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에 대하여
홍세화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우리가 김용균이다!’라고 외칠 수 있기 바란다.”

2014년 4월16일 이후의 한국 사회는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고들 말한다. 속절없이 죽임을 당한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컸을 것이다. 저자는 난민 생활을 접고 귀국한 뒤, 분노보다 슬픔, 슬픔보다 쓸쓸함이 정서를 지배했다고 썼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살아남은 자로서, 미안함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만 6년이 지났다. 얼마나 많은 게 달라졌을까? 촛불 정권은, 민생과 관련된 재벌정책, 조세정책, 부동산정책, 교육정책, 노동정책에서 지난 정권과 어떤 차이를 보여주었나? 저자는 나고 자란 땅에서도 자주 스스로 이방인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가난이 죄가 되고 대물림되는 사회를 본다. 일하다 죽는 노동자, 성소수자와 난민에게 미안함을 거두기 어렵다.

 

 

 

 

 

 

 

 

내 몸을 죽이는 기적의 첨가물
바니 하리 지음, 김경영 옮김, 동녘라이프 펴냄

“식품에 대한 정보를 구할 때 누구의 말을 신뢰하는가?”

미국 스타벅스 메뉴 중에 ‘펌프킨 스파이스 라테’가 있다. 저자는 재료가 궁금했다. 동네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를 설득해 성분을 알아냈다. 암모니아와 황산염을 고압 상태에서 가열해 만드는 ‘캐러멜 색소 4호’가 들어가 있었다. 이 색소 제조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4-메틸이미다졸’이 만들어진다. 저자는 2014년 이런 내용을 폭로했고, 이후 스타벅스는 캐러멜 색소를 넣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저자는 미국에서 ‘식품업계 공공의 적’으로 불린다. 2011년부터 식품기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써왔다. 식품업계 전문가도 실명 비판했다. 국내에서도 반론을 내놓고 싶은 전문가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개인이 업계 전문가와 맞서 싸운 기록으로 더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
오창은 지음, 서해문집 펴냄

“북한 문학의 강한 정치성은 한반도의 근대 형성 과정이 산출한 비서구 근대문학의 한 양태로 볼 수 있다.”

북한 문학의 ‘문학성’에 기대를 거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수령” “경애하는 장군님” 운운하는 글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논하겠는가. 아름다움 이전에, 그런 작품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북한 문학에도 보편적 문학성은 깃들어 있다는 게 저자 주장이다. 지도자 숭배나 혁명적 낙관주의 등 지배윤리를 강조하면서도 그 관습을 능가하려는 작가의 창조성이 함께 깔려 있다는 것. ‘우리(북한산) 파마약 개발’이나 ‘돼지우리 철거’ 같은 북한 소설 소재는 낡고 낯선 느낌이지만 그 문체와 구성은 새롭고 참신하다. 김정은 시대에 대한 문화적 은유나 페미니즘의 실마리도 엿보인다. 저자는 ‘북한 지역 연구’를 넘어선 북한 문학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책에는 그 근거가 될 만한 ‘재미있는 북한 문학’이 다수 실렸다.

 

 

 

 

 

 

나답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
애니 영 지음,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옮김, 이너북스 펴냄

“나는 부모님이 모두 교도소에 수감된 평범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저자 애니 영은 16세 소녀다. 카리브계 미국인이다. 워싱턴 D.C.의 한 고등학교에 다닌다. 모델, 가수, 배우가 되기를 꿈꾸는 십대다. 이 모든 정체성에 앞서 그녀를 짓누르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애니 영의 아버지는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절도죄로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수용자의 자녀’라는 단 한 가지 정체성이 저자의 유년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아버지의 잘못이 나의 잘못이 아니고, 아버지의 죄가 나의 죄가 아닌데”도 수용자 자녀에게 낙인과 수치심을 주는 사회를 향해 그녀는 자기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글로 쓰면서 위로와 치유를 얻었다. 한국의 수용자 자녀 다섯 명의 글도 책에 함께 담겼다.

 

 

 

 

 

 

 

 

기본소득은 틀렸다
김종철 지음, 개마고원 펴냄

“필자가 제안하는 대안은 기본자산제다.”

격세지감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기본소득이란 극소수 지식인과 활동가들이나 주장하는 좀 몽상적인 아이디어였다. 이제 여당 유력 대선주자는 기본소득을 대표 공약으로 밀고, 제1 야당도 보수 혁신의 상징으로 기본소득을 내건다.
저자 김종철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기본소득이 너무나 훌쩍 우리 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만 그걸 말리려고 썼다. “무지한 지식인과 정치가의 사탕발림에 현혹되어 사회가 망가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얇은 책은 기본소득을 철저히 논파하고, 왜 기본자산제가 대안인지 논증한다.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은 사촌 격으로 보이지만 뿌리를 파고 내려갈수록 전혀 다른 철학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

 

 

 

 

 

 

아직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하강산 지음, 글항아리 펴냄

“나는 지금 병들어 있다.”

발단은 층간소음이었다. 가족이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아버지와 형이 쓰러졌다. 저자 역시 믿었던 선배들에게 배신당하고 인간에 대한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이때 이사 간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을 경험했다. 몸과 마음이 소진된 상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후 20년간 39번 이사했다. 어디에나 소음이 있었다. 일터는 33번 바뀌었다. 만성불안과 통증이 트라우마로 이어졌다. 지금의 고통을 기록하기로 했다. 대개의 반응은 비슷했다. 심각한 트라우마가 단지 소음 때문이라고? 전쟁의 참상을 겪은 군인에게도, 강간의 폭력에 몸서리치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여성에게도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렇게 말해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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