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 강원도 춘천시 소양강 위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5월 둘째 주말 프로야구 경기가 미세먼지 때문에 취소됐다. 언론은 ‘최악의 미세먼지, 프로야구 취소’ 등의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야구팬들은 미세먼지를 원망했지만 이번 사태의 주범은 황사다. 황사는 몽골과 중국 사막지대의 흙먼지와 모래가 제트기류를 타고 멀리 퍼지는 현상으로 〈삼국사기〉에도 기록됐을 만큼 오래된 봄철 자연현상이다. 미세먼지와 달리 칼슘·마그네슘 등 자연 기원 물질이 많이 포함됐다. 이런 언론보도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엄밀하게 따지면 미세먼지와 황사는 구분해서 보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야구경기 취소가 다소간 충격이었던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미세먼지 상황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년과 달리 지난해부터 미세먼지로 괴로운 날이 부쩍 줄었다. 체감은 물론 실제 데이터로도 그렇다. 올해 초 국립환경과학원은 2020년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국 472개 국가 대기오염 측정망 관측값을 분석한 결과다(아래 〈그림 1〉 참조). 2020년 연평균 농도는 19마이크로그램(㎍/㎥)으로, 초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2015년(26㎍/㎥) 이래 가장 낮은 수치였다. 2019년(23㎍/㎥)에 비하면 17.4%(4㎍/㎥)가 줄어 가장 큰 연간 감소 폭을 기록했다.

시민들이 쉽게 체감하는 ‘나쁨’ ‘좋음’ 미세먼지 예보 등급을 봐도 그렇다. 2020년 초미세먼지 나쁨(36㎍/㎥ 이상) 일수는 총 27일로 2019년 대비 20일 감소했다. 이 역시 관측 이래 최소였다. 좋음(15㎍/㎥ 이하) 일수는 자연스럽게 154일로 늘었다. 2019년 대비 39일 증가해 관측 이래 청명한 날이 가장 많았던 해로 분석되었다. 특히 2020년에는 ‘매우 나쁨’이 단 하루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미세먼지는 어떻게 이처럼 줄어들었을까. 국립환경과학원은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①국내 정책 효과 ②중국의 지속적인 미세먼지 개선 추세 ③코로나19 영향 ④양호한 기상조건이었다. 이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국내 정책 효과로는 2019년 12월부터 도입한 계절관리제를 들 수 있다.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12월~3월 동안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수도권 운행 제한,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중단 및 출력 제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도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하는 중이다. 중국 전역 337개 지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2015년 46㎍/㎥에서 2020년 33㎍/㎥로 감소했다고 국립환경과학원은 발표했다(아래 〈그림 2〉 참조).

기상도 한몫했다. 비가 많이 내려 대기가 정화됐다. 2020년 전국 평균 강수량은 1588㎜로, 2019년 1184㎜에 비해 34% 증가했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대기 정체일(평균 풍속이 2m/s 이하인 날) 수도 2020년 245일로 2019년 256일에 비해 4.3%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은 어떨까. 아직 정확하게 분석하기에는 이르지만, 몇 가지 잣대가 있다. 에너지소비와 교통량이다. 국가 에너지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 선박 입출항 수는 7.6%, 항공운항 편수는 43.7% 감소했다. 도로 교통량도 줄었다. 4월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하루 평균 도로 교통량은 2019년보다 1.1%가량 줄었다. 지난 10년간 도로 교통량은 연평균 1.7%가량 꾸준히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도로 교통량이 감소한 것은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대기오염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미세먼지를 줄였다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다만 이동 제한 등으로 사람의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미세먼지 개선에 긍정 효과가 있었으리라 추정할 뿐이다. 앞선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4월, 8월, 12월에 교통량이 특히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점에서 인과관계를 유추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교통량 자체만으로 미세먼지 감소를 확증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미세먼지 감소 원인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볼 수 있는 자료는 없을까.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미세먼지센터)라는 기관이 있다. 환경부 산하로 2019년 12월에 문을 열어 아직 시민들에게 낯설다. 이곳에서 취합하는 자료 중에 꽤 눈여겨볼 것이 있다. ‘국내 대기오염 배출량 서비스’ 통계다. 이를 CAPSS(Clean Air Policy Support System)라고 부르는데 에너지산업, 제조업, 도로 이용 등 각 부문에서 나오는 9가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산정한다. 우리 사회의 어떤 활동이 미세먼지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다만 한계가 있다. 2017년 데이터가 가장 최신 자료다. 각 부문별로 전국 수백 곳 유관 기관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재가공하다 보니 통계 작성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2018년 통계자료가 5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므로 이 데이터로는 코로나19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파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데이터는 꽤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대기오염 문제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림 3〉은 도로 이동 오염원(자동차·버스·화물차 등)에 의한 대기오염물질(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연간 배출량이다. 2000년 2만1749t이던 미세먼지(PM10) 배출량은 2010년 이후 1만t대로 줄었고, 2017년에는 1만t 아래로 떨어졌다. 2011년부터 측정한 시작한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첫해 1만1988t이었다가 2014년부터는 꾸준히 1만t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왜 줄었을까.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노후 차량 감소가 결정적이다. 미세먼지센터에서 도로 이동 오염 부문을 담당하는 김진식 환경연구사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훨씬 적은 신규 차량의 비중이 커지면서 해가 거듭될수록 도로 이동 오염원의 비중이 줄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더 있다.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다. 2018년 7월부터 서울·인천·경기에서 시행되고 있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겨울철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등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본다. 김진식 환경연구사는 “코로나19로 인한 활동량 감소와 함께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 등이 미세먼지 감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래 〈그림 4〉는 발전시설·난방시설 등 에너지산업 오염원에 의한 대기오염물질 연간 배출량이다.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은 미세먼지의 원인물질로 인체에 해를 끼친다. 발전·난방 시설 등이 배출원으로 꼽힌다. 2000년 각각 30만2627t, 19만2180t이었던 NOx와 SOx 역시 2010년 이후 대폭 줄기 시작해 2017년에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2017년은 미세먼지 감축 이슈에서 꽤 중요한 해다.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닷새 뒤인 5월15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일시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 이른바 ‘화력발전소 셧다운’ 조치였다. 일자리위원회 설치 등에 이은 취임 후 세 번째 업무지시였던 만큼 정책은 탄력을 받았다.

