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준)가 연거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는 뉴스를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경알못’의 답답함에서 좀 벗어나볼까 싶어 들었던 그 책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맨날 들어도 헷갈리는 용어인 ‘환율과 금리’라는 키워드로 최근 30여 년간 세계경제에서 발생했던 큰 사건을 떠먹여주듯 친절하게 소개한다.

1980년대 말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드는 과정, 1995년 고베 대지진으로 인한 엔화 강세와 한국의 외환위기, 유럽 재정위기의 메커니즘 그리고 중국의 부채성장 배경과 미국의 대중 무역전쟁의 한계 등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연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 전만 해도 연준의 이미지는 매우 터프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선언하면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불도저같이 밀어올리기 때문에 공포 그 자체였다. 2004년 6월 1%대 금리를 17차례 인상 끝에 2006년 6월 5.25%까지 끌어올린 적도 있었다. 그래서 금융위기 후 9년6개월의 제로금리 행진에 종지부를 찍고 2015년 12월 겨우 0.25% 금리를 올렸음에도 국제사회가 패닉에 빠졌다. 중국이 흔들렸고 유럽이 무너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다음 해인 2016년에 무려 네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과거의 그 터프했던 연준이 아니었다. 세계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예전처럼 근육을 자랑하다가는 결국 그 부메랑이 미국 경제로 날아온다는 것을 잘 알게 된 것이다. 어느새 불도저라는 옛 명성 대신 약간의 악재만 나오면 재빨리 경기부양에 나서는 새가슴의 연준이 된 것이다. 연준의 변신을 읽어낼 안목을 얻은 것만으로도 저자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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