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팝 출신 유튜버 ‘웨이’
  •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 호수 625
  • 승인 2019.09.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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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과장을 좀 보태면 요즘 유튜브의 영향력은 텔레비전(방송사)에 견줄 만하다. 올해 4월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세대를 불문하고 유튜브였다. 텔레비전 속 스타가 유튜브로 역유입되는 일도 흔하다. 아이돌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아이돌이 유튜브를 적극 이용한다. 최근에는 엑소 멤버들이 개별 채널을 개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튜브는 기존 팀의 홍보 채널로서도 중요한 구실을 하지만, 이처럼 아이돌 개인이 팬들을 만나는 창구가 된다. 이들 중 일부는 아예 직업 유튜버라 불러도 될 만큼 전격적인 전향을 하기도 했다.

크레용팝 전 멤버인 웨이(허민선)는 이 분야의 신흥 강자다. 올해 초에 채널 이름을 <웨이랜드>로 바꾸고 단독 진행 체제로 바꾸기 전에도, 그는 2017년부터 쌍둥이 자매 초아와 함께 <둥이TV>를 운영하며 체험이나 탐방 등을 주제로 한 예능 콘텐츠를 올리고 있었다.

아이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대부분은 이미 존재하던 팬덤과 교류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사진 대신 동영상을 올리며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기존 유명도가 플러스 요소여도, 새롭고 유익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 히트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웨이의 차별점은 여기에 있다. 그는 단순한 아이돌 브이로그 채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이 유입되는 ‘유튜버 웨이’ 팬을 만들고 있다. 웨이랜드의 최고 인기 콘텐츠는 일명 ‘아이돌 Q&A’. 시청자한테 받은 질문을 추려 웨이가 대답해주는 정보성 시리즈다.

웨이의 Q&A는 섬네일에 소개한 그대로 담백하게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험한 대로, 아는 대로만 대답한다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답변은 상당히 전문적이다. 당사자이기에 가능한 지점이다. 또한 웨이가 몸담았던 그룹 크레용팝은 중소 기획사의 작은 신인으로 출발해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누려봤기에 이야기할 만한 경험의 스펙트럼이 넓다. 센스 있는 편집과 조리 있는 말솜씨도 빼놓을 수 없다. 방송에서도 흔히 잘못 쓰는 ‘일반인’을 ‘비연예인’으로 쓰는 등, 곳곳에 웨이와 제작진의 섬세함이 묻어 있다.

젊음을 소비재 삼는 아이돌 산업은 회전이 지나치게 빠르다. 그룹의 인기 여부나 회사와 계약에 따라, 남들 같으면 사회 초년생에 불과한 20대에도 해당 직업을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영리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인생의 다음 장을 대비하며 길을 찾아가고 있다. 같은 그룹이었던 멤버 엘린은 아프리카TV BJ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쌍둥이 언니 초아도 웨이처럼 연기자로 변신해 뮤지컬 등에 출연 중이다.

아이돌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웨이는 “내가 이걸 왜 하는지 모른 채 회사가 잡은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했던 점”을 꼽았다. 다음 앨범은 언제 나오는지, 앞으로 내 미래는 어떻게 될지 마음 졸이던 아이돌 시절을 지나, 웨이는 또 다른 방식으로 포스트-아이돌을 살아내고 있다. 여전히 대중과 만나는 일을 하며, 조금 더 자기를 편안하게 드러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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