30년 이상 된 노후 발전소 10기 중 8기의 가동을 6월 한 달 동안 중단했다. 7월 말 정부는 화력발전소 셧다운으로 인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후 발전소 조기 폐쇄까지 거론했다. 당시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조차 “노후 발전소 폐쇄로 고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큰 틀에서 국민건강권을 확보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 정책’은 반발에도 직면했다. 환경단체와 야당 모두에서 반발이 나왔다. 2019년 9월 문재인 정부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짓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신규 발전소 인허가는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이루어졌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규 발전소를 인허가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는 ‘탄소 제로’ 선언에 걸맞은 과감한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고, 야당과 보수 언론은 탈원전보다 탈석탄에 전념하라며 비판한다.

현 정부 비판과는 별개로 한국 사회의 산업 부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꾸준히 진행되었다. 2013년 관계 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종합대책을 발표한 이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미세먼지센터에서 산업오염 부문을 담당하는 김형천 환경연구사는 “특히 2017년 이후 미세먼지 종합대책이 본격화하면서 발전·제철·제강·시멘트 등 미세먼지 발생 메이저 업종의 배출 기준이 크게 강화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굴뚝원격감시체계(TMS)가 부착된 전체 635개 대형 사업장의 2020년 12월 초미세먼지 관련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은 1만3518t으로 2018년 12월 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배출량 감소, 우연 아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곳은 중국이다. 앞서 〈그림 2〉에서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수치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중국 생태환경부 자료를 받아 발표한 것이다. 말하자면 미세먼지 관련 한·중 공동발표다. 여기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과연 중국 정부 자료를 신뢰할 수 있느냐다.

대기오염을 해결하려는 한·중 양국의 협력은 2015년부터 본격화했다. 그해 6월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이 출범했고, 2017년 ‘한·중 환경협력계획(2018~2022)’을 체결했다. 2018년 베이징에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설치했고, 2019년 11월에는 양국의 대기 분야 협력을 기존 조사·연구에서 예보정보 공유, 기술협력·정책 교류 등으로 확대하는 청천(晴天, 맑은 하늘)계획에 양국 환경장관이 서명하기도 했다.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 소속으로 중국에 파견됐던 국립환경과학원 전권호 연구관은 중국 자료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2017년부터 중국에서 서울대·울산과학기술대 연구진 등과 함께 베이징·바오딩·창다오·다롄 지역의 초미세먼지 특징을 분석했다. 시료 채취부터 화학성분 분석까지 한·중 연구진이 함께 수행했다. 공동연구는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양국이 함께 해결해나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만큼 중국 정부가 비협조적일 이유가 없다.”

‘람천보위전(藍天保衛戰)’이라는 말이 있다. ‘푸른 하늘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2018년 ‘람천보위전 3개년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강력한 대기오염 저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철강 생산량을 축소하고, 모조 철강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 모조 철강은 폐철강을 원료로 만드는 저급 철강재로, 품질이 낮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또 석탄보일러 종합관리정책을 통해 소규모 석탄시설을 순차적으로 폐쇄하고 베이징 등 2500만 가구의 석탄 사용량을 줄였다. 그 결과 중국의 석탄 소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2019년 중국의 석탄 소비 비중은 57.7%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감소했고, 청정에너지 소비 비중은 23.4%로 1.3%포인트 증가했다고 한·중 환경 당국이 지난 2월 공동발표했다. 중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드는 건 조작이나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이후에도 미세먼지 없는 푸른 하늘을 계속 만끽할 수 있을까. 여러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김형천 환경연구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체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미세먼지 감소로 이어진다고는 말할 수 없다. 미세먼지 농도를 좌우하는 요인은 기상, 중국·몽골 등 국외 영향 등 다양하다. 다만 국가정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국민들이 고생을 감수함으로써 미세먼지 고농도가 뜰 확률과 그 지속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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