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고 제공

신기한 일이다. 진주문고에 들어서는데 청소년들이 눈에 띈다. 교보문고를 떠올리면 알겠지만 규모 있는 오프라인 서점의 주 고객은 시간 있고 여유 있는 중노년층이다. 어린이·청소년은 부모와 함께 서점을 찾는 정도다. 지역 중대형 서점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런데 혼자 또는 친구와 어울려 서점을 찾은 청소년들이라니….

알고 보니 이유가 있다. 우선은 4층에 서점 직영 스터디카페가 있어서다. 여기서 공부하다 잠시 쉬기 위해서라도 자연스럽게 서점을 드나들 수 있는 구조다. 서점 내 공간 배치도 한몫한다. 1층 아동·생활관에는 햇살이 쏟아지는 커피숍, 누구나 앉아서 쉴 수 있는 계단식 무대가 있다. 3층 문학·인문·예술관에는 ‘문학등대’라는 핫스팟이 있다. 등대 형태로 아늑하게 꾸며진 세계문학 코너다. “2018년 리뉴얼 작업 이후 청소년이나 젊은 층이 서점을 많이 찾는다. 당장 책을 사지 않더라도 이곳을 트렌디한 공간으로 여기는 듯하다”라고 진주문고 측은 말했다.

진주문고는 1986년 경상대 앞 인문사회과학 서점으로 출발했다. 당시 상호는 개척서림. 1990년대에 진주 시내로 이전하면서 종합 서점으로 탈바꿈했다. 2015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진주문고 회원은 7만명. 진주시 인구(34만여 명)의 20%에 이른다. 그중 70%는 주기적으로 서점을 찾는 ‘활동 회원’이다. 30년 세월 동안 명실상부한 ‘진주시민의 자존심’ ‘서부 경남권 대표 서점’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그러나 진주문고는 여기서 자족하지 않았다. 2018년 1호점(평거점), 2호점(MBC점) 공히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에 돌입했다. 1호점의 경우 입주해 있던 약국, 학원 등을 내보내고 5층 건물 전체를 서점 공간으로 꾸몄다. 셈 밝은 사람이라면 혀를 찰 만한 선택이었다. 책 팔아 남는 이문보다야 임대수익 쪽이 훨씬 안정적일 테니까.

진주문고의  ‘새로운 30년 프로젝트’

이는 ‘새로운 30년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에 따르면 서점은 책을 파는 곳 이상이어야 했다. 개인 소유 서점을 넘어 “한편으로는 지역 시민의 교양을 책임지는 공간이고, 다른 한편으로 시민들이 소통하고 ‘공공적’ 의미를 논하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이어야 했다. 새로운 30년을 위해서는 새로운 세대의 유입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간 디자인에서부터 책 큐레이션, 프로그램 운영까지 차세대를 염두에 두게 된 것이다. 일례로 리뉴얼한 진주문고 3층에는 ‘청년존’이 따로 있다. 〈마을의 귀환〉 〈반농반X로 살아가는 법〉 등 대안적 일과 삶을 꿈꾸는 책이 별도 코너로 소개돼 있다.

올여름에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독서토론 캠프도 열었다. 닷새간 책 3권을 읽고 토론·글쓰기를 해보는 통학형 프로그램이다. “동네책방이 이런 프로그램을 한다니 주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방역 때문에 신청 인원을 제한했는데 순식간에 마감됐다”라고 여석주 팀장은 말했다. 부모 권유로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처음엔 끔찍했는데 끝나니까 너무 아쉽다”(유○진)라는 반응을 보였다. 독서 캠프 진행자였던 신관수씨(전직 교사) 말마따나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책놀이의 세계에 눈뜬 것이다.

다시 거세진 팬데믹 광풍에 후속 캠프를 당장 기약하기는 어려운 상황. 그렇지만 동네책방과 아이들의 짧은 만남은 그 자체로 서로의 활력을 채워주며 새로운 미래를 예감케 하는 중이다.

※ ‘책 읽는 독앤독’은 ‘독’립언론 〈시사IN〉과 ‘독’립서점이 함께하는 콜라보 프로젝트(book.sisain.co.kr)입니다. 책방과 책, 사람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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