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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하지 말고 낮에도 맡으라는 얘기다.” 아베 총리 후임으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72)을 밀고 있는 자민당 우파에 대해 도쿄의 외교 소식통이 ‘뼈 때리는’ 코멘트를 내놓았다. 아베 정권에서 스가 장관이 사실상 ‘밤의 총리’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그에게 ‘낮의 총리’까지 맡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베는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지만 사실상 허울뿐인 총리였다. 복잡한 정책을 다룰 만한 지적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베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일본 특유의 일관교육 제도를 통해 입시 한번 치르지 않고 직행한 인물이다. 학창 시절 제대로 공부를 해본 경험이 없다. 조금 어려운 한자말이 나오면 발음을 틀리기 일쑤였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아베노믹스가 뭔지 정작 아베 자신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관료들이 써주는 원고나 읽고 실제 정책은 스가에게 맡긴 것이 장수 총리의 비결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스가로의 정권 이양에는 참신함이나 감동이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이다. 그런데도 자민당의 다수파인 우익이 당원들의 투표 참여까지 봉쇄하면서 그를 미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베 집권 말기에 터진 3대 스캔들, 즉 모리토모 학원·가케 학원·벚꽃놀이 스캔들을 덮고 가려면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아베의 정적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나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장관에게 정권이 넘어가면 아베 정권에 몸담았던 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아베 총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총리직을 내려놓고 후임을 스가가 맡는 이번의 정치 파동 전체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아베가 스캔들을 안은 채 다음 총선까지 계속 가면 그때는 정권의 존립이 위태로워 아베나 스가뿐 아니라 자민당 보수 우파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몸이 아파 물러나는 사람을 욕해서는 안 된다는 대중의 정서를 이용해 아베가 중도 사퇴하고 스가가 스캔들을 무마하는 시나리오를 택했다는 지적이다. 9월2일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스가 관방장관은 〈니혼TV〉 인터뷰에서 3대 스캔들에 대해 “이미 끝난 일이다. 재조사는 필요 없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정해진 순서대로다.

그러나 이런 식의 권력 승계는 결국 독이 될 거라는 지적이 많다. 아베 정권 8년간 관료들의 전횡과 유착으로 많은 폐단이 쌓여 있는데 스가로 이어지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번쯤 다른 파벌이 맡아 털어내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정책을 주무른 장본인에게서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베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라는 스가 장관의 말은 따라서 코미디나 다름없다. 그런 와중에 병 때문에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다던 아베가 국회의원 노릇은 멀쩡하게 해나가는 것을 본 대중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다음 총선은 기약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얘기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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