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다. 누구나 멋진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여행에도 기술이 있을까? 도움이 되는 여행 도구 혹은 여행을 위한 연장은 있다. 바로 여행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다. 스마트폰에 여행 앱이라는 도구와 연장을 챙겨 넣는다면 훨씬 더 스마트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행 전문기자, 여행작가, 여행기획자 등 여행 관련 전문가들이 두루 추천하는, 여행에 유용한 앱을 모아보았다.

먼저 항공권 관련 앱이다. 여행비용에서 항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항공권은 검색과 구입을 분리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보통 검색할 때는 스카이스캐너(Skyscanner), 카약(Kayak) 등 항공권 메타 검색 사이트를 이용한다. 여러 항공권 검색 사이트가 동시에 검색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항공권을 사려고 하면 실제 구입은 검색된 항공권 예약 사이트에서 진행되는데, 해외에 있는 회사인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항공권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때 애를 먹는다. 그래서 여행 전문가들은 주로 트립(Trip)을 통해 예매한다. 24시간 콜센터 서비스가 있어서 변경과 취소가 상대적으로 쉽다. 항공 최저가 알림 서비스 플레이윙즈(Playwings)는 저가의 이벤트 항공권을 이용하려는 여행자에게 유용하다. 이 앱에 관심 여행지를 등록해두면 그곳으로 가는 특가 항공권이 나올 때 정보를 보내준다.
 

ⓒ시사IN 고재열국내 등산 애호가들은 트레킹 관련 앱 트랭글을 쓴다. 트랭글은 등산한 거리 등이 포인트화되어 이용자 레벨이 나타난다.


본격적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기 전에 다른 사람의 여행을 참고할 수 있는 앱도 있다. 폴라스텝스(Polarsteps)는 자신이 여행한 루트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앱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GPS) 정보가 자동으로 기록되는데, 이런 ‘지오 태깅(Geo Tagging)’ 기술을 이용한 앱이어서 여행 루트를 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폴라스텝스는 사용자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의 위치 정보를 읽어서 여행 루트를 자동으로 복원해준다. 다른 SNS 서비스처럼 유저들이 계정을 만들고 서로 팔로잉이 가능해 관심이 가는 사람의 여행 루트를 볼 수 있다. 주한 외국인들을 위한 전문 여행사 ‘여행의 명수’를 운영하는 김명수 대표는 “외국 여행자들은 이 앱을 이용해 서로의 여행 루트를 공유한다. 해당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바로 볼 수 있어서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유용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여행 일정을 공유하는 앱으로는 위시빈(wishbeen)과 스투비플래너 (StubbyPlanner) 등이 있는데 주로 유럽 쪽 여행 정보에 강하다.

지오 태깅 기술을 이용한 앱은 특히 해외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국내에서는 일부 산악인들만 이용하지만 해외 트레커들이 주로 쓰는 앱으로는 릴리브(relive)가 있다. 이 앱 역시 이용자가 걸었던 트레킹 루트가 지도에 표시되어 다른 유저들이 참고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장착된 운동 데이터 앱에서 이동 정보를 읽어들일 수 있어서 설정만 해두면 자동으로 자신의 트레킹 정보가 기록된다.

국내 등산 애호가들이 이용하는 트레킹 관련 앱으로는 트랭글(Trangle)이 있다. 트랭글은 지오 태깅 기술에 게임 요소를 도입해 등산한 거리 등이 포인트화되어 이용자 레벨이 나타난다. 주로 100대 명산을 차례로 오르거나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들이 이용한다.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추천할 만한 앱으로는 더아웃바운드 (TheOutbound)를 꼽을 수 있다. 하이킹, 트레킹, 클라이밍, 사이클링, 러닝, 카야킹, 서핑, 캠핑, 백패킹 등 아웃도어 활동 정보 공유 앱이라 여행지에서 가능한 아웃도어 활동을 가늠할 수 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앱이다. 요즘 항공권과 숙박시설 예약 앱과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앱은 액티비티 예약 앱이다. 당일 투어나 체험권 입장권 등을 예약하는 앱으로 활동적인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대규모 투자를 받은 액티비티 앱들이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어서 할인율이 높은 편이다. 와그(WAUG), 마이리얼트립(myrealtrip) 등 국내 앱과 클룩(KLOOK), 케이케이데이(kkday) 등 해외 앱이 치열하게 각축 중이므로 비교해서 구입하면 된다.

