게 보면 이상기후로 농업에 종사하는 개발도상국 여성 노동인구의 3분의 2가 식량과 소득에 타격을 입고 섬나라 국민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를 잃는다. 동일한 기근 상황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영양부족을 더 심하게 겪는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전 지구적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향한다.

책은 ‘지구 온도 1.5℃ 줄이기’ 같은 관료주의적 목표 달성을 넘어 시민의 참여를 통한 전환을 제시한다. 탄소 배출이 생명권·생계권·건강권·주거권을 침해하는 인권유린 행위라는 점을 짚는다. 그에 앞서 환경운동과 인권운동이 더 가깝게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가 불러온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자연환경과, 가장 취약한 자리에 있는 인간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60쪽에 이르는 참고문헌과 35쪽에 이르는 미주를 보면 저자의 성실한 연구에 탄성이 나온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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