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함’과 ‘메타함’의 케빈
  •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 호수 622
  • 승인 2019.08.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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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엑소나 방탄소년단 등 일명 3세대 그룹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탄탄한 퍼포먼스로 선전하는 신인 그룹이 있으니 바로 더보이즈이다. 이 중 케빈은 메인 보컬로, 캐나다에서 자란 일명 ‘해외파 아이돌’이다.

그는 크리에이티브하다. 더보이즈가 라디오 방송에서 밴드 라이브를 보여줄 때는 자연스럽게 건반을 잡는다. 손재주도 많다. 자기 해시태그를 달고 그림이나 캘리그래피 작품을 올리기도 한다. 가수가 되기 전에는 밴쿠버 친구들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음악적 재능을 뽐내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한 토크 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그는 못 말리는 비욘세 팬이다). 케빈이 대중 앞에 서는 가수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인다. 그러나 캐나다에 있을 때는 정작 케이팝을 잘 몰랐다고 한다. 그는 어쩌다 케이팝 아이돌이 되었을까?

ⓒ시사IN 양한모

케빈이 한국 대중을 처음 만난 것은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6>였다. 그를 눈여겨본 기획사에 발탁되었고 곧 더보이즈에 합류하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말은 곧잘 했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었다. 특히 모든 것이 빠르고 치열한 케이팝 시장은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캐나다식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는 별세계였을 것이다.

해외파 아이돌은 H.O.T.나 젝스키스 같은 1세대 시절부터 꾸준한 인기였다. 특히 미국 출신이 그랬고, 최근 10여 년간은 캐나다 출신도 부쩍 늘었다. 케이팝이 지향하는 북미 메인스트림 음악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다는 사실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반면 다민족 사회를 자처하는 북미의 연예 시장은 아직도 동아시아인에게 보수적이다. 여러 방면으로 가능성을 찾아보던 그에게 찾아온 기회가 뜻밖에도 케이팝에 있었다. 한국의 연예 시장이라고 해서 타 인종에게 그다지 열려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동아시아계에게는 자신이 주역으로 뛸 수 있는 그라운드가 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도 같은 케이팝 플레이어들에게는 희망과 목표가 되었다.

아직도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올해 초 미국의 MTV News 유튜브 채널은 케이팝 아이돌 출신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박재범과 티파니 영 등의 인터뷰 시리즈 <Homecoming>을 공개하며, 소수인종으로서 미국 주류 사회에 녹아들지 못했던 그들이 부모의 나라에서도 때로 이방인 취급을 받았던 것을 조명했다. 아직은 신인이지만 그에게도 이런 사연이 겹쳐 보일 때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할 때 어떡하느냐”라는 팬의 질문에 “큰 그림을 생각한다”라고 대답한 것이 인상적이다.

데뷔한 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 그는 그다운 모습으로 새 자리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같은 그룹의 멤버 제이콥과 함께 영어 케이팝 방송의 MC를 맡기도 하고, 유튜브 경험을 살려 팬들과 화면으로 만나는 네이버 ‘브이앱’ 라이브 방송도 곧잘 해낸다. 그에게는 캐나다인다운 ‘나이스함’과 케이팝의 외부자에서 당사자가 된 사람의 ‘메타함’이 함께 엿보인다. 그가 남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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