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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몇 주간 〈마이클 조던:더 라스트 댄스〉를 보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 50분짜리 다큐멘터리 10회분을 각각 세 번쯤 되풀이해서 봤다. 유튜브에서 조던의 활약상을 찾아본 시간까지 보태 30시간 이상을 조던 콘텐츠에 들이부었다.

다큐멘터리는 조던을 신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조던의 경기 기록은 불가해할 정도로 뛰어나지만 사실 ‘괴물’이 즐비한 NBA에는 조던보다 많이 우승하거나 골을 많이 넣은 선수가 있다. 몇몇 방영분에서는 조던의 인간적 결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훈련 중 동료에게 폭언을 일삼고 단장에게 인격모독 발언을 뱉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럼에도 시청자는 조던을 초인적 존재로 여기게 된다. 보통 사람과 달리 어려운 선택을 피하지 않았고, 번번이 돌파해냈기 때문이다. 조던의 소속 팀 시카고 불스는 전력이 약했다. 그럼에도 그는 우승을 쉽게 할 수 있는 스타 군단으로 떠나지 않았고, 자기 자신과 동료들을 다그쳐 강팀으로 조련했다. 심한 식중독에 시달린 날에도 조던은 기어이 팀을 승리로 이끈 뒤 부축을 받으며 벤치로 나간다. 경기 막판 득점 시도는 늘 조던의 몫이었다. 그는 팀원에게 짐을 떠넘기지 않았다.

조던의 시대에 그와 경쟁했던 이들은 요즘 NBA에 낭만이 없다고 투덜대곤 한다. 뛰어난 선수는 많고 개중에는 조던의 활약을 연상케 하는 선수도 있지만, 어려운 길을 가려는 선수는 드물다는 것이다. 다른 팀 슈퍼스타들과 동반 입단해 드림팀을 꾸리거나, 기존 강호에 합류해 우승 반지를 얻는 행태가 입방아에 오른다. 이런 선수들은 어떤 성과를 내도 조던의 반열에 설 수 없다며 몇몇 농구계 인사들은 혀를 찬다.

지구 반대편 운동선수들만의 일일까. 언제부터인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순리를 따져 정도를 걸으면 바보라는 생각에 힘이 실린다. 낭만 대신 욕망을 ‘꿈’이라고 일컫는다. 삭막한 세상을 잊게 해준 〈더 라스트 댄스〉가 막을 내린 뒤에는 여가로 삼국지 게임을 즐기고 있다. 1800년 전 제갈량의 ‘어리석은’ 북벌을 재현하는 일이 퍽 낭만적이다. 흥미롭게도 이 본격 전쟁 게임은, 포털 뉴스 댓글난과 SNS 타임라인만큼 야비하거나 전운이 감돌지 않았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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