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보수의 확장을 성공시키는 방법에 대해 칼럼을 썼다.

“솔직히 야당 노릇을 저 혼자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말이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루에도 몇 건씩 정권과 민주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다. 언론은 그 글을 받아 기사화한다. 진 전 교수가 직접 매체에 글을 기고하거나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이제는 지면을 통해 미래통합당을 컨설팅해주기까지 한다. 최근 〈주간동아〉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진 전 교수는 보수의 혁신과 확장을 성공시키는 방법에 대해 썼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래통합당이 ‘아스팔트 우파’와 결별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필자는 지난번 이 지면에서 8·15 광화문 집회를 ‘아스팔트 우파가 벌이는 백색테러 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제676호 “‘아스팔트 우파’의 유튜브 ‘백색테러’”).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 국민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이들과 선을 긋지 않으면 보수에 미래는 없다.

둘째, 진 전 교수에 따르면 보수의 핵심 지지층은 여전히 극우 유튜버들에게 장악되어 있기 때문에 그 지지층을 다시 빼앗아올 대안도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도 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테면 대표적인 보수 유튜버 중 한 사람은 ‘제주 4·3사건’을 두고 “이승만 정부가 농약을 쳐서 해충을 죽이다 보니 익충도 함께 죽을 수밖에 없었고, 어쨌든 그 결과 농사가 잘되어 우리가 풍요롭지 않으냐”라고 말했다(윤튜브, 2019년 4월4일, ‘언론에서 말해주지 않는 제주 4·3사건의 본질’). 남로당을 해충으로, 희생자를 익충으로 묘사한 것이다. 만취해서 실수로 한 말인가 싶겠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영상이 버젓이 올라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칼럼에서 진 전 교수는 보수 유튜브에 이런 막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젊은 세대가 운영하는 그나마 봐줄 만한 보수 유튜버들을 대안으로 소개했다. 바로 ‘성제준TV’ ‘지식의 칼’ ‘윤TV’다(‘윤TV’라는 보수 유튜버는 존재하지 않기에 아마도 ‘윤튜브’와 착각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이들을 “최근 수준이 확 떨어진 민주당 측 채널보다 차라리 이들의 수준이 더 높다”라고 평가했다.

필자는 ‘헬마우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타격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진 전 교수가 언급한 채널들을 겨냥해 비판한 적도 있다. 특히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이승만을 농약 치는 농부로, 남로당을 해충으로, 희생자를 익충으로 묘사한 유튜버는 헬마우스의 집중적 포화를 맞았다. 그 채널의 이름은, 진 전 교수가 대안으로 제시한 윤튜브다.

‘윤튜브’ 화면 갈무리.

 진 전 교수는 이 채널이 민주당 측 채널보다 수준이 높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세 개쯤 된다고 생각한다. 첫째, 윤튜브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튜버가 실제 꽤 있는데, 필자의 견문이 좁아서 그런 유튜버들을 아직 모르는 경우다. 둘째, 진 전 교수의 윤리 감각이 무너져버렸을 가능성이다. 셋째, 진 전 교수가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남들에게 대안이랍시고 제시한 경우다. 그나마 세 번째가 납득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부디 그렇다고 믿고 싶다.

헬마우스는 진 전 교수가 대안으로 내놓은 성제준TV도 타깃으로 삼은 바 있다. 성제준씨는 서양 철학자들의 이름을 제멋대로 가져와 자기 견해를 정당화하는 데 능한 인물이다. 예컨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찬탄하기 위해 뜬금없이 이마누엘 칸트와 알랭 바디우, 질 들뢰즈 등이 ‘현대식 자본주의를 주장했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한다(성제준TV, 2019년 9월20일, ‘헬마우스는 반박해보세요’). 이 정도면 진 전 교수가 ‘불량식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음식물을 독자들에게 먹으라고 들이대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성제준은 그런 수준의 얘기를 〈당신은 다르다〉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낸 바 있다.

그러나 인문학에 생경한 그의 구독자들은 ‘철학에 통달한(?) 성제준씨가 하는 소리니 다 옳은 이야기겠지’라고 믿으며 그의 다른 극우적 주장까지 권위 있게 받아들인다. 이를테면 그가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떠든 ‘5·18이 민주화운동이라는 점에 회의를 가진 사람은 그걸 폭동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주장 같은 것 말이다(펜앤드마이크TV, 2019년 2월11일, ‘신성한 너무 신성한 5·18’).

남은 건 ‘지식의 칼’이라는 유튜브 채널이다. 이 채널은 개그맨 김제동의 강연료를 문제 삼았다. 문재인 정부가 김제동을 어여삐 여겨 지방자치단체들이 그의 강연료를 높게 책정한 것이지, 시장에서 수요공급 곡선에 맞게 형성된 정당한 가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지식의 칼, 2019년 7월16일, ‘김제동의 시간당 천만원 강연료 시장가격이 아닌 이유’).

헬마우스는 이를 경제학 이론에 기반해서 조목조목 비판한 적이 있다. 헬마우스 외에 다음과 같은 반론을 내놓은 사람도 있었다.

“김제동씨는 지난 정권의 피해자다. 강연료 가지고 시비를 걸던데, 연예인은 개인이 아니라 조그만 기업이다. (중략) 돈 없는 데는 강연료 안 받고 해준다. 그 먼 동양대까지 돈 안 받고 강연을 와줬다.”

바로 진 전 교수의 발언이다. 물론 필자는 진 전 교수가 봐줄 만하다고 추천한 ‘지식의 칼’의 말보다는 진 전 교수의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지식의 칼’ 문제가 앞의 두 채널 문제만큼 심각하지는 않겠으나, 추천할 만한 채널은 아니라고 본다.

‘성제준TV’

차라리 직접 출연하는 건 어떨까

진 전 교수는 칼럼 말미에 “(통합)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들 (유튜브) 매체에 출연해 힘을 실어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진 전 교수가 잘 몰라서 그렇지, 이미 지난 총선 때 통합당 인사들이 이들 매체에 출연했고, 당시 황교안 대표는 이들을 당내 행사에 주요 패널로 초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진 전 교수 보기에 별로 힘이 안 실린 것은 아마 그의 말대로 자신이 ‘야당 노릇을 혼자 다 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차라리 진 전 교수가 직접 이들의 채널에 출연해 힘을 실어주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농담이 아니다. 진 전 교수가 칼럼에서 쓴 대로 “이들은 최근 모습을 드러낸 20~30대 보수층의 정서를 대변”한다. 이 채널의 구독자 수를 단순 총합하면 1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합리적 보수’ 태도를 견지하는 정치적 소통의 채널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사회에 이로울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의 혁신을 위해 진 전 교수가 직접 출연해 이들 젊은 보수 유튜버가 반윤리적·반지성적인 이야기를 할 때 옆에서 좀 바로잡아주며 그것이 사회에 가짜뉴스나 혐오 정서로 확산되는 걸 막고, 이들에게 장악된 보수 핵심 지지층이 합리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끔 힘을 실어주면 그야말로 ‘야당 노릇’ 제대로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아마 그들을 대면하면 진 전 교수도 한국 제1 야당이 직면한 위기가 훨씬 깊은 차원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당장 정부가 밉다고 아무 회초리나 고쳐서 매질하려 들지 말고, 그 자칭 ‘회초리’란 것들에게도 동등한 잣대를 적용하는 최소한의 지적 성실성을 발휘해주시길 바란다.

기자명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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