장애인 접근, 채식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도

이 가운데 마이리얼트립은 가장 한국적인 액티비티 앱으로 꼽힌다. 한국인들은 여행을 가서 ‘무엇’을 하느냐만큼 ‘누구’와 하느냐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마이리얼트립에는 현지의 한국인들이 기획해서 올려놓은 당일
투어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다. 사람이 하나하나의 앱이 되고 마이리얼트립은 이를 포괄하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2012년 시작된 서비스인데 부업으로
현지 여행을 만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전업으로 회사까지 차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여행 관련 앱은 여행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마이리얼트립을 이용한 ‘수제 패키지여행’ 만들기가 어떻게 가능한지는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의 신혼여행으로 알 수 있다. 이 대표의 설명이다. “올여름 신혼여행을 포르투갈로 떠나는데 현지 투어를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예약했다. 먼저 공항에서 숙소까지 픽업해주며 드라이브를 해주는 투어를 이용한다. 낮에는 제너럴 워킹 투어로 천천히 도시를 산책하고, 밤에는 야경 스냅 투어로 전문 사진작가와 함께 야경 사진을 찍으면서 걷는다. 식사는 리스본 미식 투어로 레스토랑 6곳을 돌면서 대표 음식을 맛본다. 마무리는 포르투갈의 와인 산지 도루밸리의 와이너리 투어다.”

액티비티 예약을 중심으로 여행 앱이 숙소 예약이나 항공 예약까지 확장하는 중인데 글로벌 여행 앱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소수자 배려 부분이다. 반려견 동반 가능 여부, 장애인 접근성, 채식 여부 등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는 필터 기능이 떨어진다. 홍서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소장은 “장애인들은 해외여행을 할 때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 아고다 (Agoda),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앱을 자주 이용한다. 장애인 객실을 확인하는 필터 기능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 정보가 장애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여행 루트를 짤 때 많은 여행 전문가들은 구글지도를 가장 유용한 앱으로 꼽는다. 이 앱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자유여행을 멋지게 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지도를 잘 읽지 못하는 사람도 스트리트뷰 기능을 켜서 실제 보이는 풍경과 비교해볼 수 있다. 여행 전문가들이 구글지도에서 애용하는 기능은 ‘마이맵’ 기능이다. 방문하고 싶은 곳과 맛집 등을 찾아서 좌표를 표시해둔 다음 이를 바탕으로 동선을 짜고 현지에서 앱을 열어 찾아가면 된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여행 루트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오지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지도 앱은 따로 있다. 바로 맵스미(maps.me)다. 이 앱의 특징은 여행지 지도를 미리 내려받은 뒤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구글지도에도 이런 기능이 있다). 오지에서는 목숨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산악 가이드 심재철씨는 “처음 가는 일본의 산에서 눈보라를 만났는데 맵스미에서 다운로드받은 지도를 이용해 길을 잃지 않고 산행을 할 수 있었다. 등산로 등 산악 관련 정보는 맵스미가 자세하고 정확하다”라고 말했다.

 

 

 

 

ⓒAP Photo여행지 이동수단은 현지에서 널리 쓰이는 앱을 쓰는 것이 더 편리하다.

 


여행지에서는 현지 이동수단도 중요하다.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앱이 이때 도움이 되는데 유의할 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우버보다 타다가 더 유용한 것처럼 현지에서 널리 쓰이는 앱을 써야 한다. 대체로 동남아에서는 그랩(Grab)이 보편적이다. 신혜은 여행작가는 “동남아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아 그랩을 이용하게 된다. 리워드가 많아서 한번 쓰면 계속 사용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국가마다 우위에 있는 앱으로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젝(Gojek)이, 러시아에서는 막심(Maxim)이, 중국에서는 디디추싱(Didi chuxing)이 절대 강자다.

택시로 이동하기에는 너무 멀고 항공 노선이 없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앱이 있다. 롬투리오(rome2rio) 앱은 지도에 출발점과 도착점을 표시하면 이동 가능한 대중교통 리스트가 나온다. 국내에서 네이버나 다음이 제공하는 이동 정보 서비스와 비슷하다. ‘라스트라다정’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며 팬덤을 몰고 다니는 여행가이드 정연일씨는 “이런 대중교통 앱은 장소와 장소 사이 이동 방식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어서 유용하다. 배낭여행자가 많은 유럽 중심으로 이런 앱이 두루 발달했다.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에는 웨이즈(Waze) 앱이 실시간 도로 상황을 반영해서 유용하다”라고 소개했다.

 

 

 

 

ⓒ토키토키 앱을 사용하면 함께 여행 중인 사람들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무전기 기능으로 대화할 수도 있다.

 

여행 가방을 꾸릴 때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어떤 옷을 가져가느냐다. 이때 중요한 것이 여행지의 날씨다. 날씨 앱을 활용해 미리 여행지의 날씨를 확인하면 짐을 좀 더 효과적으로 챙길 수 있다. 날씨 앱은 어떤 위성 서비스를 사용하느냐가 관건인데 여행 전문가들은 IBM의 24시간 위성 서비스 IBM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웨더채널(Weather Channel)을 추천한다. 좀 더 자세한 날씨를 알고 싶을 때는 국가별 기상청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된다.

