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독 장영규의 오랜 팬이다. 백현진 작가와 함께한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시절부터 경외 섞인 팬심으로 응원했다. 그가 밴드 ‘씽씽’에 이어 ‘이날치’를 만든 후에는 기분이 묘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을 향한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결국 터졌다. 알고리즘이 은총을 내렸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를 섭외해 만든 관광 홍보 영상이 유튜브에서 합산 조회수 8000만 회를 넘어섰다. 사람들은 ‘1일1범(이날치 대표곡 ‘범 내려온다’를 매일 듣는다는 의미)’을 외쳤다.
그런데 화제성이 정점에 오른 순간 문득 불안해졌다. 화제가 된 속도만큼 금방 식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유튜브는 속도가 빠르다. 뜨는 것도 지는 것도.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가속도가 붙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같은 시기 ‘올해의 예능’이 될 뻔했던 ‘가짜 사나이’ 시리즈는 끔찍한 악몽을 겪었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만든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동시에 구설에 올랐다. 시즌 1에 등장한 예비역 대위 이근씨는 성범죄 전력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성토가 뒤따랐고, 시즌 2에 등장하는 일부 출연진도 사생활 폭로 논란이 일었다. 이들을 저격하며 ‘폭로’라는 이름으로 젠체하는 인물들도 모두 유튜브 안에서 목소리를 키웠다.
사람들의 스마트폰에는 알고 싶지 않은 사실도 ‘인기 영상’이라며 순위권에 오른다. 과거 디시인사이드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발생한 각종 논란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뜨는 것도 사멸하는 것도 알고리즘이 나서서 ‘무빙워크’ 역할을 한다. 사람들의 힘만 가지고 이슈가 공론화되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의 순풍과 역풍이 이슈를 선별하고 지배한다. 최근 발생한 각종 인터넷 이슈 중 그 무엇도 알고리즘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딜레마다.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마저 알고리즘의 수혜를 목 놓아 외쳐야 하는 판국이다. 관심이 곧 권력이 되고 알고리즘이 공론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동종업계 많은 사람들은 하던 대로(!) “이러이러한 논란이 있다”라고 중계하느라 바쁘다. 알고리즘이 만드는 ‘가속도’를 고려하지 않는 중계식 보도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알고리즘에서 자유로운 공론장이 가능하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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