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김용민 의원은 검·언 유착 의혹 사건 관련 “갈등 상황이 아니다. 항명이냐, 아니냐다”라고 말했다.

2013년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변호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7년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에 참여했고, 2019년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경험으로 체감해온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16일 국회 법사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도 일관된 각오를 다졌다. “중단 없는 검찰개혁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7월7일 김용민 의원을 국회에서 만났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갈등’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상급자다.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직무상 명령을 내리고 지휘하는데, 그걸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은 ‘갈등’이 아니다. ‘항명이냐, 아니냐’다. 잘못된 단어 선택은 또 있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이 보도된 직후 추미애 장관의 뜻에 따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감찰에 착수하려 했다. 그런데 윤 총장이 감찰을 ‘반려’했다고 언론에 나오더라. 대검 규정상 감찰부장은 감찰 개시 사실과 결과만을 총장에게 통보하면 된다. 총장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 아닌데 ‘반려’했다? 역시 성립할 수 없는 단어다.

감찰을 피한 이유가 윤 총장의 최측근 검사를 감싸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중립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오히려 ‘이런 사건에 왜 검사가 연루됐어?’ 하고 화를 내며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시켰어야 했다. 그런데 윤 총장은 감찰부에 갔던 사건을 조사 기능이 없는 인권부로 보내고, 다시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냈다. 고발이 들어왔다는 이유였다. 사실 감찰이 진행되는 사건은 고발이 들어오더라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감찰부에서 감찰로 진행해도 된다. 대검 감찰부는 수사 기능이 있어서 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냈을까?

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중앙지검에서 한동훈 검사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계속 진행하니까 이제 수사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윤 총장이 갑자기 전문수사자문단(수사자문단)을 소집하겠다고 방향을 틀어버렸다. 감찰이 아닌 수사로 가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통제가 안 되니까 수사자문단을 통해 수사팀을 누르려고 한 거다.

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라는 추 장관의 지시를 듣고도 윤 총장은 강행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강하게 지시한 뒤에야 멈칫했다. ‘일단 수사자문단 소집은 멈추겠다’고 발표하고 내부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전국검사장회의를 열었는데, 그런 회의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장관의 지시는 우리 민주주의 법제에서 만들어놓은 정상적인 지휘감독체계 아닌가. 상급자의 지시 사항을 따를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하급자가 회의를 소집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공직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사기업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사장이 부사장에게 지시했는데, 부사장이 ‘우리 이거 들을지 말지 논의해보자’고 간부들을 쫙 모아놓고 회의를 한다(웃음)? 불가능한 일이다. 발상 자체가 매우 위험한 회의였다. 전해 듣기로는 당시 회의 자리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은 동급인데 왜 그런 지시에 따라야 하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더라. 그만큼 검찰 조직이 오만하다.

검사장회의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

총장이 수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지휘가 부당하다는 건데, 그 반대다. 총장의 최측근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공정성이 중요하다. 장관이 손 떼라고 지시하기 전에 총장 스스로 미리 사건을 회피했어야 했다. 만약 수사 도중에 총장까지 연루됐다는 증거가 나오면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넘어서 ‘자기 자신 감싸기 수사’가 될 위험이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2월13일 부산고등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총장은 손 떼라’는 지시가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주장도 있다.

본질적으로 물어야 할 질문은 ‘검찰총장이 개별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게 타당한가?’이다. 최근 사법농단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건 대법원장이 개별 재판에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을 통해 개별 수사를 지휘하는 것 역시 사법농단과 다를 게 없다. 이전에 검찰개혁위원회에서 ‘대검의 수사 지휘를 축소해야 한다. 대검은 수사 지휘 기능을 아예 없애고 정책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온 적도 있다.

검찰청법에 나와 있는 수사 지휘를 하지 말라는 뜻인가?

그렇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검찰총장이 사건 지휘를 하지 않으면 법무부 장관도 지휘할 사건이 없다. 지휘하려고 해봤자 지휘할 사건이 없는 구조가 된다. 다만 지금처럼 총장이 검사를 지휘하는 상황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야말로 검찰 조직에 대한 거의 유일한 민주적 통제 수단이다. 그래서 검찰개혁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입법을 통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줄여나가는 조치다. 물론 이런 논의조차 현재 같은 과도기에만 유효하다. 검찰개혁이 최종적으로 이뤄진다면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돼 검찰은 기소권만 가지게 된다. 궁극적으로 검찰에게 수사권이 없다면 수사권 통제나 지휘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추미애 장관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천정배 전 장관이 공개적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뒤 ‘15년 만의 지휘권 발동’이라고 떠들썩하다. 그럼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검찰총장을 통해 수사 지휘를 하지 않고 장관이 곧바로 일선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명백한 불법이다.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으로서 이명박 정권 때 있었던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사건을 재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검찰총장은 “참다못해 장관에게 ‘그만 좀 하시라’고 항의했더니 내게 직접 전화하는 일은 줄었지만 여전히 일선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장관의 불법적인 지시에 한마디도 하지 않던 검사들이 이제 와서 투명한 수사 지휘에 ‘권한 남용’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만약 이 사건에 검찰 조직의 안위가 걸려 있다면 ‘검찰총장으로서 조직을 지키기 위해 확 던지고 나가겠다’며 후배들에게 박수라도 받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번은 그럴 만한 사안도 아니다. 최측근이 연루된 의혹이다.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현재 드러난 의혹만을 가지고서 이 일의 본질을 평가한다면 ‘검사가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언론을 동원한 사건’이다. 기자의 비윤리적 취재 방식보다는 검사가 사건을 조작하려고 했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검사가 사건을 조작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 죄를 물을 수 있는, 쉽게 말하자면 ‘사건 조작죄’ 처벌 조항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1호 법안으로 ‘검·언 유착 방지법(가칭)’을 준비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누군가를 형사처분받게 할 목적으로 증거를 위조 혹은 은닉하거나 위력을 행사할 때 징역 2년 이상에 처하게 하는 형법 일부개정안이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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