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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선각공사부 선대조립과 용접1직 사번 23733 김진숙입니다!.”

1986년 노조 대의원이 된 후 끌려간 대공분실 붉은 방에서 외쳤다던 그 말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 울려 퍼졌다. 1981년 유일한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던 스물한 살의 김진숙(60)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하얗게 센 머리가 높아진 시멘트 담장 아래서 반짝였다.

35년 만의 복직 투쟁을 알리는 6월23일 기자회견에는 긴 세월 그가 어깨를 내어주던 이들이 자리했다. 복직한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KTX 전 승무원들이었다.

복직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자 그는 “조합원들 만나 인사하고, 회사 식당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보고 싶다”라고 했다. ‘인간다운 밥’을 먹게 해달라고 투쟁하던 중 해고된 탓에 회사로부터 얻어낸 것을 정작 본인은 누려보지 못했다.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되고, 구속되고, 목숨을 잃어야 했던 시대.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의 복직은 그 말대로 ‘시대의 복직’이 될 수 있을까.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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