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국고 지원 늘려라
  •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 호수 609
  • 승인 2019.05.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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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건강보험법에 명시된 것보다 훨씬 적은 돈을 지원하고 있다.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을 제안하고 의료계의 협력을 받으려면 건강보험 재정 지원을 ‘법대로’ 이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만 2년이다. 포용국가를 주창하는 촛불 정부에 걸맞게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을까? 민생 분야에선 그리 성적표가 좋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잘하고 있는 한 가지를 말하라면 나는 단연 ‘문재인케어’를 꼽는다. 오래전부터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들을 진단하고 해법을 준비한 정책으로 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반발을 이겨내며 애초 계획대로 추진하는 뚝심도 돋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종합계획(로드맵) 중에서 가장 체계적인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케어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하지 않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중층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민간 의료기관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의료행위마다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이어서 과잉진료가 발생해왔다. 여기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상당히 존재해 중증 환자일수록 병원비로 인한 고통이 무척 크다.

이러한 현실에서 문재인케어는 보건의료체계의 중층적 문제를 푸는 핵심 실마리로 ‘비급여의 급여화’를 내세웠다. 모든 의료적 성격의 진료를 건강보험의 공적 틀로 포괄해 진료 내역을 관리하고, 환자에게는 본인부담금을 낮추어주자는 기획이다. 이와 함께 행위별 진료비 방식을 개선하고 대형 종합병원, 중소 병원, 개인의원 간의 진료체계까지 정비한다니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정부, 문재인케어 완성할 수 있는 길 외면

하지만 모든 게 순조롭지만은 않다. 건강보험 재정 확충이라는 난제가 놓여 있다. 문재인케어는 재정 방안까지 갖추고 있는가? 처음 몇 년은 기존 건강보험의 누적 흑자분 20조원 중 절반을 사용한다지만 이후 재원에 대해선 사실상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가입자 단체들이 결국 건강보험료를 더 인상하지 않겠느냐 걱정하고, 의료계는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한 후 의료수가를 낮춰서 의사 수입을 줄이지 않겠느냐며 불안감을 토로하는 이유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의 책임 방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현행 건강보험법은 매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를 정부가 일반회계로 지원하도록 명시해놓았다. 올해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이 57조8000억원이니 14%면 8조1000억원이다. 하지만 실제 지원금은 6조원, 10.3%에 불과하다. 작년에 정부 지원액은 예상 보험료 수입의 9.7%로 더 작았다. 그래도 박근혜 정부는 처음 3년은 14%를 책정했고 이후 2년만 12.3%, 11.0%로 과소 책정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아예 집권 첫해부터 10% 수준을 고수했다. 어찌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건강보험법 문구를 꼼꼼히 보면 “14%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나와 있다. 정부는 ‘상당하는’이라는 문구가 반드시 그 수치를 맞추라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물론 다소 유연한 해석이 가능하다 해도 10%가 14%에 ‘상당하는’ 수치라니 어이가 없다.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다. 지난달 확정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번 1차 종합계획은 건강보험 역사상 최초로 건강보험법에 의해 5년마다 수립되는 법정 계획이다.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연 지 30년 만에 건강보험의 발전계획이 법적 근거로 마련되었다. 그런데 종합계획은 앞으로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법에 따라 수립된 종합계획이 법에 명시된 국고 지원 책임을 사실상 무시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이 종합계획을 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달 일부 위원들이 반발하자 서면심의로 진행되었다. 이 정도면 정부의 무책임과 불통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당황스럽다. 정부 정책에서 가장 전향적이라 여겼던 문재인케어가 재정 방안 앞에서 동요하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이 문제 역시 최근 논란이 되는 재정 당국의 보수적 재정 운용과 무관하지 않은 듯해 더욱 불편하다. 남은 문재인 정부 3년, 시민들에게 인정받는 민생 성과가 하나라도 있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요청한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지원의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라. 그래야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을 제안하고, 의료계에 협력을 구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문재인케어도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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