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책 제목에 얽힌 이야기도 그렇다. 지은이는 올해 초 한 일간지의 노동 관련 특집기사를 눈여겨보았다. ‘녹아내리는 노동’이라는 제목으로, 플랫폼 노동처럼 전통적 노동자상과 거리가 먼 ‘일을 하는 사람들’을 다룬 기사였다.

그는 ‘녹아내리는 노동’이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도 의문이 이어졌다. “플랫폼 노동이 등장하기 전에는 녹아 있는 노동이 없었던가. 혹시 그 당시의 녹아 있는 노동은 더 열악했는데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덜 열악해진 것은 아닐까? 그때의 녹아 있는 노동들은 주로 누가 했으며, 그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정부는 얼마나 관심이 있었을까? 무엇보다 녹아내리는 노동이 걱정이라 할 때, 그럼 이 노동들을 다시 ‘단단하게 굳어 있는’ 상태의 노동으로 만드는 것이 옳은 해결책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모든 노동이 어느 정도 ‘말랑말랑’해지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하는 게 지은이의 제안이다. 이런 의문과 제안이 신선하다.

책을 읽다 보면, ‘좋은 일과 노동’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새로운 생각의 오솔길을 열어나가는 지은이와 동행하는 느낌이 든다. 그 여정에서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겼던 낡은 통념을 깨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내게는 동네 노동, 청년들의 일자리 선호 이유, 직무급제 도입 등에 대한 지은이의 설명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일에 대한 시각을 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예를 들어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드물어지는데, 그런 사회에서 나만은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어느 순간이라도 새로운 일을 선택하게 될 때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까?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성인을 위한 ‘진로 교육’ 참고서로 알맞아 보인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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