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이기웅 옮김, 리리 펴냄

“상상해. 온 마음을 다해서 상상해. 상상해….”

일본 산악 원정대의 카메라맨이 에베레스트 등반에 실패한 이후 들른 카트만두의 한 등산용품점에서 조지 맬러리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를 얻는다. 그 카메라엔 ‘맬러리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담겨 있었다. 맬러리는 1924년 에베레스트를 오르다 실종된 영국 산악인이다. 그가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히말라야 등반 역사에서 최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일본에서 720만 부가 판매된 ‘음양사’ 시리즈의 작가 유메마쿠라 바쿠가 구상부터 집필까지 20년의 시간을 들여 완성해낸 산악소설. 수차례 취재를 통해 표고 8000m 고공을 압도적 스케일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
안미선 지음, 낮은산 펴냄

“‘한 사람’의 말이 ‘우리’의 말이 될 수 있다는 건 함께 다른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갈 근거가 된다.”

후배 기자에게 가장 당부하는 태도는 겸손이다. 기자가 대체 뭐라고, 취재원들은 자신의 시간을 내어줄 뿐만 아니라 마주 앉은 사람을 심지어 믿고 때로 내밀한 이야기까지 나눠준다. 저자의 말마따나 “그들은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가져가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선물처럼 내밀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야말로 ‘협력’의 결과물이다. “듣고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말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탐색하고 끊임없이 서로의 닫힌 문을 두드린다. 그러고는 함께 만들어낸 말을 끌어안고 독자들의, 그리고 이 세상의 닫힌 문을 두드린다.”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주로 기록해온 저자가 그 두드림의 과정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조선인민군
김선호 지음, 한양대학교출판부 펴냄

“인민군은 계급적 군대나 당의 군대가 아니라 인민의 군대이자 통일전선의 군대로 창설됐다.”

역사학자가 쓴 북한군 전문 연구서. 새로 발굴한 자료를 통해 인민군 창설 과정과 북한체제 형성 과정을 분석했다. 인민군이 소련군을 모델로 창설됐다는 통설을 뛰어넘어, 소련군·중국군·일본군으로부터 다양하게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동북항일연군·조선의용군· 고려인의 일제강점기 정치·군사 활동이 인민군 창설과 북한체제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했다. 미국·소련의 대(對)한반도 정책과 한반도의 정치 질서 변동, 국군·인민군의 창군 움직임을 상호 연동시켜 분석했다. 또한 인민군과 노동당의 권력지형과 ‘혁명전통’을 비교함으로써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유일체제의 역사적 기원을 탐구했다.

 

 

 

 

 

 

 

 

 

 

 

벤 바레스
벤 바레스 지음, 조은영 옮김, 해나무 펴냄

“전 제 학생들이 더는 이런 꼴을 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문이 한 챕터만큼 길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벤 바레스의 오랜 친구였던 낸시 홉킨스 MIT 생물학과 교수가 벤과 주고받았던 이메일 몇 편을 맛보기로 보여주는데, 대번에 그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벤 바레스는 거침없이 솔직했다.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여성들, 트랜스젠더인 자신을 포함한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기꺼이 목청 높여 항의하고 또 항의해서 결국 변화를 이끌어냈다. 뛰어난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미국 스탠퍼드 대학 신경생물학과 교수였던 저자는 2017년 12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후배들에게 등불이 되어주고 있다.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
임민경 지음, 들녘 펴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우리 집이 다른 집보다 불행한 것 같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임상심리 전문가인 저자는 ‘심리통’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통해 소설 속 인물이 자살을 하게 된 맥락을 분석한다. 심리통이란 우울감·불안감·분노와 같은 감정이 심한 고통으로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사랑하는 상대로부터 관계·돌봄에 대한 욕구가 좌절된 순간부터, 자살로서 심리통을 멈추려는 결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복잡한 심리는 여러 단계에 걸쳐 있다. 이 책은 문학이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살의 메커니즘을 이야기한다. 〈인간 실격〉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고전문학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마음’들을 발췌해나간다. 문학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기이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인생의 특별한 관문
폴 터프 지음, 강이수 옮김, 글항아리 펴냄

“혹시 어쩌면 ‘엘리트’라는 말이 ‘가난한 사람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르죠.”

신자유주의가 일상에 스며든 시대, ‘입시 경쟁’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 사회에도 입학사정관, 내신, 수시와 정시 전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이 있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미국에서 부유층과 빈곤층은 왜 같은 대학에 다니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들고 취재를 시작했다. 이 책은 수년간 수험생과 교수, 입시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학생들의 삶은 각자가 어떤 집안 출신인지, 어떤 대학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궤적을 그렸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존재하는 치열한 입시 전쟁의 현실과 그 아래 존재하는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깊이 파고든다. ‘누구를 위한 대학인가’라는 주제의식은 결국 우리 사회에도 해당되는 질문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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