천문과 날씨 관련 앱은 여행 도중 아웃도어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태양탐사선(SunSurveyor) 앱은 하루 중 태양의 위치를 보여준다. 단순히 일출과 일몰 시각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태양이 뜨는 방향과 지는 방향이 표시되어 일출과 일몰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을 준다. 윈디(Windy)는 바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줘서 해양 스포츠를 하기 전에 살펴보면 좋다. 바다타임은 물때를 알려줘서 해루질(물 빠진 바다 갯벌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 등을 계획할 때 유용하다.

자, 이제 여행지에서 유용한 앱이다. 비영어권 여행지에서 현지어를 몰라 답답할 때가 많은데 이때 유용한 것이 구글 번역 앱이다. 간판과 표지판 사진을 찍어 해석이 필요한 부분을 표시하면 이를 해석해준다. 번역 앱 중에서는 네이버에서 만든 파파고 앱이 한국어 번역의 경우 구글 번역 앱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체 여행을 할 때 지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애를 먹는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곧 도착한다”라며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이 많은데 이때 토키(Toki) 앱을 활용하면 그 사람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토키 역시 지오 태깅 기술을 활용한 앱으로 함께 여행 중인 사람들이 여행방을 만들면 멤버들의 위치가 지도에 나타나 서로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무전기 기능이 있어서 워키토키처럼 여행에 참여한 멤버들이 앱을 통해 함께 대화할 수도 있다. 이 앱을 개발한 박성원 토키 대표는 “회사에서 차량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다녔는데 서로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애를 먹곤 했다. 식당을 예약했는데 도착 시간이 서로 달라서 곤란한 적이 많았다. 서로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대화할 수 있는 앱이 있으면 그런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개발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건강과 안전 관련 앱은 ‘디지털 여행자보험’

다음은 현지에서 맛집을 찾을 때다. 이때도 구글지도가 유용하다. 단순히 지도상 위치뿐만 아니라 평판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 대한 포스퀘어(Foursquare)나 트립어드바이저 등의 평가와 비교해서 보면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포스퀘어는 현지인이 올린 정보가 많아서 유용하고, 트립어드바이저는 여행 앱 중 가장 후기가 많아 정확하고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맛집 정보를 위한 앱 중에서는 뽈레(polle)를 추천하는 미식가들이 많다. 맛집 찾기의 어려움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 마케팅 정보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SNS처럼 미식가들이 자기 계정을 열고 식당을 추천하는 뽈레는 추천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맛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파워 뽈레러’인 손원영씨는 “지역마다 그곳 맛집에 정통한 지역 마스터가 있다. 본인과 음식 취향이 맞는 사람의 추천 식당을 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스카이사파리 앱은 별자리를 관찰하는 데 좋다. 대자연 기행을 간 여행자에게 유용하다.

 


도시 여행이 아닌 대자연 기행을 간 여행자에게는 밤에 별을 보는 게 큰 낙이다. 특히 남반구 등 한국과 위도가 다른 곳에 가면 보이는 별도 달라서 별자리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별자리 관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보름달이 뜰 때를 피해서 여행을 가기도 한다. 별자리 관찰 앱으로는 스카이사파리(SkySafari)를 추천할 만하다. 별자리 관찰이 취미인 손정완씨는 “스카이사파리와 스카이워크 2(SkyWalk 2)를 가장 많이 쓴다. 이런 무료 앱으로도 대부분 별자리를 파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행지에서는 안전도 중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 건강 관련 앱 중 오지 여행자들은 삼성 갤럭시 폰에 필수 앱으로 깔려 있는 삼성헬스를 가장 유용하다고 꼽는다. 생체지수를 측정하는 이 앱으로 심박수와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중 산소포화도는 혈액의 적혈구에서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의 양이 전체 헤모글로빈 양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백분율로 표시한 수치다. 정상 범위는 95~100%이고 90% 이하로 떨어지면 건강의 적신호로 볼 수 있으며, 80% 이하면 매우 심각한 저산소증 상태를 의미한다.

지난겨울 히말라야 산맥 랑탕 계곡에서 트레킹을 할 때 이 앱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고도 2700~ 3000m에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산소포화도가 90% 안팎을 기록했다. 포터로 동행한 현지인들은 대부분 95% 이상이었다. 85% 이하로 떨어진 사람들은 대부분 고산증을 호소했고 70% 안팎으로 떨어진 사람들은 증세가 심각해 산소탱크로 산소를 흡입해야 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로 방치하면 뇌부종이나 폐부종의 위험이 있다.

이런 여행 관련 앱을 다른 의미에서는 ‘디지털 여행자보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앱을 다운로드받고 회원 가입을 해두면 현지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므로 비상약을 챙겨 가듯 이런 앱을 챙기는 것이 좋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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