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분기 일본의 성장률이 -1.6%, 연율로 -6.3%를 기록해 충격을 던져주었다. 올해 1분기도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니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다. 과연 아베노믹스와 일본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4분기의 쇼크와 더불어 10월에 있었던 2차 소비세 인상으로 민간소비가 2.9%나 줄어들었다. 2014년 4월 1차 소비세 인상 때도 2분기 성장률과 민간소비 증가율이 각각 -1.9%와 -4.8%를 기록한 바 있다. 세금 인상은 재정의 긴축을 의미하므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하겠다는 아베노믹스의 두 번째 화살과도 반대되는 방향이다. 아베 정부는 2차 소비세 인상을 두 번이나 연기했고, 그 악영향을 우려해 신용카드 사용에 캐시백 제공 등 보완책을 제시했다. 또한 예상되는 세수의 절반은 무상보육과 사회복지 확충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크루그먼과 같은 케인스주의 거시경제학자들은 소비세를 인상하지 말라고 고언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금을 올리려면 소비세가 아니라 기업저축을 타깃으로 삼으라고 지적한다. 고령화로 인해 총수요가 부진하고 경기 상황도 좋지 않은데 재정긴축은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다가올 일본의 경기침체가 깊은 구조적 불황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AP Photo

이와 함께 일본 경제의 근본 문제는 거시경제의 불균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령화 때문에 성장이 둔화되었지만,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1997년 이후 20년 동안 약 28% 상승하여 미국보다는 낮지만 독일이나 영국과 비슷했다. 임금은 20년 동안 증가하지 않았다. 아베노믹스 이후에도 7년 중 5년간 실질임금이 마이너스였고 작년에도 -0.9%를 기록했다.

반면 기업 부문의 이윤은 계속 증가해 기업의 현금보유액은 아베노믹스 이후 3배나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거시경제의 자금 순환을 보면 최근 20년 동안 기업저축이 크게 증가했지만 투자는 정체되었고 정부가 재정적자를 통해 지출을 확대하는 구조가 확립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과 긴축은 총수요에 악영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요인과 관련이 있다.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오랫동안 하락했고, 구조조정과 함께 비정규직 비율이 현재 약 38%로 1990년 이후 약 2배로 높아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강화되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기업과 은행들의 상호 주식 보유가 약화되었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증가해 기업지배구조가 변화하고 단기수익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 정치적으로도 진보적인 정치세력의 목소리가 커지지 못해서 자민당의 집권이 오래 지속되었다. 이렇게 심화된 자본과 노동 사이의 불균형은 거시경제에서 총수요 둔화로 이어졌다.

총수요 확대 위해 지속적인 재정확장이 중요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으로 대표되는 일본 경제의 어려움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고령화를 배경으로 선진국 경제들의 이른바 ‘일본화’가 세계경제의 화두가 되었다. 올해 전미경제학회의 ‘일본화, 구조적 장기정체, 그리고 재정과 통화정책의 도전’이라는 세션에서는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재닛 옐런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래리 서머스 하버드 대학 교수 등이 일본화의 전망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였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을 이야기했지만, 다른 이들은 금리가 매우 낮은 현실에서 역시 재정확장이 핵심적인 정책수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일본의 소비세 인상 충격은 재정 문제와 거시경제 관리의 딜레마 앞에서 총수요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재정확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단지 재정확장만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하고 다른 국가들이 일본화를 피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이고 거시경제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노력이다.

기자명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