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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의 ‘가짜 영웅 만들기’를 폭로한 박경석 장군 인터뷰 기사(〈시사IN〉 제668호 기사 “일제 앞잡이가 영웅 되면 대한민국이 뭐가 되겠나”)로 한동안 즐거운 ‘홍역’을 치렀다. 백선엽이 ‘창조된 6·25전쟁 영웅’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전에 사는 박경석 장군도 보도 후 밀려드는 시민들의 격려 편지와 전화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주로 ‘진정한 군 원로’라는 찬사였다. 그중에는 선배 군인 박경석의 ‘군대 역사 바로잡기’를 응원하는 전·현직 군 장교들도 있었다. 군 장교들은 그동안 사관학교에 비치된 ‘백선엽 문고’를 통해 백선엽이 확고부동한 6·25전쟁 영웅이라고 배웠기에 이번 기사로 충격이 컸다고 한다.

 박경석 장군은 마지막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기자에게 앞으로 2년 안에 펴낼 회고록에서 백선엽의 숨겨진 ‘역사적 죄악상’을 또 하나 밝히겠다고 말했다. 바로 6·25전쟁 이후 군부 내에서 한국군의 정신적 중심축을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으로 바꾸려고 벌인 공작과 음모에 관한 내용이다. 특히 광복군 참모장으로 독립운동 전력이 있는 김홍일 장군의 카리스마에 눌린 만주군과 일본군 출신 장군들은 끊임없이 그를 표적으로 삼아 제거 공작을 벌였다고 한다. 김홍일 장군은 타계하기 전 박경석을 불렀다. 그리고 역사에 남기라며 이런 유언을 남겼다. “일본군 출신 정일권과 백선엽이 모함 공작을 벌여 광복군의 씨를 말렸다.”

그동안 독립군을 탄압한 간도 특설대 출신 백선엽을 지탱해준 힘은 이른바 ‘6·25전쟁 영웅’론이다. 보수세력의 눈에는 백선엽이 독립군 때려잡는 일제 간도 특설대에서 활동한 전력이나, 인천 선인학원 ‘사학 비리’에 연루되었던 것, 그리고 아들 명의로 서울 강남역 초역세권에 시가 2000억원 상당 빌딩을 소유했던 사실은 보이지 않나 보다. 그들이 백선엽의 이런 흠결마저 다 외면하며 휘둘러댄 전가의 보도가 ‘한국전쟁 공적’이었다. 그러나 그 공적은 백선엽이 전쟁기념관에 사무실을 두고 전사편찬위원회 자문위원장을 자청해 스스로 만들어낸 ‘셀프 공적’이었다. 실체가 드러났어도 일부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인들은 맞장구치며 ‘백선엽 영웅 창조’를 계속해나가겠다 한다. 대체 한국의 보수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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