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폐점을 고민하기로 했다.” 9월2일 책방이음 조진석 대표가 SNS에 글을 올리자 독자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너무 슬프네요” “곁에 좋은 책방 하나 갖는 게 이렇게 힘드나요”….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책방이음 정도 되는 곳도 버티지 못하면 우리는 어쩌란 말인가요.” 무슨 뜻일까.

먼저 10년 넘은 역사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방이음은 ‘비영리 공익서점’을 표방한다. 베트남전쟁 피해자 지원활동 등을 하던 비영리 단체 ‘나와 우리’가 운영한다. 2010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개인이 운영하다 폐점 위기에 처한 인문예술 서점 ‘이음아트도서’를 인수하면서 책방이음이 시작됐다. 수익금 전액을 공익에 쓰겠다는 다짐에 따라 개점 이후 작은도서관, 독립영화관, 환경단체 등에 다양하게 후원해왔다. 베트남 유학생, 연구자를 지원하는 장학사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책방이음 장학생으로 선정돼 2년간 매달 책값 10만원을 지원받는 김미선씨(이화여대 여성학 박사과정)는 “연구자에게 책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나. 큰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덕분에 독자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형성돼 있는 편이다. 책방이음은 창립 시 기금을 출자한 20여 명 외에 뿌리회원과 들꽃회원이 각각 300여 명에 달한다. 뿌리는 월 회비 또는 연 회비를 내는 후원회원, 들꽃은 예치금(10만원 이상)을 미리 내고 책방이음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책을 구매하는 구독회원을 일컫는다. 지난 10년간 자원봉사자로 이름을 걸고 책 정리나 판매를 도운 사람만 해도 400명에 이른다.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책방 파트타임 직원으로 3년째 근무 중이라는 구정윤씨는 “20대인 내 또래 친구들도 이곳에 오면 편안하고 오래된 서재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라며 일터를 자랑했다.

팬데믹만큼 치명적인 도서정가제 문제  

팬데믹 충격 속에서도 책방이음은 독자들과 만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하지만 랜선 독서모임 등을 하면서 새로운 ‘독자생존(독자와 함께하는 생존)’ 가능성을 보았다”라고 조진석 대표는 말했다. 일례로 지난 5월 카카오 프로젝트 플랫폼으로 진행한 〈인간다움의 순간들〉 랜선 독서모임에는 180여 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사는 지역, 연령대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30일간 한 권의 책을 조금씩 읽어나갔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책방이음에서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했다. 신기하고 낯선 경험이었다. 그 뒤 책방이음은 화상회의(줌)를 이용한 실시간 독서모임, 웹 강연 등을 잇달아 개설 중이다.

그런데도 왜 폐업을 생각하게 된 걸까? 코로나19 재확산, 도서정가제 충격이 겹친 여파가 너무 컸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책방넷) 사무국장이기도 한 조 대표는 올해 네 차례에 걸쳐 동네책방 피해 조사를 벌여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손님이 아예 없다” “이 와중에 임차료를 올려달라 한다”라며 휴·폐업을 하겠다는 책방이 속출했다. 책방넷은 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부에 이를 알리고 대책 마련을 호소해왔다. 그런데도 관료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커녕 현행 도서정가제를 흔들어 동네책방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 책방 기반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그는 9월7일부터 책방 대신 청와대 앞으로 출근해 도서정가제 ‘개악’ 저지 및 동네책방 생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책 읽는 독앤독’은 ‘독’립언론 〈시사IN〉과 ‘독’립서점이 함께하는 콜라보 프로젝트(book.sisain.co.kr)입니다. 책방과 책, 사람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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